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龜は意外と速く泳ぐ, - 카메와 이카이토 하야쿠 오요구
"Turtles Swim Faster Than Expected, 2005
코미디 일본 90분, 2006.10.19. 개봉, 전체 관람가
감독 미키 사토시
출연 우에노 주리(스즈메), 아오이 유우(쿠자쿠) 등
평점을 확인하고 보기 시작했다. 메가TV(이름이 바뀐 것도 같지만 내가 기억하는 나의 '영화 집에서 보기'에 이용하는 상품명)의 평점이 5점 만점에 4점 가까운 점수이다. 나는 늘 말하는데 메가TV 기준 3.5 이상, 어떤 경우 3.7 이상일 때 영화를 시청한다. 한데 너무 많은 영화를 봐서 이젠 3.7 이상 되는 영화를 만나기가 어렵다. 메가 TV에서. 하여 최근 시청 기준을 3.5 이상으로 낮췄다. 그러던 중 이 영화는 반가웠다. 3.9였던가?
기대와는 영 달랐다. 내가 대체 이 영화를 왜 보고 있지? 이 소중한 시간에 내가 뭘 하고 있지? 그만 보자. 그만. 속으로 줄곧 외치면서도 또 계속 보게 되었다. 나는 어젯밤 내 아날로그형 일기(일기장에 연필로 쓰는~)에 이렇게 썼다.
'마법을 숨기고 있었나? 다 보고서도 그것, 대단함 무엇은 없는데 무엇 때문에 나는 눈 한번 떼지 않고 열심히 봤담? 대체 이 영화의 매력은 무엇?'
이상한 힘을 지닌 영화였다.
신혼인 듯, 한 여자가 외지에 근무하는 남편의
"거북 밥 먹였어?"
라는 내용으로만 진행되는 통화로 매일 산다. 그러던 중, 대개 심심해서 왜 사는가 싶어지던 어느 날, 거북, 이상야릇한 모양의 거죽 꾸밈새를 한, 남편 소유의 거북에게 먹이를 주려던 찰나, 전화벨이 울리고 어찌하다가 보니 거북이의 밥알을 품은 그릇의 물이 넘치고, 필요 이상의 크기로 부풀린 개구리 밥알이(아마) 또 어찌 저찌하여 하수구를 막게 되어 처리 기술자를 만나게 되는데~. 사실은 그 사람부터 이상했다.
천편일률의 신혼 생활을 사는 그녀, 어느 날 백팔번뇌를 생각하게 하는 계단을 오르던 중 그 계단이 마침내 세상과 만나는 넓은 길, 도착지, 저 위 도로에서 쏟아진 사과 세례를 받던 중 '스파이 모집'이라는, 특별한 경우 아니라면 누구도 쳐다보지 않을 크기의, 전봇대에 붙은 사람 모집 광고를 읽게 되는데, 그녀는 그 문구가 눈에, 피부에, 마음에, 가슴에 쏙, 와 닿더라는 것.
이러저러한 삶, 마을 속 이 사람, 저 사람을 그 사람의 특징에 맞게 화면 위로 쏙쏙 내세워가던 중 어느 순간(그 순간이 있는데 기억이 안 남), 사과 세례 중 눈에 입력된 스파이 모집 광고가 떠오르고 그녀는 그곳에 갈까 한다, 간다, 갔다.
그곳에는 남녀 한 쌍이 있었는데. 기기묘묘한, 어설프게 기묘한 한 쌍의 남녀가 있고 그녀에게 5천 엔(단위가 뭐였더라? 오, 이런. 이것도 기억이 안 남. 이를 어쩐담. 그렇다고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은 또 없는 영화인데. 아, 또 그렇다고 영화 수준을 무시하는 것은 절대 아님. 그래, 5백만 엔이었던 듯.)을 주면서 '절대로 남의 눈에 띠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절대 규칙과 함께 명령을 기다리라는 엄명을 내린다. 그녀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돈을 싸들고 와서는 냉장고에 안치 중.
참 그녀에게는 사고무친, 사고무탁, 무의무탁.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다 해도 누구 한 사람 돌봐 줄 이가 없는 그녀에게는 남편 말고 단 한 사람, 한 여자 친구가 있다. ‘쿠사마’던가. 에이, ‘쿠사마’는 점을 찍어 그리는 일본의 유명한, 내 좋아하는 화가이고. 어쨌든 '쿠'로 시작되는 이름의 여자 친구가 있는데, 그 아가씨는 아직 결혼 전이었고 그녀는 머나먼 곳 파리로 가서 그곳 남자와 결혼해서 사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녀는 가끔 여자 친구의 일상을 빌어와 자기 생활과 자기 생각을 드러낸다. 그 이유는 뭘까. 이것도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지금도 나에게 생각의 물음표를 던져주는 하나이다. 둘은 사고무친 혈연 이상이나 너무 다르다.
가끔, 남편은 여전히 거북의 밥을 잘 먹이고 있는지만 확인하는 전화를 해 오는 가운데 그녀, 스파이 일당에 끼어 활약하는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첫 역할이 뭐였더라? 아무튼 스파이 활동이라는 것이 글쎄, 첫날 500만 엔을 안겨주면서 한 쌍의 남녀가 이야기했던, '눈에 띄지 말라'라는 것이 곧 스파이 활동이라는 거란다. 어릴 적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하는 청군 백군 나뉘어 밧줄 잡아당기기에 함께 뛰기, 친구 '코(이름자가 모두 기억나면 인용 부호를 풀리라.)'가 난장으로 벌여놓은 일에 끼어들기 등?
아, 이게 뭔가. 왜 임무가 하달되지 않은지 궁금해하던 차 점검해보니. 스파이란 결국, 평소와 그다지 구분되지 않은 일상을 사는 주인공 여자에게. 아하, 어찌 되었든 일상사에서 남의 눈에 띄는 일은 무찌르라는, 절대로 평범하게 살라는 것이라는데 그것이 쉽지 않더라. 이전에는 그리 지루하던 평범하던 삶이, 그것이 쉽지 않다니,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눈에 들어오지도 않은 붙박이 손톱 광고가 부여한 임무가 일상을 일상답게 살지 않은 것이 주 업무라니. 그리고 그 업무가 이렇게나 힘들다는 것. 그것이 인생이라고?
아, 친구의 이름은 '쿠자쿠'이구나. 둘은 같은 병원에서 같은 날 태어났고 그 이유로 둘은 쭉 친구다. 이름 이야기가 이제 나왔구나. 주인공 ‘우에노 쥬리’가 분한 역할의 이름은 '참새'라는 뜻의 '스즈메'이다. 참새라. 친구 쿠자쿠는 '공작'이라는 의미이다. 왜 이름이 이렇담? 참새는 그저 평범한 삶을 추구하며 쿠자쿠는 황홀한 상승이 자기 삶에 있으리라 생각하며 꿈꾸는 삶이다. 결국 그렇게 산다.
스즈메는 해외로 튄 친구의 일에도 나설 수 없었다. 평소 나인 듯, 남인 듯, 눈 비비고 부드럽게 혹은 날카로운 눈으로, 귀로, 마음으로, 가슴으로 함께 살던 이들이 모두 스파이더라는. 그리하여 전혀 관심 밖이던 나와 남이 곧 '우리'가 되어 살아가게 되더라는, 그 와중에 공작새의 삶을 꿈꾸던 친구 쿠자쿠는 해외로 날았으나 간첩 혐의로 옥에 갇혀있고(맞나? 어제 본 영화인데 기억이 아리숭숭하다는 것이 문제구나.) 일상사, ‘그러려니’에서 ‘에고, 왜 이렇게 생이 심심하고 짜증스럽기만 할까?’에서 헤어난 스즈메는 친구 쿠자쿠를 구하러 가기 위해 트렁크를 정리한다는. 언젠가 쿠자쿠로부터 받은 도움을 반대로 자기가 베풀겠다면 길을 나선다는.
아, 친구의 이름은 '쿠자쿠'로구나. 그래, 맞다. 둘은 같은 병원에서 같은 날 태어났고 그 이유로 둘은 쭉 친구다. 이름 이야기가 이제 나왔구나. 주인공 ‘우에노 쥬리’가 분한 역할의 이름은 '참새'라는 뜻의 '스즈메'이다. 참새라. 친구 쿠자쿠는 '공작'이라는 의미이다. 왜 이름이 이렇담? 참새는 그저 평범한 삶을 추구하며 쿠자쿠는 활짝 핀 펼침을 추구한 대로 자기 삶에 있으리라 생각하며 꿈꾸는 삶이다. 결국 그렇게 산다.
그래, 사는 것 별것 없더라는 것인가. 심심해하지 말라. 일상이야말로, 사사건건 소소한 일상의 건수들이야말로 인생을 만드는 소중한 조각이더라. 말이 되는 것 같고, 도무지 말은 안 될 것 같은 조각들이 부드럽게 연결하여 코믹의 우아함을 만들어 낸 영화.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 어찌 되었든 나, 대한민국인 〇〇〇를, ‘꽤 수준 높은 영화 감상자’의 시선을 꼭 붙들어 맸다는 점에서 감독의 영화는 제법 괜찮다고 느꼈다는. 언젠가 조금 더 묵직한, 관념적인 영화를 만들어 나를 다시 불러주기를.
상당히 연식이 있는 영화이다. 무대가 곧 연식을 말해주고 등장인물들의 의상이 또 그렇고 그들의 일상사, 한마을에 사는 이들의 생활 방식이 곧 이 영화의 개봉 시기를 일러준다. 그렇다고 촌스럽지는 않다. 조금 된 듯한 느낌이 들게 할 뿐. 왜?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결국, 거기에서 거기이지 않은가. 먹고 자고 싸고. ㅋ.
하여 이상한 마력을 지닌 듯, 영화는 줄곧 나에게 다음 일을 궁금하게 하고, 헛웃음일랑 질질 흘리게 하고, 내가 만약 스즈메라면 스파이 모집 광고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내가 만약 쿠자쿠라면, 등등 여러 생각을 잔잔하게 일게 한다.
그래, 나도 좀 일어설까. 어디, 구인 광고라도 열심히 봐서 좀 이상한 사람을 모집하는 광고가 있다면 한 곳 찜해서 전화를 돌려봐? 하여 ‘돈만 준다면야, 얼마든지’를 외치면서, 나는 그 돈을 받아와 어디에 넣지? 남자가 옆에 있어서 말이야. 하긴 요새 세상은 무서워서, 관두자 관둬. 어쨌든 나는 오늘 베란다 화분 틈새 봄맞이 대청소 비슷한 것을 하면서 옛날 고래 적에 금붕어를 키우던 생각이 났고 한쪽에 먼지 수북한 채 팽개쳐둔 금붕어 집을 씻어놓았네. 내일부터 금붕어를 좀 키울 거다. 통이 작아 나는 스파이 아니라 어떤 역할의 사람을 구한다고 해도 구인 광고 모집에 전화 돌리기는 못할 성격이니, 거북이는 내게 너무 고상한 존재인지라, 우선 금붕어를 좀 키우기로.
뭐, 대체 그런 전화로만 일관되는 남편은 뭐지 싶어 들어파고도 싶지만 참기로 하고. 영화니까. 이런 저런 생각을 여럿 하게 되지만. 자, 그래, 자고로 인간은 혼자 노는 것을 잘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또 심보 고장난 생각을 또 한다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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