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立秋) 즈음하여, 그리고 입추(立錐)
해결해야 할 문제를 받으면 제일 먼저 ‘형상화하기’의 방법을 시도하여 문제 해결을 하라고 한다. 아울러 주어진 내용을 암기해야 할 상황일 때에는 ‘연상하기’, ‘상상하기’의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들 한다. ‘이십사절기’의 각 절기를 외워야 했을 때 유용했다. 열세 번째 절기인 ‘입추(立秋)’. ‘팔팔 입추’, ‘88 입추’를 들먹이면 되었다. 가을의 시작. 가을에 들어서다. 나는 입추를 매년 8월 8일 혹은 8월 9일로 알고 있는데 올해는 하루 이르게 왔다. 오늘, 8월 7일 입추다.
‘이십사절기’는 태양의 황도(黃道)를 이십사로 등분하여 각 등분점에 태양의 중심이 오는 시기를 가지고 구분한다.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 입하, 소만, 망종, 하지, 소서, 대서, 입추,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 입동, 소설, 대설, 동지, 소한, 대한이다. 그중 사계절의 시작을 알린다는 입춘, 입하, 입추, 입동이면 우리는 늘 ‘배신감’ 비슷한 감정을 느끼곤 한다.
입춘(立春)이라 하여 2월 4일쯤이면 그야말로 콧물 얼까 봐 코 싸매고 다녀야 할 만큼 무서운 냉기를 자랑하는 시기이다. 입하(立夏)라 하여 5월 5일 정도에는 5월은 푸르다며 팔팔 나는 저 어린이들이 마음껏 움직이기에 안성맞춤이다. 입동(立冬)은 11월 8일 혹은 그 앞과 뒤의 어느 날로 ‘시몬 낙엽 밟는 소리 들리는가’하며 여러 시답잖은 의성어에 푹 빠진 채 아직 양털 모자를 꺼내기에는 한참 이른 시기이다. 오늘, 흐르는 땀방울까지 쪄질 것 같은 무더위, ‘폭염 특보’가 내려진 날이 입추(立秋)라니. 이 어찌 어울리는가. 하기는 이십사절기가 농부 아저씨들에게 다가올 철을 위한 준비를 위한 안내 차 붙여진 것이라 하니 이해하기로 하자.
그러고 보니 ‘입추’라 하면 떠오르는 동음이의어 입추(立錐)가 있다. 절기상 입추(立秋)의 추(秋)는 가을을 뜻하는데 이 입추(立錐)의 추(錐)는 ‘송곳’을 뜻한다. ‘입추(立錐)의 여지가 없다.’라는 문장 속에서 숨 쉬는 낱말이다. 송곳을 세울 틈도 없이 빽빽하다. 즉 많은 사람이 꽉 찼을 때 흔히 쓰는 문장이다.
코로나 이후 ‘입추(立錐)의 여지가 없다.’라는 문장을 사용할 만한 상황들이 거의 사라졌다. 흔히 유명 가수들의 공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문장인데 말이다. 다행히 ‘코로나19’ 재유행에도 불구하고 ‘독감’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며 코로나19 관련 뉴스들이 묻히면서 최근 가수들의 공연들이 제법 진행되고 있다.
어제 그리고 지난주 토요일의 2주일에 걸쳐 있었던 ‘불후의 명곡’의 ‘강릉 Rock Pestival’도 제법 ‘입추(立錐)의 여지가 없다.’라는 문장이 어울릴 법했다. 많은 사람이 모였음을 나는 거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엄지와 검지, 새끼손가락을 세워 약속된 Rock의 손 신호를 함께 하면서 뛰는 모습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다만 우리 사회가 공중파 방송에서 ‘Rock Pestival’을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두 주일의 토요일을 똑같은 팀들이 나와 공연하는 것은 참 아쉬웠다. 예를 들어 하루는 유명세 밴드들을 내세워 상업성 목적에 맞게 공연하게 하고 백번 양보하여 두 번째 주는 밥 한 끼 챙겨 먹기도 어려운 인디 그룹이 설 기회를 좀 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입추(立秋)’를 맞아 입추(立錐)라는 동음이의어를 데려와서 ‘입추(立錐)의 여지가 없다.’라는 문장에 고리를 엮어 인디 록 그룹들을 챙겨봤다. 사실 ‘입추(立錐)의 여지가 없다.’라는 문장을 떠올리면 재미있는 한 편의 이야기(실화)가 있는데 오늘은 여기까지만~
망설이지도 않고 그림 둘을 올렸다. 솔직히 말해 실패작이다. 아름다운 영화 '환상의 빛' 여주, '유미코'의 모습 둘. 이 일기 바로 전과 그 전으로. 둘로 올렸다. 이상한 것은 나는 남자들을 그리는 것이 더 재미있다는 것이며 완성 후 더 만족감이 든다는 것이며~ 정말로, 왜 , 그럴까?
내일은 내친 김에 얼마 전에 그려두고 아직 올리지 못한 '샐리 호킨스'를 올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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