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좋은 곳에 쓰이기를! 내 돈이여!
복지인가? 지방 경제 살리기라던가? 거주하는 지방에서 발행하는 상품권을 구매하면 그만큼의 액수가 입금되는 장치가 국가의 녹을 먹고 사는 이들에게 있다.
며칠 전 일터 쪽지에서 읽었다.
'어서 해결하십시오. 곧 끝나갑니다.'
'아하, 연초에 이런 일들을 해 두니 마음이 참 편안하구나.'
내 반응이었다. 혼잣말로 이 바쁜 틈을 쪼개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기뻤다.
한데 그 후 이틀째부터였던가. 잊을 만하면 은근한 기운으로 내 뇌리에 떠오르는 글자가 있었다.
'온~'
그래, 읽은 듯도 싶고 아닌 듯도 싶고. 확 떠올랐으면 얼른 사이트를 열어 다시 검색했을 것을, 그 글자는 부웅 내 머리 꼭대기에서 맴돌다가는 언뜻 사라지고 없어졌다.
'아냐, 내년 복지 블라블라 해서 열어야 했을 때 보니 내가 카드를 얼마 쓰지 않아서 아직 청구할 금액이 남아 있다는 것이었지 지역 상품권을 아직 청구하지 않았다는 말은 없었어. 나, 분명, 올 초에 무려 일백만 원 어치를 사지 않았던가. 하여 그 금융기관에 딸린 마트를 얼마나 잘 이용했던가. 그래, 어서 더 구매해서 마트 이용에 사용해야 할 텐데'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꺼림칙하여 하루는 집에 돌아가서 물어 확인했다.
"있잖아, 우리 지역 상품권 산 것 말야. 올해 했지?"
"그래, 더 사자더니 왜 말이 없어?"
"응, 올해 청구할 금액은 훨씬 넘어선 금액이야. 다음 해 연초에 사서 어서 등록해야겠다. 연초에 사자고."
어제 일터 연말 어쩌고저쩌고해서 전체 모임이 있었다. 상품권을 담당하는 분이 일부러 일어서서 말했다.
"상품권을 오늘까지 청구하세요. 내일은 안 됩니다."
앞에 앉아있던 새파랗게 젊은, 어여쁜 아씨가 말했다.
"그게 뭐예요?"
"아니, 그것 모르고 있음? 작년에 하지 않았음? 있잖아, 우리 집 앞에 있는 *협에서 파는데. 나는 연초에 일백만 원어치나 사서 마트에서 잘 사용하고 있는데. 10퍼센트이던가. 할인도 됨. 오늘 꼭 해. 파는 곳을 모르면 내가 같이 갈게."
공주님 같은, 거의 매일 새로운 의상의 미인 동료는 관심이 없었다.
퇴근까지, 구매할 수 있을 시간이 두세 시간은 되었다.
'어휴, 어서 구매하지 왜 저럴까.'
전체 모임이 끝나고 내 방에 들어가 밀린 일을 하는데 자꾸 생각이 났다. 은연중에 내가 정말 처리했는가 싶어졌다. 어서 사이트를 열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바쁜 일이 있었다. 허나 꼭 어제까지 해야 할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연말이면 내 머리를 욱신거리게 하는, 굉장히 머리 아픈 일이었다. 내 뇌의 한쪽에서는 어서 상품권 등록 사이트를 열어보라는데 나는 그만 떡 입을 벌리고 앉아있는, 굳건히 다물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바쁜 듯하나 어제까지 꼭 해내야 하는 일은 아닌 일이 있었다. 나는 퇴근 시간이 훨씬 넘어서야 일터를 나설 수 있었다.
오늘 아침 일찍 출근하여 사이트를 열었다.
'온~ 상품권을 아직 청구하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내가 읽은 문구였다.
날아가 버렸다. 훨훨훨훨. 그러고 보니 요즈음 이곳 블로그에 자주 쓰는 의태어이다.
'훨훨훨훨'
잘 날아가렴. 고운 날개를 달고 부디 이 겨울을 힘들게 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내려앉으렴. 아름답게 쓰이렴, 꼭. 절대로 시꺼먼 배 속 깊이 더러운 탐욕들 꾸덕꾸덕 벌레로 들끓고 있는, 질질거리고 있는 인간들을 피하여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올 겨울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렴. 내게 오지 못하고 스러진 내 돈이여!
이런 때에 사용할 수 있는 훌륭한 문장이 있다.
'액땜 했다 치자.'
나는 이 문장을 앵앵거리면서 치킨 반 마리를 득득 뜯어먹었다. 아울러 붉은 와인 두 잔을 입술 안으로 들이부었다. 아, 어서 자자. 오늘은 머리를 감아야만 한다. 이런~, 어서 씻고 자자.
근데, 왜 이리 스팸 문자가 많담? 어찌 이를 처리함.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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