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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어쨌든 공부

아침 방송 중 대나무 관련 이야기가 나오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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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방송 중 대나무 관련 이야기가 나오길래~.

 

나 어릴 적 놀이터였던 우리집 텃밭에 딸린 대나무 밭은 위 사진보다 더 울창했다. 햇빛이 쉽게 들 수 없을 정도였다.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아빠의 고향 시골 마을에는 대나무가 참 많았다. 덕분에 소쿠리, 바구리, 곡식 껍질을 까부는 키 등 다양한 생활 죽공예품을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사용할 수 있었다. ‘바구리’는 ‘바구니’의 남도 방언)

 

대나무와 관련한 사자성어를 생각해 본다.

 

1. 竹馬故友 (죽마고우)

‘대나무를 깎아 말을 타고 놀던 벗’이라는 뜻이다. 어릴 적부터 같이 놀며 자란 벗을 말하지. 다른 말로 깨복쟁이, 깨북쟁이, 소꿉친구라고들 하지. 더 나가자면 ‘불*친구’라고도 했다. 어릴 적 옷을 벗은 채 놀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지냈던 친구.

 

무슨 말인지 요즘 애들은 잘 모를 것 같다. 긴 대나무를 동네 애들이 앞뒤로 가랑이에 끼고 말을 타듯이 돌아다니면서 놀던 친구들이란 뜻이다. 옛날에는 모두 가난하던 시절이라 옷이라는 것도 귀했지. 어린아이는 옷도 입지 않은 알몸으로 다니기도 했어. 수시로 지닌 옷을 버려야만 하는 요즘 이런 풍경은 아마 없지. 결국 ‘죽마고우’도 ‘깨복쟁이’류의 언어들도 머지않아 사어가 되지 않을까 싶어 걱정된다. 아름다운 우리 말인데. 우리 삶의 역사가 깊이 담겨 있는 소중한 말들인데.

 

2. 破竹之勢 (파죽지세)

‘대를 단번에 쪼개고 마는 기세(氣勢)’라는 뜻이다. 흔히 전장에서 사용되는 사자성어. 적(敵)을 상대해서 거침없이 물리치고 쳐들어가는 기세(氣勢)를 이르는 말이다.

 

대나무를 쌓아놓고 칼이나 낫으로 손질할 때 대나무 마디마디 쪼개지는 소리가 쫙쫙 나면서 시원하게 갈라지는데, 소리도 칼날의 움직임도 그리고 대나무가 쪼개지는 모습 모두 장관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제는 이것도 보기 힘들다.

 

아빠 어릴 적 고향 마을에 있던 많은 대나무를 이야기하니 엄마는 친정 땅의 슬픈 역사와 함께 대나무를 기억하고 있구나.

제3공화국 이후 정부에서 새마을 운동입네, 새마음 운동입네 해서 네 외갓집 바로 옆에 있던 사각형 모양의 텃밭에 어느 날 한 가운데로 길이 나더라고. 말하자면 사각형을 삼각형으로 만들어 버린 길. 뺑 돌아서 가야 하는 농로가 불편하니 나라 위해 너희 집 텃밭 좀 사용하자는 식으로 밭을 두 동강이를 내어버렸다는 슬픈 역사. 그 텃밭에 상당한 넓이의 대나무밭이 있었다는구나. 집의 오른쪽으로 나 있는 작은 방의 문을 열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고 기억한다.

네 외할아버지는 그만 화병이 나서 약을 먹어야 했고 네 외할머니는 그만, 한 달여 몸져누웠어야만 했다고. 네 엄마도 텃밭이 사라져버린 후로는 그쪽으로 눈도 주기 싫더라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그 텃밭을 묵혀버렸고 밭이라는 공간의 생명을 없애버렸다는. 안타까운 일이지. 그런 역사가 있었단다. 아마 이 사실은 네 외갓집에 긴 슬픔의 역사적 사실로 이어지리라.

아직 봄이 온전하지 않은데 비가 잦다. 농사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 네 엄마는 많이 궁금해한다.

 

군대에는 사계절이 더욱 또렷하리라. 비 내리는 날의 기운도 유독 또렷하리라. 잘 견디련. 네 엄마의 기도처럼 군 생활도 멋지게 해내렴. 안녕.

 


가족 톡방에서 아이에게 보내는 글을 편집해서 가져왔다. 그의 허락을 물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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