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는 추하게 자랑한다.’
공영에서 종편까지 언론에 접하는 것은 되도록 하지 않는다. 특히 언제부터인가 뉴스 쪽은 거의 보고 듣지 않는다.
겨울 휴가가 길다 보니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것저것 상식 및 지식과 지혜까지 습득한다. 가볍게 익힐 수 있어 참 좋다. ‘참, 세상 좋아졌네.’를 늘 읊으면서.
어쩌다가 한 번씩 어느 여성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쇼를 시청하곤 하는데 하, 불면의 밤을 지새우고 나서 눈에 쏠리는 주제를 내건 그 뉴스쇼의 창이 눈에 들어왔다. 인간관계에 가장 중요하다고들 하는 ‘대화법’에 관한 내용이었다.
강의로 유명한 명사가 출연했다. 그분 강의를 본격적으로 들은 적은 없다. 이 유명 강사가 제주도 살이(?)를 하고 왔나 보다. 들어보니 강의 중 어떤 학생의 반격(?)으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코로나 19’로 대면 강의가 끊기면서 생활의 맥이 끊어졌다는 것. 하여 ‘혼자살이’를 하고 돌아왔다는 것인데~
구구절절 말 잘하는 유명 인사라 알고 있는데 나름 내적으로 힘들었다 했다. 진행자인 앵커와 다른 게스트들이 강사의 발언에 장단 맞춰 웃고 응하면서 유쾌하게 방송이 진행되었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잔뜩 싸 와 강의하는 사람이어서 정말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이 참 부러웠다. ‘부부 사이의 대화’에 대해 우스갯소리 섞어가며 이야기를 하더니만 부자지간 이야기로 이어졌다.
가족 간에 서로에게 힘이 되는 언어를 나누자는 내용인 듯.
고위직(?)이던가 어쨌든 소위 높은 자리로 승진해서 퇴근한 남편에게 아내 왈,
“아이고, 이젠 다른 곳 알아봐야겠네.”
라고 하는 경우.
고위직으로 승진하면 3년 내외 퇴출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란다. 아내는 남편이 회사에서 고위직으로 승진했으니 이제 퇴출당한 후 남편이 다닐 새 회사를 알아본다는 것을 말하는데 그 말을 들은 남편이 늘 아내의 말이 생각나 힘들단다. 명 강사는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아니냐며 강단지게 가새표를 치는 입장을 취했다. 게스트와 앵커도 그게 무슨 얼토당토않은 헛소리이냐며 그 말을 그때 해야 했느냐. 부인이 참 못됐다는 식으로 몰아갔다. ‘대단하다. 그동안 고생했다.’의 답이 필요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그래, 맞다, 맞다 치자.
"당신 참 수고했어요. 고생했어요."
라고 했으면 얼마나 사랑스러웠겠는가.
주변인들의 강력한 동조에 힘을 얻은 명 강사가 또 한 가지 ‘바른 대화법’의 예를 들었다. 아버지와 아들 간 이야기였다.
“아버지, 저 시험에 합격했어요. 000가 되었어요.”
아버지는 아들의 말 끝에
“항상 겸손해라. 항상 겸손해. 니가 뭘 아냐? 월남 부대에서~ 그 사람들 말 잘 듣고...... .”
식의 답을 하신다는 것.
“그 동안 수고했다.”
였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는 것이었다. 거기까지는 충분히 이해되고 동조했다. 그래, 맞다 싶었는데~
그런데 이어지던 강사의 말은
“그러고는 아버지가 밖에 나가서는 술 사면서 친구들에게 자랑하신다.
추하게 자랑한다.”
고 열을 내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진행자와 게스트들은 함께 크게 웃으며 강의의 내용이 대단하다는 듯, 마땅하다는 듯 추켜세웠다.
비몽사몽간 허우적대며 강의를 듣고 있던 나는 그만 강사가 한 말 중 한 낱말 때문에 아찔해졌다. 듣기를 멈췄다.
‘추하게 자랑한다?’
밖에 나가 어렵사리 하셨을 자식 자랑이 추하다니.
앞뒤 모두 제쳐두고 추하게 자랑한다는 말이 너무 거슬렸다.
현재 우리들의 사고와 판단은 너무 엇박자로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감히) ‘아비가 하는 자랑을?’이 (결코 아니다.)
(어찌) 아버지가 아들을 자랑하는 것이 추한 것일까.
이런 식의 표현에 대해 우리는 가만 생각해 볼 일이지 않나 싶다. 그것도 소위 명강사시라는데 너무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표현하신다.
오직 자식 키우기에 평생을 바친 부모를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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