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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음악

피아니스트이자 편곡자인 장지원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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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이자 편곡자인 장지원 님에게 반했다.

- 2024년 1월 13일 불후의 명곡에서 김호중과 리베란테의 "Tiritomba"를 듣고

 

 

편곡 장지원. <불후의 명곡> 홈피에서 가져옴

 

 

한양에 사는 언니로부터 시작되었다. 며칠 전부터 내려오는 소식이 요란했다.

"아이, 낼모레 <불후의 명곡>에 뜬단다야. 텔레비전 봐라이."

"누구?"

"호중이, 우리 호중이. 김호중이가 나온다고."

"오호, 그래? 뭐 부름?"

"거, 니 좋아하는 팬텀싱어 1등짜리하고 나온단다야. 리, 뭐라더라? 근께 클래식을 부른단다야. 니 소원대로!"

"오호, 리베란테? 두 팀이 콜라보를 한다고?"

"그래, 콜라본가 뭔가 한단다야. 굉장하단다. 거, 뭐, 있잖냐. 따따따따따~, 굉장히 빠른 곡 말이다. 외국 곡인디. 그것을 부른단다야. 딱 니 취향 아니냐? 팬텀싱어 팀까지 나온단다야. 꼭 봐라이!"

"아하, 그럼 김호중이 클래식을 부른다? 그럼 봐야지."

"아이, 클래식이고 트로토고 김호중이는 다 잘해야."

"아니여, 나는 김호중이는 클래식만 부르면 좋겠어. 목도 아껴야 하는디, 거 이리저리 소리를 꽈야 하는 트로트를 하다 보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단 말이여. 전해. 김호중이한테 전하라고. 클래식만 부르라고. 거, 팬들이 그런 것을 해야지. 그게 진정한 팬덤인 것이여, 엉?"

"그래, 알았다야 알았어. 내가 뭔 힘이 있다냐. 어쨌든 이번 <불후의 명곡>은 꼭 봐라잉."

 

우리 언니가 좋아하는 김호중. 나도 좋아한다. 김호중과 리베란테의   "Tiritomba" , <불후의 명곡> 홈피에서 가져옴

 

아, 그래. 꼭 보겠노라고 약속했는데 텔레비전이 고장이 났다. 텔레비전과는 구십구 점 구 퍼센트 상관없이 세상을 사는 우리집 남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내가 사야 한다. 텔레비전을 내 돈으로 내가 사야 한다. 내가 골라야 한다. 한데 여러 가지로 고민이다. 크기, 유명 메이커냐 그냥 여러 기능 필요없이 저가냐 등등. 하여 나는 텔레비전을 볼 수 없다. 

"어이, 텔레비전이 없네야. 아직 안 샀거든. 할 수 없네. 프로그램에서 부르고 나면 볼테니까 김호중이 부르면 내게 전화 넣어. 방송국에서 방송 후 올리는 영상으로 봐야겄네."

"어이쿠. 징그럽다야. 돈 싸서 안고 죽을래? 텔레비전 고장났다고 한지 벌써 2주일이 다 된 것 같다야. 아직도 안 샀어? 알았다야."

'팍' 소리가 강하게 핸드폰을 울린다. 언니는 삐졌다.

 

언니는 가수 김호중의 팬이다. 아들 대학 1년 때 그리고 딸 중1 때 세상을 뜬 남편으로 인해 공장 식당에 취직하여 자식 키우기에 젊음을 다 바친 언니. 그 언니가 김호중의 팬이라고 했을 때 나는 하하하하 웃었다.

"김호중이가 누구?"

"아, 텔레비전 좀 보고 살아라야. 지금 난리여야, 난리."

몇 년 전이었을까. 어떤 오디션에 이러고 저런 가수 김호중이 나왔는데 노래를 얼마나 잘 부르는지 모른다며 좋아 환장하던 언니. 언니는 김호중의 목소리가 담긴 CD를 다섯 개나 사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선물을 할 정도로 김호중의 팬이다. 그녀가 김호중의 팬 사이트에 인터넷 자판을 두들겨서 글도 올렸다는 말에 나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김호중과 리베란테의   "Tiritomba" , <불후의 명곡> 홈피에서 가져옴

 

어쨌든 나는 봤다. 어제, <불후의 명곡> 사이트에서 방송 후 올려놓은 김호중의 노래를 보고 들었다. 첫번째로 등장했단다. "Champion"을  불렀다. 첫 무대라 했다. 내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반성한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에게 너무 높은 기대치를 들이대서 가수들을 피곤하게 한다. 가수들은 나 같은  팬들의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목을 쥐어짜면서 연습을 하겠는가. 이를 잘 알기에 나는 꼭 기대하고 반성하고를 반복한다. 

 

"챔피언"을 부르는 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했다. 

'아이고, 우리 언니 얼마나 속이 상했을 고. <불후의 명곡>이면 경연인데 첫 번째 출연은 거의 우승과는 거리라 멀 텐데. 더군다나 윤하에 정동하까지 출연진이 짱짱하구만. 이를 어쩐다. 리베란테는 다음 주에 따로 나오나 본데 무슨 콜라보는 콜라보야?'

김호중의 첫 노래만 보고 듣고는 텔레비전에서 나왔다. 이 노래에 대한 나의 생각을 언니에게 알리는 것도 생략했다. 언니는 이미 속이 진탕 상해 있을 것이다. 1승이나 할 수 있을까 하면서 내 계획된 일을 하고 있었다.

 

저녁이 되었다. 열 시나 되었으려나. 핸드폰이 울렸다.

"아이, 봤냐?"

침착하려고 애를 썼다.

"텔레비전이 없댔잖아. 김호중은 봤어. 인터넷으로. "Champion"을  부른던데. 별로야, 별로였다고. 내가 기대한 만큼 부르지 못했어. 1승이라도 했어?"

"아니어야. <불후의 명곡>이 이번에는 경연을 하지 않고 뭔 청소년 경기하는 곳에 가서 마치 축제를 하는 것같이 노래를 불렀단다. 김호중이가 여러 곡 불렀어야. 언능 다시 들어가서 봐라야. 리베란테하고도 그 노래, 빠른 노래를 불렀는디 얼마나 좋은가 몰라야."

유튜브를 켰다. 김호중이 서너 곡을 불렀나 보다.

 

김호중이 리베란테와 함께 부른 곡은 이탈리아 민요(노동요로 알고 있다.) "Tiritomba"

 

한밤중이 되도록 아마 스무 번은 들었을 거다. 사방으로 문을 꼭꼭 걸어 잠갔다. 새날 한 시가 넘은 시각까지 들었다. 아랫집과 윗집에 미안하지만 할 수 없었다. 노동요가 이렇게 웅장할 수가 있다니.  "Tiritomba" 를 잘 알지만 내가 크게 좋아하는 곳은 아니었다. 너무 낭창낭창해서 조금 거리감이 느껴지는 곳이다, 내게는. 한데 두 팀이 지금껏 내가 들은  "Tiritomba" 중 최고의 노래를 불렀다. 이렇게나 밝게, 즐겁게, 신이 나는 음악이라니. 내 온몸에 그득 쌓인 온갖 악이 스르르 자체 소멸의 길로 사라져가는 기분이었다. 행복했다. 

 

김호중과 리베란테의   "Tiritomba" , <불후의 명곡> 홈피에서 가져옴

 

오늘 아침 언니에게 전화를 넣었다. 당신의 가수 김호중이 참 대단하다고. 리베란테도 멋지다고. 

"거봐라. 김호중이는 달라야. 나도 인제 니처럼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어야."

"근디 어제 편곡이 참 잘 된 것 같지 않디?"

"오호, 그런 것도 느껴? 내 생각에도 그래, 정말로 편곡을 참 잘했어. 누가 편곡했어?"

"아이, 노래 시작할 때 나오잖아. 화면 아래 말이다. 장지 누구라고. <불후의 명곡?에서 피아노를 치는 사람 있잖아."

"아하, <불후의 명곡> 피아노? 나 그 사람 무지 좋아하는데. 그 사람이 편곡했어?"

"야, 그 사람 대단해야. 트로트 경연하면 그 사람이 편곡을 다 한단다야. 글고 그 사람이 우리 호중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야. 우리 김호중이가 대단하다고 칭찬했다더라. 그 사람이 보기에 우리 호중이가 모르는 음악이 없단다야. 글고 후배들을 그리 무대에 세울라고 애를 쓴단다야. 얼마나 착하냐 우리 호중이."

 

나는 장지원을 잘 안다. 으흠, 구체적인 일생을 아는 것이 아니다.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그를 만난 것은 <불후의 명곡> 덕분이다. 가끔 목소리만으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이 있는데 그들 대부분은 정말로 자기 소리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이 그런다. 그렇게 부르는 솔로 음악을 나는 참 좋아한다. 어느 누가 그렇지 아니하랴마는 내가 좋아하는 강도는 더 세다. 이때 대부분 피아노 연주가 베이스로 깔아지기 마련인데 <불후의 명곡>에서는 대부분 장지원 님이 연주를 맡아 하신다. 그런 무대를 볼 때마다 얼마나 장지원 님이 든든한지 모른다. 가수의 목소리를 한껏 끌어 올려주는 역할을 맡아 하신다. 대단하다는 생각을 늘 해 왔다. 그 많은 곡의 연주를 해내시는 모습이 참 멋졌다.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언니가 전해주는 말을 듣고 나는 결국 흥분하여 인터넷에 장지원 님을 검색했다. 진짜로, 어느 프로그램의 그 많은 곡 모두 장지원 님이 편곡했단다. 우선 내 사람 보는 눈이 맞다 생각하니 나 자신이 든든했다. 장지원 님이 참 대단하게 여겨졌다. 여러 곡을, 더군다나 한 프로그램의 모든 곡을 편곡하려면 각 곡의 분위기를 살리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닐 텐데 능력이 참 대단한 분이신가 보다. 거기에다 나를 더 기쁘게 한 것은 록 그룹에서도 활동했다는 것. 록 그룹 활동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몇 배 더해지는 기쁨이었다.

 

김호중과 리베란테의 "Tiritomba"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편곡의 힘이 더더욱 멋진 음악을 탄생시켰다. 강약을 제대로 살렸다. 멈춤과 이음을 효과적으로 진행시켰다. 그윽함과 음의 폭발이 조화로웠다. 무엇보다 두 팀의 함이 참 좋았다. 이 곡은 이탈리아 어부들의 노동요에서 출발했다고 알고 있다. 뜻은 '수선화'. 김호중과 리베란테는 노동요의 특성을 확실하게 보여 줬다.

 

가수와 무대와 관객이 힘과 흥을 함께 일궈내게 하는 든든한 무대였다. 여전히 무식쟁이 대열에 자기가 있노라고 말하곤 하는 우리 언니가 능히 자랑할 만한 곡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 가수도 가수려니와 편곡자 장지원 님께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기존의 곡을 살리고 죽이는 것은 곧 편곡자의 능력이다. 더군다나 타국의 노래를 이렇게나 멋지게 편곡하여 무대에 올리다니. 당분간 계속해서 장지원 편곡 이탈리아 노동요인 '수선화'라는 의미의 "Tiritomba"를 열심히 들을 것이다. 김호중과 리베란테의 목소리로.

 

김호중은 어서 세계 무대로 진출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참, 그가 부르는 대중가요 중 나는 양희은의 노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참 좋아한다. 김호중의 노래이다. "테스"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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