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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음악

지올 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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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지올 팍(Zior Park)에게 빠졌다. 아마 쉽게 헤어 나오기 힘들 것 같다.

 

 

 

'지올 팍'의 음악 '크리스찬' 중. 스크린숏으로가져옴

 

어제 아침이었을까, 아니다. 서너 날은 지났나? 그를 처음 만난 것은. 그래, 유튜브 숏에서 그의 음악을 접했다. 우연히, 아주 우연히. 그냥 지나치려던 숏의 한 컷이 내 눈에 잡혔다. 어느 개그우먼의 즐거운 춤 일상을 보다가 몇, 아래로 스크롤 중 내 눈과 귀를 사로잡은 사람이 있었다. 뭔가 있겠다 싶어 영상을 열었다. '지올 팍'이었다. 그가 여장하여 교회 집사님들 사이에서 부르는 자작곡은 '크리스천'이었다. 아니 'Zior Park'의 노래 'CHRISTIAN'이 맞겠다. 그가 내놓은 상태, 영어 그대로. 

 

'CHRISTIAN'은 숏 영상만으로도 그가 무엇을 자기 음악에 싣고 싶었는지 알 수 있었다. 

Money makes me feel better
You told me it was a ticket to hell, ok how come?
Do you think that I'm a devil?
Sex makes me feel better, how could you judge me?
I know you don't deserve to
Now You act like a Pharisee

......

......

......

 

 

지올 팍의 '크리스찬' 중. 스크린숏으로 가져옴

 

 

 

돈, 돈, 돈. 지옥행 티켓? 아냐, 섹스? 나를 기분 좋게 해. 야, 네가 왜 날 판단해? 너, 바리새인?

결국 티 없이 맑았던 어느 날, 그리운 그 날을 데리고 오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이제는 제 몸, 제정신이면서도 제 맘대로 살아내질 못하는 자기 모습에 어처구니없어 줄어든 일상에 어처구니없어하는 현재.

"어릴 적 순수가 그리워요."

그가 부르짖고 있었다. 존나(굉장히), 나는 존나(굉장히) 크리스천. 여전히 크리스천. 그러나 돌아가고 싶어. 내 어머니도 그래. 어릴 적 나의 모습이 그립다고. 주여, 이런 나를 용서하시오.

 

바로 본 영상을 찾았다. 재미교포 혹은 돈 많은 금수저 집안의 미국 유학 경험자로 느껴졌다. 굉장히(존나), 노랫말이 계속 영어이길래. 미국 생활 중 한없이 찌그러져가는, 자기 자신을 잃은 채 살고 있다가 어느 날 문득 천재 감성이 폭발해서 드디어 빛을 본 운 좋은 가수라는 생각을 일순간 했다.

 

몇, 그의 노래를 더 들으면서, 최근 열심히 듣고 있는 철학 강의 중 구조주의자들의 주장, '너의 말에도 너의 행동에도 너는 없다.'가 떠올랐다. '너는 생각한다. 고로 너는 존재한다.'가 아닌. 뭐, 딱히 구조주의자들의 주장을 고려한 것이겠냐마는 지올 팍은 도대체 자기 영혼을 어디에 두고 사는지 알 수 없는 현대인들, 아니 근본적인 인간 존재의 삶의 양상을 두드리고 싶지 않았을까. 그 자신, 나 자신, 우리 모두 자기 자신의 모습을 향한 투쟁을 어서 해야 함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가 출연한, 유튜브 몇 영상을 찾으니 최근 여러 유명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나 보다. 통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과는 원거리를 유지하면서 사는 통에 나는 그를 이미 만나지 못한 상태였구나. 어서 만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나무 위키로 그를 찾았고 어느 개그맨 세 명이 운영하는 유튜브에서 손님으로 출연한 그도 만났다. 내가 가끔 찾아서 보는 가수들 중 한 명인 박재범이 진행하는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했구나. 그곳 영상에서 부르는 '빗속에서'였던가. 나이 많은 나는 그런 취향의 노래를 또 좋아하는 관계로 그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 그만 푹 빠지고 말았다. 

 

그는 유학생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재미교포 2, 3세도 아니었다. 한양 땅 영등포구 태생의 한국인이었다. 방송 출연에서 밝힌 그의 행적을 보니 미국에서 앱 개발을 하고자 했나 보다. 충분히 가능했을 성싶은데 분명, 추측하건대 주변인들로부터 많은 실망을 겪은 듯싶다. 잘한 거다. 이렇게 멋진 음악, 얕으나마 나의 철학을 살펴보게 하는 음악이라니. 고맙다. 음악으로 내게 온 그가 참 다행이다. 그의 실패 전적이 참 좋은 그의 힘이 되었나 보다. 앱 개발에 묻혔다면 디지털 쪼리인 나는 분명 그를 만날 기회가 없었을 것이니, 얼마나 다행인가. 

 

 

 

'지올 팍'의 음악 '크리스찬' 중. 스크린숏으로가져옴

 

 

뮤직비디오 속 그는 내게 큰 감명을 줬다. 아이디어가 대단하다. 노래 가사를 단단히 어필할 수 있는 실한 내용의 영상이다. 심미적인 방향에서도 충분히 멋진 내용이다. 무엇보다 최근 들어 '대체 왜 사는가,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하고 살아왔는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내가 살아내고 있는 우주의 근본은 무엇인가.'라는 허무의 주제에 빠진 채 헤어 나오지를 못하고 있는 이 늙은 여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담은 구성이었고 연기였다. 

 

무엇보다 그의 음악은 사방을 건든다. 무던한 너를 심심풀이로 찔러보는 것이 아니라 뒹굴거리는 듯 보이면서도 마냥 품고 있는 삶의 의문 부호가 많은 이들에게 흐물거리면서 다가가 탁탁 친다. 사람이라면 지니고 있을, 이 물음과 저 물음을 폭폭 삶아가면서 뒤적거리게 한다. 도대체 푹푹 찌는 것이 무엇이며 콜콜 사람을 주물럭거리면서 불러내는 것이 어쩐 일이며 드그득 드그득 사람 속을 긁어대는 사람 또한 그 누구인지를 곰곰 짚어보게 한다. 

 

그의 소리는 다중성을 띤다. 양극을 위아래로 오가면서 철퍼덕 펄떡 춤춘다. 오른 왼, 가로세로 종횡무진 오가면서, 사방을 오가는 방위표의 범위를 주무른다. 양성, 남성인가 하면 여성, 여성인가 하면 저만큼 중성의 범위에 서서 현생을 질타한다. 그의 소리들로 어우러진 합은 마침내 물음표를 진짜 물음 하게 한다. 혼돈을 더욱 어지럽게 하고 오리무중 뿌연 안갯속의 사람들을 더욱 길 잃게 한다. 물론 언젠가는 환한 대낮을 만날 수 있는 환호성을 마련하여 갖추고 있게 하면서. 

 

이 참에, 나 존나, 영어 노래 한번 외워서 불러볼까도 싶다. 희망자를 좀 모집하여 성공에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단체 양상으로 거창하게 움직여볼까나. '지올 팍'. 그의 목소리는 어떤 가수와도 비교 불가능한 독보적인 독창성을 지녔다. 이것이 그의 최대 강점이다. 더군다나 그 소리에 온 대중을 불러들이는 묘한 매력이 있다. 성 불문, 나이 불문, 돈이 있는 이, 돈이 없는 이 불문. 그의 노래는 그의 생에서 우러나와 튼튼하고 단단하게 쌓은 멋진 성이었다. 기대한다. 

 

푸하하하하, 그의 노랫말 한국어 번역 가사에서 그대로 데려와 쓴 '존나'를 이곳 티스토리 블로그 맞춤법에서 가만두질 않는다. '존나'를 일일이 '굉장히'라고 뻑뻑 우겨 수정해내려 해서 한참을 홀로 웃는다. 허허 공중에 허허 투쟁을 나름대로 해본다. 인터넷 사전들이, 인터넷 맞춤법에서 부리는 지극히 보수적인 성깔에 가끔 박장대소를 한다. 존나 기대된다. 지올 팍! 그대 앞으로의 생이! 지금 내가 거는 기대의 이 기분을 절대로 망치지 말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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