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좁은 나의 뇌 운동이여.
꽤 된 일이다. 오늘 갑자기 지난해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나는 바보다. 너무 바보 같다.
일터 내 부서 한 사람이 어느 큰 무대에 실력 겨루기를 하러 갔다. 당시 내게 말한 내용은 다음 날 아침 일곱 시에 일터 정문에서 팀원을 만나 겨루기 장으로 출발한다고 했다. 나, 그와 함께 일하는 사람이다. 가능하니 내가 나와 볼 일이었다. 나도 일곱 시까지 일터로 나와서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전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하여 함께 떠나는 팀원들에게 약속했다. 가는 길 내가 나와 힘이 되어주겠다.
그날 오후 퇴근하여 잠자리에 들면서 남자에게 쪽지를 넣었다.
"내일 아침에 나, 다섯 시 삼십 분에는 꼭 깨워줘. 꼭! 내일 아침 일곱 시까지 일터로 가야 해."
"왜?"
"내일 아침 특별한 일을 하러 떠나는 사람과 팀이 있어. 내가 꼭 나가 전송해야 할 일이야. 그 팀 중요한 겨루기가 있어 먼 곳으로 떠나. 중요하게 다녀와야 할 일이 있어."
"알았음. 근데 매일 그렇게 출근하지 않나? 내가 깨우지 않아도 될 듯싶은데."
"아냐, 어쩌다가 한 번 일곱 시 이전이지. 대부분 일곱 시 삼십 분 가까이 된다고."
문제는 무엇인가 오고 가는 길에 간식거리라도 좀 넣어줘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날 퇴근길에는 먼 길 가면서 입맛 다실, 목 축일 수 있는 음료며 과자 몇 조각을 마련하려니 했다. 고민이 되었다. 뭘 사서 좀 줄까. 퇴근길 날씨가 우중충했다. 일터 회의 중에는 바깥에서 다다다닥 소낙비가 내렸다. 퇴근길 메시지를 돌아보니 우두둑우두둑 하늘이 우박도 쏟았다고 적혀있었다.
생각해 낸 간식이 물이었다. 그토록 좋지 않은 날 오후, 미리 준비한답시고 사든 것이 물 몇 병이었다. 낑낑거리면서 걸었다.
그것까지도 좋다. 조금만 더 생각을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팀원들이 각각 물은 준비한다는 것을 왜 떠올리지 못했을까. 요즈음 대부분 어디 떠날 때에는 각각 자기 물을 마련해 오는 것이 정상이지 않은가. 경직된 사고로 생활하는 것이 틀에 박혀버린 나는 그만 더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 일찍 나가보니 떠나는 이들의 손에는 자기 물이 거의 모두 들려 있었다. 에구. 새벽, 아직 문을 연 가게를 일터 가까이에서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힘을 실어주겠다고 나간 자리에 물을 한 짐 실어 보냈다. 민망하고 무색하고 미안했다. 이런 속 좁은 사람이여. 나를 질타하는데 어찌나 서글프던지. 왜 이렇게 좁을까.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이 짧은 뇌의 운동이여.
새해, 벌써 일월 중순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에 지난해를 돌아보니 그 사건이 생각난다. 올해는 좀 더 신중하게 일터 일에 신경을 좀 써야겠다. 자, 과거를 거울삼아 힘차게 나아가자.
토요일을 멋지게 보내려니 했는데 텔레비전을 아직 구매하지 못해 오늘 듣고 싶은 노래를 방송되는 시각에 바로 듣지 못해 아쉬웠다. 현장을 실감할 수 있도록 방송되는 시각에 들어야 재미있는데 이를 하지 못했다. 다양한 갈래의 노래를 하는 '김호중'이다. 불후의 명곡에서 김호중이 클래식을 노래한다는데 이를 방송 후에야 보고 들었다. 그는 정말 늘 클래식을 불러줬으면 좋겠다. 지난해 팬텀싱어 4의 우승팀 '리베란테'와 함께 불렀는데 참 좋았다.
오늘은 오늘 했던 일을 쭉 번호를 붙여서 적어봤다. 유튜브 강의 여섯에 영화 한 개를 보고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마침내 읽었다. 멋진 글을 써낸 밀란 쿤테라에게 감사했다. 내 심장은 책을 읽는 내내 요동을 쳤다. 특히 글이 완성되어 가는 뒷부분에서는 모두 베껴 쓰고 싶은 충동을 참아내느라 힘들었다. 딱 세 쪽만 연필로, 아래 한글로 옮겨 쓰기를 했다. 그도 나처럼 분명, 니체를 참 좋아하는 듯싶어 반갑기도 하고 감사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사는 인류를 질타한 글이라고 정리하고 싶다. 언젠가 독서 리뷰를 좀 거침없이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을 잘 쓸 수 없어 늘 안타깝다. 어서 좀 쓸 수 있게 되었으면~
자, 자자. 어서 자자. 최근 들어 통잠을 또 못 자고 있다. 이것은 아닌데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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