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 들 수 없어 내 가는 몸뚱이가 밤새 흐느적거렸다. 이리로 저리고 자꾸 느리게 흔들거리는 내 몸뚱이. 어제 오전부터 시작되었던 소화불량이 걷기 운동에도 불구하고 가라앉지 않았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는 도서관 주변 돌기를 몇 번이나 했으므로 해야 할 운동은 제법 했다 싶었다.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길에 마트를 들러 브로콜리와 두부를 샀지. 집에 들어와 블로그 좀 살피고 두 편이던가 글을 올리고. 아, 그리고 무슨 일을 했던가. 강의를 들었구나. '클래스 101'에서 강의를 몇 듣는데 강의는 대면으로 듣는 것이 좋다 라는 것을 느끼기도 하는데 이 정도의 수강료로 이 쯤이면 됐다 싶어 열심히 듣는다.
사실 지금 듣는 강의는 어떤 '의무'때문에 듣는다. 평소 내 성향과는 거리가 먼 내용의 강의인지라 한편 간절함으로 듣는 내용이지만 그닥 재미가 없다. 거기에다 잠자리에 누워 듣는 관계로 몸은 가라앉고 뇌는 비몽사몽. 습관대로 어느 순간 잠은 또 달아나고 말았고 습관처럼 카톡을 살폈다.
'생일 축하해요.'
0시의 시간대. 그래, 새 날이구나. 내 생일이구나.
고마움의 답을 하고 다시 강의를 듣는데 영 잠을 들 수 없을 것 같아 일어났다. 뱃속에서 소화되지 못했다는 것을 보내는 신호들이 너무 강렬해 도무지 눈을 감고서 고요의 버전에 젖어들 수 없었다. 똑딱거리는 시곗바늘 소리도 못 견디는데 내 몸 속에서 발생하는 신호는 선명함이 극에 달했다. 일어섰다.
종일 먹었던, 특히 아침에 먹었던 음식물을 떠올려보는데 문제될 것이 없다 여겨졌다. 점심 때 염소고기 조림을 먹었지만 소화불량은 그 이전에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염소고기는 문제가 아니다. 뭐가 문제일까.
우선 잠드는 것이 중요하다 싶어 잠에 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해보았다. 그래, 오늘 씻지 않았구나. 개운하지 못한 몸이 수면을 부를 수 없었구나. 질끈 머리 올리고 세수를 했다. 제법 정신이 말끔해졌다.
다시 이불 속으로. 그때부터의 불면은 소화 때문이 아니다 싶었다. 조금 전에 어미의 '생축'을 보내온 아이가 이어 보낸 사진 때문이었다.
'마지막 파김치와 먹는 야식'이라는 제목의 사진 속에는 파김치 몇 가닥이 담긴 반찬통과 참치캔인가 싶은 둥근 물체와 렌지에 데운 즉석밥 하나였다. 가슴이 콱 막혔다. 이십일 여 남은 시험으로 정신없이 사는 아이의 생활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야식 먹고 바로 누우면 안 될 텐데~'
조심스레 한 문장을 보냈더니
'걱정마시와요. 먹고나서 모의고사 한 장 더 풀고 누울 겁니다.'
라고 보내왔다.
역류성 식도염을 5년 넘게 안고 사는 내게 아이의 이 식습관은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이를 어찌하나. '건강한 야식'이라는 검색어로 네이버 검색을 하고 유튜브 검색을 하고...... . 나는 그만 정신이 빼엥 돌고 말았다. 눈물이 솟구쳤다. 당연히 해내야 할 시험이므로 잠깐 잠 안 자고 공부하는 것을 당연히 여겨야 하는데 쉽게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이 시간에 야식이라니. 이 시간에 탄수화물 한 그릇 가득 야식이라니. 일찌감치 부모 곁을 떠나 학창시절을 보낸 아이. 함께 생활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공부가 뭔지, 대학이 뭔지 그리고 직업이 뭔지.
결국 보고 있던 영화를 켰다. '여자의 일생2' 소설로 영화를 이미 여러 번 접한 기억이 있는 영화다. 이미 알고 있는 씁쓸한 내용의 영화이지만 새삼 분노를 콸콸 내뿜으며 끝까지 봤다.
어떻게 잠이 들었나 보다. 여섯 시 알람을 끄고 '휴가야, 어서 더 자'를 내게 던지고 일어나니 8시 20분이다. 누운 채 뉴스 검색을 하고 이불을 들추고 일어섰다.
새 날을 시작했다.
잠 속에서 나는 아마 '건강한 야식'을 검색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이에게 가 봐야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