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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내 어머니의 언어

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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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도 없다.

택도 없어야.

 

 

오랜만에 드러낸 태양빛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엄마. 아부지하고 엄마는 평생을 그리 이른 새벽에 일어났어요?

글씨~

 

아주 젊을 적에도 말이에요.

그랬지야.

 

젊을 적에도 새벽잠이 그리 없었어요? 더 자고 싶지 않으셨나고요.

잠이야 자고는 싶었겄지야. 근디 어찌 자냐. 해야 할 일이 매일매일 태산같이 쌓여져 있는디야.

 

어찌 참고 사셨소?

내 일이다 생각하믄 일어나져야. 맘 묵기 나름이지야. 할라고만 하믄 못 할 일이 뭐가 있다냐. 다 해야, 다 해.

 

 

 

잿빛 어스름에 저항하던 인공 푸름과 자연 초록! 이틀 전이었던가.

 

 

내 어머니의 생, 그 길 끝자락에서 나눈 대화였다. 평생 하신 막노동(농사일)으로 이지러지고 해진 몸뚱이, 가까스로 생을 연명하시던 시절. 그 몸뚱이마저 안고 사시는 것을 힘들어하시던 때. 내가 문득 떠올라서 여쭈었다. 기억 속 내 부모는 단 한 번의 늦잠이 없으셨다. 늘 읍내며 면내 소재지에 '큰 일'하러 다니시는 아버지는 빼자. 내 어머니는 사시사철 거의 모든 세월을 적어도 새벽 다섯 시 이전에는 꼭 일어나셨던 것. 

 

제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화가 없는 내 묘한 수면 방법은 야행성 체질에 근거한다. 자정 이전에는 몸을 뉜 적이 없다. 늘 아침 늦은 잠을 잘 수 있는 날이 좋다. 최근 친구들 모임에서 이것을 이야기했더니 그들이 말했다. '여전히 젊은 시절의 수면 패턴이라니 부럽다. 그래서 그리 쌩쌩하나 보다. 안 늙겠다. 좋겠다.'

 

말 줄기가 느닷없는 곳으로 빗나갔다. 위 어머니와의 대화는 내게 자식이 생기고 나이가 제법 들어가는 데도 끝없이 반복되는 수면 패턴을 의아해하던 차 나눈 것. 낡은 육신을 걸머쥐고 사는 것마저 힘들어하시던 내 어머니와 나누었던 문장들.

대화가 이어졌다. 

 

엄마. 엄마 건강을 생각하면서 살았어야지. 지금 이렇게 몸이 안 좋은 것을 생각해 봐. 이유가 뭔지. 평생 그리 산 것이 아주 가끔은 후회되지 않음? 엄마, 어릴 적에 공부를 잘했다고 자랑하시곤 했잖아.

할 수 없지야. 내 운명이 그리 살라고 태어난 것을 어쩔 것이냐. 글고 내 집 일을 내가 해야지 누구를 시킨다냐.

 

아니, 몸이 안 좋은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는 것? 어떤 날은 좀 다 놔두고 쉬고만 싶은 날이 있었을 것 아니에요?

말도 마라. 날마다 새벽에 일어나 일해서 그래도 니들 교육을 시켰지야.

 

엄마는 자식이고 뭐고 교육이고 뭐고 어느 한순간 쉬고 싶은 날이 없었냐는 거야?

"그런 생각? 그런 순간이 뭔 일이다냐. 죄 된다. 남보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야 그날그날 해야 할 일을 하지야. 쪼끔 늦게 일어나 봐라. 어찌 그 많은 농사일을 해결했겄냐.

택도 없어야."

 

 

 

늘어뜨림에 초점을 맞추다.

 

 


 

 

택도 없다

관용구 전라도 방언

 

= 택 없다.

= 턱없다.

= 턱도 없다.

= 뜬금없다.

= 근거 없다.

 

- ‘턱(택)’ : 의존 명사

                 마땅히 그리하여야 할, 까닭이나 이치

 

턱도 없다 : 극단적인 부정을 함유한다. 그러므로 “전혀 가능하지 않다”로 연결된다.

택도 없다 '어림없다'의 경상북도 포항지방의 사투리.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의 부정적인 대화.

'어처구니없다'를 능가하는 강도의 느낌이나 표현, 생각보다 한두 단계 높은 강도의 느낌이자 표현이자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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