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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음악

소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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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게인 3>의 끝에서 쓴다

- 소수빈의 음악을 들으면 영혼이 청소되는 느낌이었다. 추승엽의 노래는 고유명사였다.

 

"머물러주오"를 부르는 소수빈. - 유튜브 스크린숏으로 가져옴

 

 

jtbc. 이 방송국에서 치러지는 각종 오디션을 신뢰한다. <슈퍼밴드>니, <팬텀싱어>니, <풍류대장>이니 <슈퍼밴드> 등 수준 높은 내용이다. 내가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들과 일치한다. 그곳 오디션에 출연하는 가수들은 수준이 높다. jtbc는 내 높은 음악의 수준을 충족시켜 준다. (ㅎㅎ)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 특정 프로그램이 아니면 텔레비전을 보는 일이 없는 내가 유독 jtbc의 오디션들에 흥미가 느껴지는 것을 보니 나와 JTBC와의 합이 음악 분야에서는 크게 맞나 보다. 감사하다. 내게는 도무지 별 볼 일이 없는 각종 대중매체의 영상 프로그램이 지겹다. 여러 음악 장르를 알차게 매무새를 갖춰 진행하는 jtbc의 오디션은 얼마나 신선하고 알차고 아름다운 오디션인가. (순전히 내 생각을 읊어보면 말이다.)

 

몇 년 전부터 <싱어게인>이라는 타이틀로 또 다른 방향에서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어제(오늘이었구나.) 끝난 이 프로그램이 벌써 3회. 시즌1과 2에서 나는 김기태를 만날 수 있어서 기뻤고 정홍일의 록을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이승윤의 자유와 희망으로 뒤범벅이 된 음악을 대면하면 마음이 풍요로워졌다.

 

<싱어게인 3>. 첫 회를 봤다. 이번 회에 내가 아는 이들은 우승자가 된 홍이삭과 악퉁의 보컬이면서 이번에 7위를 한 추승엽, <슈퍼밴드(2019년)> 이후 한달 여 매일 아침 자기 목소리를 나로 하여금 듣게 했던 그룹 '퍼플레인'의 채보훈이었다. 반가웠다. 추승엽은 많은 나이에 쉬운 걸음이 아니었을 텐데 용기를 내서 출연한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모객'을 해야 하는 가수의 마음. 그를 알게 된 것은 '탑밴드'라는 또 다른 방송국 경연 프로그램이었다.

 

이번 회에서 새로 만난 얼굴이 소수빈이다. 그외 몇이 있지만 내가 싱어게인 3에서 알게 된 가수 중 오늘 글에서는 소수빈 만을 들먹이겠다. 1회전, 2회전, 3회전 등 결승 본 무대까지 소수빈은 그다지 독창적이거나 특색있는 소리로 나를 붙잡지 못했다. 내가 방송을 바로 볼 수 없었기에 크게 관심을 기울일 수 없었던 것이 이유이기도 하겠다. 중반전까지는 그저 평범한, 노래 잘하는, 별 독창성을 지니지는 않은 노래꾼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7회전이었던가. 아마 그럴 거다. 그가 지금은 우승자에 오른 홍이삭과 대결했던 듯싶다. 둘의 대결에서 그가 떨어졌다. 심사위원들이 준 점수의 합에 의해서. 이전 회차는 제대로 보질 않았고 별 관심도 없었는데 그 회차의 소수빈은 대단했다. 나는 소수빈을 택했는데 심사위원들은 홍이삭이었다. 어쩌랴. '패자부활'이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안심했다. 왜? 너무 잘했으므로, 심사위원들도 당장은 떨어뜨렸지만 소수빈을 쉽게 버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부활했다. 그리고 무사히 7인의 가수, 본선 진출 팀에 뽑혔다. 결승으로 가는 길, 나는 이미 채보훈과 추승엽을 알고 있었다. 그들의 무명 기간을 알고 있었다. 그들의 결승전 진출에 관심이 컸다. 불행히도 채보훈이 추승엽과 대결했다. 채보훈도 참 잘했다. 심사위원들도 둘 다 너무 잘해서 패자부활전으로 넘기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패자전에 있는 가수들을 줄 지었어야지 않은가. 심사위원들은 그렇지 않았다. 채보훈과 추승엽을 함께 띄울 수도 버릴 수도 없다더니 패자 라인에서 채보훈을 팽개쳤다. 자기네들이 말한 심사 기준을 순식간에 저버렸다. 모른 척했다. 어떤 말도 하지 않은 척 입을 씻어버렸다.

 

결승 2차전에서의 추승엽. 유튜브 스크린숏으로 가져옴

 

 

그쯤에서 나는 추승엽도 싱어게인 3의 무대 한 귀퉁이로 모셔두기로 했다. 어쩔 수 없었다. 시청자들에게 푼 문자 투표는 대부분 여자. 젊은이가 응대했다. 마흔일곱(?)의 추승엽을 '올드하다'고 폐기한 듯한 댓글들, 쇳소리(?) 비슷한 소리가 나온다며 '호불호'를 들먹이는 문장들을 여럿 발견했기 때문이다. 일단 본선 진출만으로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충분히 했다고 나를 얼렀다. 그리고 마음으로 추승엽을 달랬다. 그가 애써 움직인 무명의 시절을 눈감기로 했다.

 

내가 응원해야 할 사람을 뽑았다. 단연코 소수빈. 그의 노래는 정말이지 너무 쉬웠다. 그가 표방한 대로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가수가 되어 내게 왔다. 나도 쉽게 그를 안았다. 꾸준히 홍이삭을 투표하던 사람들이 본선이 시작될 즈음 소수빈으로 옮겨갔다는 신문 기사를 읽을 수 있었다. 너무 많이 낯이 익은 홍이삭이 나는 무명가수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 무명 가수전이잖아. 신선해야지. 어찌 무명 가수가 늘 봤던, 대중적으로 공개되었던 사람이겠는가. 맞다. 무명 가수전이니까 소수빈이 맞다. 그래, 문자 투표를 하는 이들도 뭔가를 느끼는구나. 그래, 사람이라면 그래야지.'

 

본선 1차전. 텔레비전이 망가져서 방송을 바로 볼 수 없는 나는 유튜브를 통해서야 소수빈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추승엽과 소수빈의 노래만 들었다. 젊은이의 희망 사항을 가감 없이 노랫말로 들어 앉힌 이무진의 곡을 노래한 추승엽. "땅과 소년" 작곡자의 아버지뻘인 추승엽은 정말이지 최선을 다해서, 낱말 하나하나 꼭꼭 씹어 삼키면서, '젊은이들이여, 너희들의 소망을 내가 노래하마.'라는 심정으로 노래를 불렀다. 안쓰러웠다. 눈물겨웠다. 더군다나 1번이었다.

 

소수빈. 알고 있던 가수도 아니고 1회전부터 관심 깊게 봤던 친구도 아니었다. '10인 진출전'에서부터 나를 소유한 그의 음악을 샅샅이 분석하면서 들으리라는 생각으로 그의 노래에 집중했다. 작곡자가 누구였던가. 추승엽을 너무 힘들게(? 하기는, 어쩌면 젊은이들이 앞으로, 길이길이 추승엽을 기억할 수 있는 노래가 될 수도 있겠으나) 했던 작곡자를 떠올리면서 소수빈도 우려했으나 소수빈의 곡은 소수빈과 딱 맞았다. 안성맞춤이었다. 소수빈에게 제격이면서 적격이었다.

 

소수빈이 결승 1차전에서 부른 노래는 시가 지닌 아름다운 운율을 지닌 노랫말이었다. 가락은 생의 순환을 담은 높고 낮음이었다. 그는 그야말로 자기 소리에 인간의 영혼을 불러들여 노래했다. 때에 따라 필요한 간사함을 부리지 못해서 사람들을 아찔하게 하곤 하는 내 성격에, 내가 지니고 있던 알량한 정신은 사뭇 진하게 가라앉고 내려앉을 것 같았다. 온몸을 지탱하게 하던 바닥 저 아래, 응축된 힘으로 은근하게 지축을 흔들게 하던, 감사와 반성과 회한과 소망을 함께 안고 싶어지는 마음을 갖게 한 소수빈의 노래는 "머물러주오"였다. 그룹 '바버렛츠'의 안신애 곡이었다.

 

소수빈은 티를 내지 않았다. 내 노래를 들으라고 하는 방식의 강박관념을 강요하지 않았다. 이 곡, 참 대단한 곡이니 집중하라는 눈빛도 주지 않았다. 기어코 해내고야 말겠다는 욕심 한 푼도 머리에 이지 않은 채 노래했다. 담담하게, 때로 간절하게, 사람들의 마음 깊숙이 자기 소리를 앉혀두었다. 그런 것을 전율이라고 할까. 어지간히 까탈스럽고 무던히도 감성에 잡히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사는 나는 사람들이 '전율이 일었다.' 하고 말할 때면 힘들어진다. '전율이 일었다?', 대체 그 정도는 어떤 정도를 말하는 것일까. 저렇게 말하는 저 사람, 너무 쉽게 말하는 것 아닌가, 괜한 억지 표현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물론 최근 몇 년 새, 내 나이의 삶에 필수 요소로 심어진 여유 덕분인지 진짜로 노래다운 노래를 그들이 불러서인지 나도 전율을 느낀 적이 몇 번 있기는 하다.

 

모두 JTBC 오디션에서였다. <팬텀싱어 1>에서의 "카루소(이동신과 곽동현이 부름)", <팬텀싱어 3>에서의 "흥타령(라비던스)", <풍류대장>에서 서도밴드와 박정현이 부른 "이별가", 같은 프로그램에서 국악인 김준수가 부른 "살아야지", 그리고 지난해 <팬텀싱어 4>의 결승 1차전 포르테나가 불렀던 "Neapolis". 그리고 이번 <싱어게인 3>에서는 소수빈의 "머물러주오"와 최종 결승전에서 추승엽이 부른 "언제나 그대 내 곁에". (아하, 김호중의 노래도 있는데~, 그는 타 방송 오디션 출신이므로 따로, 다음 기회에~)

 

나는 또 당분간 어떤 하루는 소수빈의 "머물러주오"로 하루를 시작하고 또 다른 하루는 추승엽의 "언제나 그대 내 곁에"로 하루의 문을 열 것이다. 나, 당분간,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내 하루의 시작을 동행할 아름다운 노래가 있다는 것이. 등수에 상관없이 이번 <싱어게인 3>에서 나의 영혼을 위로해주고 따스하게 보살펴준 가수는 소수빈과 추승엽이다. 잘 될 거다. 내가 간절히 기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간절히, 무명의 차가운 길을 건넌 이, 소수빈과 추승엽이여. 열심히 노래하라. 마음껏 부르고 싶은 노래들을 부르리라.

 

<싱어게인 3>에 출연한 모든 가수들이여, 당신들 덕분에 2024년 연초가 행복했다. 모두 자기 노래를 곳곳에서 부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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