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퇴근길에 만난 검은 고양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제, 8월 8일은 ‘세계 고양이의 날(International Cat Day)’이었다. 국제동물복지기금(IFAW)의 주도로 2002년에 창설하였다. 고양이 인식 개선, 유기묘 입양, 오랜 기간 사람과 함께한 고양이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8월 8일은 전 세계 고양이 집사들이 SNS 등에 해시태그(#WorldCatDay)를 달고 각자 기르는 고양이 사진을 게재하면서 ‘고양이의 날’을 축하한다고 한다. 유기묘 입양 촉구 행동 대회도 열고 고양이용품 특가 행사도 연다고 한다. 최근 고양이를 길러볼까 관심을 두고 있어서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행사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다지 별다른 내용을 볼 수 없었다. 내 정보 취득에 문제가 있었겠지, 아마.
각 나라에서도 국가적 행사로 ‘고양이의 날’이 있다고 한다. 미국은 10월 29일, 러시아는 3월 1일, 일본은 2월 22일이 ‘고양이의 날’이란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검은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검은 고양이의 날’도 있다고 한다. 재미있다.
검은 고양이에 대한 편견은 참 우스꽝스럽다. 검은 고양이가 나오는 꿈을 꾸면 불행해진다느니, 검은 고양이를 보면 사고가 난다느니. 우리 귀에 익숙한 노래 ‘검은 고양이 네로’도 그렇다. 이탈리아에서 불리던 노래가 번안가요로 탈바꿈하여 우리나라에 들어오다 보니 제목이 그렇게 붙여졌다고 한다. ‘네로’는 로마의 황제를 칭하는 것이 아니다. 이탈리아어로 ‘검은색’을 말한다. 이 노래는 전 세계로 전해졌는데 나라마다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검은 고양이’며 ‘야행성’이며 탓하지 말라. 사람보다 훨씬 생명체다운 생명체임을 길고양이들을 볼 때마다 늘 느끼곤 한다.
우리나라에도 별도의 ‘고양이 날’이 있다. 고양이 작가로 유명한 고경원이 2009년 9월 9일을 고양이의 날로 정하였다. 고경원은 ‘고양이는 목숨이 9개’라는 속설에서 착안해 아홉 구(九)와 오랠 구(久)의 음을 따서 만들었단다. 오래오래 잘 살아내라고.
고양이 목숨이 아홉 개라니. 그냥 설이다. 고양이의 습성에 의해 생긴 이야기로 알고 있다. 덜렁덜렁, 이곳저곳, 호기심이며 탐구심 강한 고양이는 사방팔방으로 돌아다닌다. 동그란 두 눈으로 세심하게 살핀다. 여기에서는 두 콧구멍을 씰룩씰룩, 저기에서는 주저앉아 앞다리를 끌어올려 주둥이 주변을 탈탈거리면서 주변을 살핀다. 고양이는 바스락 미세한 소리에도 잽싸게 움직인다. 위험천만한 상황이라도 개의치 않고 이동한다. 용감하다. 언제 닥칠지 모를 위험 상황에 상관없이 여기저기에 출몰하기에 고양이 목숨은 늘 지켜보는 이가 좌불안석이다. 그러나 고양이는 쉽게 죽지 않는다. 몸 움직임의 빠르기가 ‘프레스토(음악에서 ’매우 빠르게‘를 뜻함)’를 넘어선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도무지 해낼 수 없는 일에 부딪힐 때 쓰는 속담이다. 고양이는 너무 빨라 목에 쉽사리 방울을 달 수 없을 정도이다.
고양이는 아마 공부를 하면 참 잘할 것이다. 속이 알찬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근간이 호기심이며 탐구심이다. 이 부분에 고양이가 최고이다. 우리나라 방식의 사지선다형 문제 풀이가 아니라 주제를 정하여 탐구 보고서 작성하기 등 프로젝트형 공부를 하면 기가 막히게 잘할 것이다.
그렇다면 고경원 작가는 어떤 사람? 기자 시절 길고양이의 삶을 사진과 글로 담기 시작해, 20년간 고양이 전문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고양이 관련 책을 열여섯 권(?)이나 썼다. 그녀는 2009년 9월 ‘한국 고양이의 날’을 창안한 이후 매년 9월 여러 문화 행사로 고양이에 대한 인식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2017년 7월에는 고양이 출판사 ‘야옹서가’를 창립하였다. 그녀가 내놓은 책들을 보면 두 눈 또롱또롱 뜬 예쁜 고양이들을 수없이 볼 수 있다.
한 달 전이던가. 퇴근길에 만난 검은 고양이를 찍었던 사진들이 보여 쓴 글이다. 내 앞을 턱 하니 가로막고 안아 5분여 나를 바라보고 있던 녀석. 무슨 말을 하고 싶으려나 싶어 사진을 찍으면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어나 느릿느릿 옮기는 걸음이 어디 아픈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나는 어떤 일도 해 줄 수 없었다.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내 곁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는 녀석에게 속삭였다. '건강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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