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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미술 작품을 파는 옥션들에 들렀다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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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을 파는 옥션들에 들렀다가 쓴다.

 

 

혹 저곳에 내가 찾고자 하는 작품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활 속 예술.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예술가가 되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벽면을 타고 끊임없이 증식해가는 하얀 좁쌀 같은 것들을 벽에서 끄집어내어 스케치북에 옮겨 확인하고 싶었다.”

현재 생존해있는 전 세계 여류 화가 중 가장 값비싼 작품을 제작해내는 이의 문장이다. 강박증으로 어려운 생을 살아온 일본의 여류 화가 쿠사마 야요이가 자기 작품 세계를 말한 내용이다.

 

늘 미술 작품을 읽는 것이 취미생활의 하나인 나는 이런 장면을 맞닥뜨리면 사실 심한 질투로 몸부림을 친다. 내게도 내 나름의 미술 세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꿈이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하찮고 텅 빈 도전인 듯 생각되겠지만 내 안에는 분명 끊임없이 잉태되고 성장하는 어떤 것이 있다. 무릇 확대 재생산되어 꾸물꾸물 기어 나오려고 몸부림을 치는 무엇이 있다. 한데 왜 분출되지 못하고 있을까. 왜 폭발하지 못하고 있을까. 왜 내 몸, 이 비좁은 내 육신 안에서만 조물조물 어리숙하게 활동하고만 있는 것일까.

 

왜, 우물 안 개구리가 되려고 하는 것일까. 이 긴 세월을 숨 고르기 상태에만 머무는 것일까. 용기백배하여 나의 세계 밖으로 탈출하려는 꿈을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지닌 숨구멍들을 통과하는 데에 게으른 이유가 무엇일까. 어쩐다고 바깥세상을 그리워하지 않은 것일까.

 

기왕 부리는 여유를 더 확실하게 불 밝히자는 생각에 오늘 오전, 현재 열한 시 사십팔 분의 시각에도 느긋이, 나긋이, 하세월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최근 들어 뜸해진 인터넷 플랫폼을 열어 그림 파는 가게들을 검색하였다. 얼마 전 그림들을 검색하다가 했던 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픽픽 웃어대면서 다시 열어봤는데 그 생각을 더욱 강하게 한다. 내가 사고 싶은 작품이 너무 비싸다.

‘에이, 남은 생을 오직 그림만 그려서 뭔가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 내자.’

라는 허랑방탕한 생각에 머무른다. 그 끝에 문득 최근 강의를 위해 다시 읽었던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세계를 쓴 책 속 위 문장이 떠올라 몇 줄 오늘의 일기 삼아 썼다.

 

어찌 되었든 쿠사마 야요이의 생이 참 부럽다고 나에게 무의미한 줄 뻔히 알면서도 거칠게 깡을 부려본다.

“나는 나를 예술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유년 시절에 시작되었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하여 예술을 추구할 뿐이다.”

라고 읊었던 쿠사마 야요이가 눈 부릅뜨고 내게 대든다.

“이런 못된 녀~ㄴ.”

깊이 반성한다.

 

실내에서 내다보기에는 참 따뜻한 일요일이다. 어젯밤부터 난방을 시작했다. 오직 포근한 기류만 존재하는 세상이 지금이다. 모두 몸도 마음도 따뜻한 일요일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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