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다.
떠난다, 내일. 2박 3일의 여행이다. 사적인 것이 아니어서 뭐, 그다지, 몸도 마음도 가볍지는 않지만 어쨌든 더 넓은 범위로 움직일 수 있으므로 일단 '여행'이라 한다. 일터 '행사판'에 안내된 이름도 '..여행'이다.
'여행'이라는 것은 힐링을 하자고, 무거운 마음을 좀 가볍게 중화시키고자 떠나는 것이다. 한데 이놈의(?) 여행은 말이 여행이지 사실은 무거운 짐이다. '인솔'이라는 딱지가 내 임무에 붙어 있다는 것.
'인솔되다'라면 참 좋을 텐데 '인솔하다'이다. 피동과 사동, 능동과 주동. 뜻밖의 방향으로 글이 흘러간다. 주동은 사동과 대립되고 능동은 피동과 대립된다. 내일부터 행해지는 나의 행동은 어느 쪽인가.
별로 행하고 쉽지 않으나 내가 이끌어야 하므로 주동이면서 능동이다. 결코 좋아하는 일은 아니어서 어떤 일은 내가 하지 않고 남에게 시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동이다. 나의 명령 비슷한 행동에 의해 일을 행해야 하는 사람들은 피동이다. 한데 피동에 위치한 그들은 한편 굉장히 즐거워하는 일이다. 아무런 의미가 없이 마음대로 날아다닐 그들은 피동이지만 능동이기도 하다.
이런, 이런. 이런 여행이 어떻게 존재한다는 말인가. 도대체 내가 나의 입장에서 추구하는 목표와는 상관없는 일을 해내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라니. 2박 3일을 나는 모순의 미로 속에서 해매야 한다. 내 마음은 이미 얼룩져있고 나는 그 얼룩을 부여잡고 그래도 괜찮은 여행이었다는 평가를 또 받아야 하므로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슬프기도 하는 한편 일터 규격진 공간을 떠나 일단은 '펄펄' 정도에 가깝게 몸 움직일 수 있으므로 다행이기도 하다. 이런 모순이 나의 삶이라는 생각에 젖어드니 참, 세상만사가 너무 아프다. 탈출? 그 길에도 나는 발을 옮길 수 없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아니다. 운명이다.
최대한 나 스스로 '즐기는' 여행도 될 수 있도록 움직이자. 움직이고 움직이고 또 움직이자. 여행일진대 뛰는 발걸음의 무게가 천근만근이라는 것이 참 서러운 일이지만 어찌 하랴. 내가 택한 길이다. 가자.
내일과 모레, 이곳 블로그에 글을 쓸 수 있다면 그래도 행복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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