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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영원한 나그네이며~
- 여러 날 우려 먹는다? 아니다. 늘상 곁에 두고 있어도 좋을 문장들이다. '마쓰오 바쇼의 하이쿠 선집(열림원 류시화 옮김)'에서 가져왔다.
"세월은 영원한 나그네이며, 왔다가 가는 해(年) 또한 나그네이다. 끊임없이 오가는 배 위에서 인생을 보내는 뱃사공이나 말의 고삐를 잡고 늙음을 맞이하는 마부는 매일매일이 여행이기에 여행은 자신의 거처로 여긴다. 옛사람들도 여행길에서 죽음을 맞이한 이가 많다. 어느 해부터인가 나도 조각구름을 몰아가는 바람을 따라 방랑하고픈 생각을 누를 수 없어 해변을 떠돌다가 지난해 가을 강변 오두박으로 돌아와 거미줄을 걷어내는 사이에 그 해도 저물었다. 입춘을 맞아 봄 안개 자욱한 하늘이 되자 길을 떠나고픈 생각에 소조로 신(사람의 마음을 유혹하는 신)이 들린 듯 마음이 미칠 것 같아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류시화는 시인의 마음 속에서 격랑처럼 이는 여행에의 갈구를 느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나는 덧붙인다. 바쇼의 삶에 대한 인식.
그는 어쩌면 삶과 죽음을 늘 함께 가지고 다니지 않았을까. 어느 사람 그러지 아니한 사람이 있을까마는 그는 삶과 죽음을 일란성 쌍둥이의 생을 꾸리는 철학으로 싸 안고 삶을 떠돌지 않았을까.
내가 이 문장을 고이 기억해 이곳에 적는 것은 현재 내 마음을 제대로 드러낸 표현이라고 여겨져서이다. 살아오고 보니 이렇다는 것이다. 나는 바쇼처럼 숭고한 방랑으로 살지 못했다. 앞으로도 영 그러하리라. 평생 그리 살지 못한 것은 '목구멍이 포도청'이기게 그러했다는 변명으로 하소연할 수 있으나 나는 유독 다른 이들보다 빠른 시기에 이 생각에 진입했다.
어떻게 살까에 앞서 어떻게 죽을까를 걱정하는 삶. 대단한 철학은 아닐지라도 이런 저런 이유로 나는 어느덧 내 삶에 대한 고뇌와 함께 고이 죽어가는 삶을 꿈꾸고 있다.
'부디 누구에게도 짐이 되지 않은 죽음이기를. 가능하면 짧은 질병의 침대 위에 눕다 가기를. 고요히 소리소문없이 사라질 수 있기를~'
나는 간절히 바란다.
나도, 떠돌고 싶다. 바쇼처럼 아무 것도 들지 않고 남은 생을 진행하고 싶다. 그 길 위에서 삶을 마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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