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이프/하루 공개

연초 난리 법석

반응형

 

연초. 이것저것 망가지고 고장이 나고, 난리이고 법석이다.

 

고장 수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부럽다. 자주 그렇다.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어떤 물건이든지 오래도록 사용해내는 것을 자부심으로 삼고 있는 중산층 서민이다. 에스 사에서 구매한 냉장고는 무려 30년 가까이 사용했다. 대단한 제품이라는 것을 제대로 확인해준 위대한 소비자라는 칭찬이 오리라 굳게 믿었는데 에스 사의 직원은 고장이 난 냉장고를 실어 가면서 말했다.

"세상에나, 이렇게 오래도록 사용하면 우리는 뭘 팔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요. 잘못 사용하신 것입니다. ㅎㅎㅎ"

텔레비전도 그랬다. 아마 25년을 사용했던 것 같다. 징글징글하게 오래 사용했다며 쓰디쓴 웃음을 던지면서 폐기품을 가져가던 직원의 L사 직원의 모습이 떠오른다.

 

텔레비전이 갔다. 위에서 말한 25년을 사용한 것 다음 차례 TV이다. 15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안녕을 고했다. 인터넷 tv 연결이 문제이겠지 생각했다. 텔레비전 자체가 문제일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인터넷 쪽으로 몇 번의 전화가 오가고 서비스 후 남자가 그랬다.

"인터넷은 아무 이상이 없대. 텔레비전이 문제인 것 같대."

"설마하니, 15년도 아직 안 되었는데 고장? 이전 것은 25년을 사용했잖아. 아닐 거야. 이전 것도 아닌데 이후 산 물건인데 예전 것보다 10년을 넘게 짧은 기간을 사용하다니. 말도 안 돼. 전기 시설 등 여러 방향에서 생각해 봐. 고쳐. 내가 잘해줄게."

"으흐흐흐흐~, 그럼 고쳐 봐?"

 

이런 텔레비전이 가끔 그립다.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내가 뿌리는 농을 의미 없이 받아들인 남자는 이후 단 한 번도 텔레비전 수리를 생각하지 않았다. L사에 서비스를 신청했다. 고장 정도가 아니었다. 수리할 방법이 없단다. 본체에 기기 이상이어서 고칠 수가 없다나. 소생 불가라는 매정한 멘트를 남기고는 서비스가 끝났단다.

"나, 참. 거 L사 텔레비전이 좋다더니 아니네. 이젠 다른 곳의 텔레비전을 살 거야. L사, 실망 대실망이네. 배신감을 느끼네."

한양 땅에서 내려온 언니가 말한다.

"아이고, 그렇게나 텔레비전에 매달려서 영화를 봤으면 고마워 해라야. 십오 년 가까이 봤으면 충분히 뽕을 뺐네, 뽕을 뺐어. 글고 요즘 가전제품을 누가 그리 오래 쓴대?"

이빨을 우드득 갈면서 지난주 내가 미는 무명 가수가 등장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유튜브를 통한 방송 후 보기로 대신했다. 매일 영화를 봐야 하는 나는 넷플릭스라도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며칠 보냈다. 인터넷 모니터 화면은 크기가 작아 찝찝했다. 무려 32인치의 모니터인데도 말이다. 다행히 요즈음 넷플릭스에서도 볼만한 영화가 있어 다행이었다.

 

문제는 따로 있다. 퇴직하면 바로, 집 평수를 대폭 줄여서 살 것을 계획 중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두 사람 몸 누일 공간 정도로 줄이자고 마음 다지고 있는데 영화 보는 것을 낙으로 사는 나는 텔레비전의 치수가 문제다. 우선 구매하고 싶은 텔레비전은 86 크기인데 좁은 집에 들어가려면 무리이지 않을까 싶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있다. 거의 모은 일을 노트북으로 해결하면서 사는 남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넓은 평수의 집을 꼭 벗어나리라는 계획을 실천할 것인가. 그에 맞는 조그마한 텔레비전을 살 것인가. 적어도 영화시청이 흥미이자 취미이자 적성에 맞는 나는 과연 미니 화면의 텔레비전에 만족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텔레비전이 나를 꽉 붙잡는 연초이다. 뭐, 이렇든지 저렇든지 적당한 크기로 사면 될 것을 세상의 일에 오만불손한 나는 또 꼴에 나 자신을 위해 텔레비전의 크기는 커야 한다 사이에서 생각이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는 안방 화장실 샤워 코너 샤워기가 망가졌다. 호텔식으로 거창한 몸을 지닌 샤워기의 옷을 벗겼더니 그야말로 고급 호텔식 배수관이 여럿 있더란다. 관을 샤워로 연결하는 선(관?)이 흐물흐물 난장판이 되었더란다.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물줄기인데 말이다. 따뜻한 물과 찬물 각각 한 선만 간단하게 남기고 수장고처럼 여러 선을 안고 있던 집을 버렸다. 시원섭섭했다. 사실, 몸 곳곳을 샤워할 수 있도록 만든 선을 이용한 샤워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그제(7일) 밤에는 안방 한쪽의 전기 연결이 여의치 않았다. 침대 위에 깐 난방이 되지 않아 잠을 잘 수가 없다고, 자기 전에 인스타그램이며 유튜브를 봐야 하는데 이걸 어찌하냐고 안방 주인의 움직임이 요란했다. 젊을 적 일터에서 전기 관련하여 엄청난 사건을 간접 경험했던 나는 당시 생긴 트라우마로 마음이 복잡해졌다. 수런수런 잡다한 움직임을 내보여 이내 남자가 걱정스러워한다. 한편 황당해한다는 것도 느껴진다. 내일 당장 전문가를 불러 수리하라고 요란을 떨었다. 불편을 호소하던 남자는 에어컨 선에 전기 연결을 하여 쿨쿨! 다행히 다음 날 아침 해결되었다. 전기 연결선들이 스스로 점검하고 불안했는지 두꺼비집 속 안방 거실 쪽 벽면 연결 라인이 내려져 있었다. 다행이다.

 

연말부터 연초 계속되는 각종 도구의 고장이 요란하여 나를 민간신앙의 한 가운데로 모셔가는 느낌이다.

"뭔 일이람? 왜 이러지?"

나는 어릴 적부터 해 오던 습관 한 가지를 들춘다.

'또 해 봐?'

부적을 그리고 써서 베갯머리에 넣어두기를 말한다. 그만두기로 했다.

'그러려니, 액땜하느라고 그러려니.'

'인생, 그것 맘먹기 나름이니라.'

 

텔레비전은 언제 사지? 어떤 크기로? 거의 텔레비전을 안 보는 사람은 전혀 관심을 두지도 표하지도 않는다. 내 돈 내 산으로 텔레비전을 구매해야겠다. 참, 어제 아침과 오늘 아침에는 인터넷 연결이 또 말썽이었지. 남자가 곧 고쳤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