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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내 삶을 뒤흔든 책과 문장 그리고 언어

칼 라르손 -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이소영 씀, 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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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라르손 -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이소영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 평범한 것들을 자연 시 하지 말자.

 

사흘에 걸쳐 읽었다. 쑥쑥 일어졌다. 차분하게 그림을 읽어내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 한 권 사서 곁에 두고 늘 읽고, 보고 싶다.

 

 

이렇게 황홀한 일상들이라면 충분히 살아야 할 가치가 있으리라. 올여름, 스무여 권의 책을 읽었다. 초여름 어느날, 무더기로 대여해 온 책들, 열일곱 권. 여름 휴가 중 모두 읽으려니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열심히 읽었다. 세 권은 아직 읽지 못했다.

 

대여 목록 중 두꺼운 부피의 책 몇 중 한 권이 이 책이었다.

"칼 라르손 -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이소영 씀, 알에이치코리아)"

칼 라르손의 그림 인쇄본과 작가의 감상 소감이 있는 책. 뒷부분에는 북유럽 몇 작가들의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한 가정의 일상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화가 칼 라르손이 미술인 아내와 함께 꾸려가는 매일을 화첩에 담은 그림 모음이 역사가 되고 고국 스웨덴의 국민화가가 되게 했다는 내용이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국민화가. 사실주의 화가이자 미술공예운동의 대표 주자. 어린 시절 아버지의 가출(?) 그리고 가정폭력 때문에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낸 칼. 그는 한부모가정이나 다름없는 상황 속에 악전고투. 형편이 어려웠다.

 

칼 라르손에게 하늘은 아내를 보냈다. 카린. 그녀도 미술인이었다. 넉넉했다. 부유한 가정, 화목한 집안 출신이었다. 칼은 그녀와 결혼 후 자기 꿈을 펼쳐간다. 사랑하는 아내 여러 자녀와 함께. 그는 행복한 가정을 화폭에 담았다. 대부분 실제 자신의 가정생활을 그렸다. 복덩이였던 그의 아내는 그의 삶과 그의 작품 스타일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유화, 수채화와 프레스코로 이루어진 그의 그림은 그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온화함을 온통 담고 있다고 한다.

 

자녀들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그렸다. 크거나 작거나 가족이 함께한 행사는 빠짐없이 그림으로 남겼다. 때로 무료하게, 멍하니 앉아 뭔가를 바라보는 자녀의 모습, 숨바꼭질 등 아이들 나름, 휘황찬란한 놀이로 마냥 즐거운 모습, 함께 일하는 모습 등을 화지에 표현한다. 때로 그의 가족과 함께 부수 가족들도 그 수고로움과 함께 그림으로 남겼다. 실제로 칼 라르손은 가족들에게 매우 온화하고 따뜻한 가장이었다고 한다. 장인으로부터 받은 변두리 집을 아내의 공예작품과 자신이 쓴 글귀, 그림, 건축 등으로 멋지게 꾸몄다. 이는 이케아의 롤 모델이라고 한다.

 

그림이라는 것이 그야말로 소소한 일상인데, 하루하루 살아내는 소박한 아웅다웅! 너와 나 할 것 없이 살아나가는 평범한 나날인데 화가 칼 라르손의 일상은 특별하다. 그가 화폭에 담아낸 결과이다. 그와 아내와 자녀들이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 가꾼 터전 때문이다.

 

위대한 신화 담기가 아닌데도 한껏 신비롭다. 웅장하고 성스러운 종교화가 아닌데도 종교화 못지 않게 고아하다. 거창한 국가 행사나 민족의 행사나 세계사 한 컷이 아닌데도 다양한 범주의 역사화이다. 최선의 단아함이 담긴 아리따운 그림들이다. 온갖 사람살이가 다 담긴 거대한 인류사로 여겨진다.

 

나와 너와 우리가 지냈을, 지내고 있는, 그리고 지낼 사건들의 집합처다. 그림 속 정겨움과 평온함과 다양한 관계의 표식이 마치 하느님이 칼 라르손네에 부여한 특별사같다. 내가 보낸 어제가 있는 그림인데 말이다.

 

수록된 그림마다 작가가 덧붙인 문장을 읽은 맛이 그림을 읽는 재미 못지않다. 이소영의 글, 글들 중 대표하는 문장을 붙잡았다.

'평범한 것들을 자연 시 하지 않을 거야.'

'나도 그럴 거다.'

내가 사는 순간들 모두 고상한 사건이구나. 우아한 아름다움이구나. 칼 라르손은 남겼을 뿐이다. 그렇담 나는? 내 일상을 아름답게 남길 방법은?

 

우선, 열심히 사는 거다. 생각하면서 꾸준히 사는 거다. 이미 살아버린 삶. 칼 라르손처럼 그림으로 누구처럼 멋진 글로, 또 누구처럼 멋진 공예 등으로는 남길 수 없을지언정 아직 남은 세월 매일 열심히 살면 되는 거다.

 

조용히 나를 달래면서 마지막 책장을 닫았다. 그러나 칼 라르손의 그림을, 그의 그림 속 가족들을, 그가 열심히 꾸려 가꾼 그의 정원과 집을 늘 보고 싶다. 이 책을 사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그래, 그림 읽는 재미가 있어 또 내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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