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떤 것이 주어져야 소중하게 여길까
돈이 나왔다. 무슨 돈? 일터 각 부(?) 행사를 치르는 데에 사용하라는 것. 행사를 행사답게 치르는 데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지만 나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단순히 치장하는 데에 사용하지 말자. 좀 더 의미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데에 돈을 쓰자. 말하자면 남들 다 하는 것에 돈을 지불하지 말자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다른 팀을 보니 요란했다. 모두들 일회성이었다. 거하게 반짝 배경을 꾸미고 버려지는 것이었다. 개인에게 돌아가는 것이 없었다. 개인에게? 금액이 챙겨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각 개인에게 미적 심취를 위한 시간을 마련하는 데에 적용되는 물품을 말한다. 부지런히 이곳저곳을 뒤졌다.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그래, 공동의 무대를 꾸미되 그 후 각 개인에게 소중한 무엇으로 남을 수 있는 물품을 구입하자.'
생각 끝에 마련한 것이 '조명'이었다. 부드러운 우드로 꾸민 집에 일정 기간 조명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 전지만 갈아 끼우면 반 영구적일 수 있는 것. 아, 행사 이후 전체에게 하나씩 배부하려고 하니 개수가 부족했다. 내려온 돈이 적었다. 가게와 지불해야 할 금액을 조율했다.
"여보시오. 나, 당신 가게 단골이오. 이러하고 저러한데 제게 내려온 돈이 좀 부족하오. 어찌 좀 해주시오. 다음 기회에도 당신 가게를 이용하겠소. 가격에 맞춰 내가 원하는 수만큼, 어찌 안 될까요?"
"턱없이 부족한 돈입니다. 아니됩니다."
"해주시오. 늘 감사하고 있소. 좋은 제품을 가지고 있는 당신 가게를 나는 참 좋아하오."
"아니 됩니다요. 당신 가진 돈이 너무 적다니까요. 우리도 벌어야 먹고 살지요."
"그렇지요, 그래도, 어찌 좀 안 될까요? 저 단골이잖아요."
"아, 아 알았어요. 다음에는 이러시면 안 됩니다요. 알겠지요?"
"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요, 감사합니다. 다음번에도 꼭 이용하겠습니다."
열심히 만들었다. 기쁨 가득했다. 개인 작업이니 일종의 경쟁심도 있는 듯싶었다. 진지하게 만들고 외양도 꾸몄다. 모두 자기 조명에 예쁜 이름도 지어줬다. 뿌듯해했다. 나의 노력이 나의 열정이 저 사람들을 깨우는구나. 저렇게나 진지하다니 이 얼마나 알찬 일인가. 그래, 열심히 한만큼 감동이 따르는구나. 잘했구나, 참 잘했어. 스위치를 온 오프로 열심히 다녀가는 모습에 제어를 가했다.
"우리 행사에 사용해야 합니다. 그때까지만 참읍시다. 조금만 참아요. 내일입니다. 멋지게 행사를 빛낸 도구가 될 것입니다. 끝나면 바로 나눠줄게요. 그때 집에 가져가서 자기 방을 밝히는 아름다운 무드 등으로 사용하세요. 머리맡에 두고 여러분을 고운 잠으로 안내할 것이 될 것입니다. 말하자면 잠들기 전에 고운 시 한 편을 이 등 아래에서 읽고 잠에 드는 것입니다. 어때요, 멋있지 않아요?"
행사는 멋지게 끝났다. 하루 전에 만든 조명이 무리 전체가 참여하는 아름다운 배경이 되어주었다. 약속한 대로 각자 자기가 만들었던 것을 가져가게 했다. 한데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토록 아름다운 빛을 선사했던 우드 등이 쓰레기통 안에 들어가 있었다. 상당수가 버려져 있었다. 눈물이 솟구쳤다. 치솟는 배신감에 온몸이 떨렸다.
한편 기대했다. 잊었으려니. 잠깐 혼동을 했으려니. 혹은 그만 실수로 버려졌으려니. 찾으려니, 내 것 어디 갔느냐고, 잠시 뒀는데 왜 버렸느냐고 항의가 들어오려니 기대했다. 이틀을 쓰레기통을 건들지 못하게 하고 기다렸다.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돈은 물론 그것들을 사기 위해서 가게와 오고 갔던 나의 정성이 홀라당 날아가버렸다.
몇 남아있는 것을 한 곳에 모아뒀다. 누군가 가져가려니. 누군가 소중하게 안고 집으로 가져가려니. 한 사람도 없었다. 대체 왜 사람이 저렇게 되어버렸을까. 무엇이 사람을 저렇게 만들어 버렸을까. 심란했다. 어제보다 이른 퇴근길이었는데 내려앉은 어둠의 정도가 훨씬 짙었다. 진회색 슬픔이 몰려왔다. 사실, 한두 번 봐 왔던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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