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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삶이 만든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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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만든 집!

 

내가 노년에 살 집은 이런 집이었으면 좋겠다.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집" 관련 유튜브를 봤다. 꽤 여럿 봤다. 내 마음을 휘잉 흔들리게 할 정도의 멋진 집이 참 많았다. 그중 서울 저 북쪽에 자리한 어느 집이 참 마음에 들었다. 아마 ebs 프로그램이었을 것이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단아하면서도 맑고 밝은 집이었다. 집이라면 저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실 내 현재의 관심은 의, 식, 주 그 어느 것에도 있지 않다. 오직 '정리'하자는 생각뿐이다. 하여 집도 몸 누일 수 있는 방 한 칸, 세면대와 변기가 있는 한 칸, 간단하게 음식을 차려 먹을 수 있는 부엌 한 칸이면 된다는 데로 정리했던 참이다. 한데 가끔, 아주 가끔 흔들릴 때가 있다. 오늘 같은 때이다.

 

영상 매체를 통해서 보게 되는 잘 닦여진 집을 보면 마음이 훅 간다.

'저렇듯, 나도 내 취향대로 꾸미고 한 번 살아 봐?'

'아, 아니다. 다 짐이다. 모든 것이 죽을 때에 내 더수기를 억누를 큰 것이 된다. 그만두자, 그만둬라. 이제는 정리할 때다.'

나는 이러저러한 상황으로 인해 '죽음'을 꽤 일찍부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생의 정리에 마음이 닿게 되었고 어떻게든 짐을 줄이려는 생각에 늘 바쁘다. 이번 겨울에는 옷을 네다섯 바구니를 버렸다. 물론 여전히 의상이 많다. 각 계절의 것을 모아 한 상자씩 담아 두고서 한 번도 꺼내입지 않은 것은 상자 그대로 버리려니 하는데 그 또한 잘 되고 있지 않다. 또 헛소리가 길어졌다. 언젠가 했던 소리 그대로 또. 각설하고.

 

오늘 또 '서식지', '집'에 대하여 마음이 동하는 순간이 있었다. 소개된 집은 원래 폐가였단다. 건축가 양현석이 허물고 다시 지은 집이란다. 마치 템플스테이를 시작하고자 일부러 지은 것 같은 분위기가 풍기는 곳이었다. 집은 단순함으로 일관한 곳이었다. 그러나 어떤 것을 생략했으나 더 많은 것을 품고 있는 집. 몸의 넉넉함보다 마음의 여유를 실천할 수 있는 집이었다. 하룻밤만 자도 온 정신이 맑게 순화될 것만 같은 집. 조용히, 혹은 골똘하면서 오롯이 종교의식을 행하기에 맞춤할 듯싶은 집. 나아가 고상하게 도도한 집. 딱 내 취향이었다.

 

아, 열 평을 벗어나지 않은 곳에 가서 노년을 맞이하려던 생각이 기우뚱거린다. 이놈의 영화 보기가 취미인 것도 문제이다. 내 남은 생, 특히 정년 후에는 적어도 하루 세 편씩은 영화를 보리라 다짐하고 있는데, 그놈의 영화가 화면이 커야 보는 맛이 난다. 하여 지금 망가진 텔레비전 이후 새 구매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어느 정도 크기를 골라야 하는가. 물론 건축가 양현석의 집은 적은 면적이다.

 

집주인 양현석의 말 중 내 가슴에 쾅 하고 와닿는 말이 있었다.

"삶이 만든 집"

자신이 선택한 고가는 그곳에 살던 이의 삶이 만든 집이었단다. 한데 헌 집을 뜯어내면서 이곳에 살던 이들의 삶이 만든 집이라는 생각을 했단다.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건축가는 동안 사는 이들의 땀과 꿈이 곳곳에 맺혀있더라는 말이었다. 진정 올곧은 삶을 살아낸 이들의 흔적이 느껴졌다는 의도였다. 그가 고마웠다. 서민들의 삶의 흔적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건축가.

 

내가 사는 집을 돌아봤다. 쑤북쑤북 쌓인 짐들이 눈에 심하게 거슬렸다. 마치 고전 문학이라도 공부하는 듯, 혹은 우주 삼라만상을 연구하는 철학자의 집인 양 쌓여있는 책들이 너무 지저분해 보였다. 이 책, 저 책 무질서하게 꽂혀있으면서 너부대대하게 실내 곳곳에 자리한 책들이 집주인의 게으름을 말해준다.

 

내 삶이 만든 집은 다른 사람이 와서 볼 때 어떤 냄새를 풍길까. 건축가 양현석 님이 와서 봤다면 어떤 생각을 했으며 어떤 문장을 읊었을까. 아마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이상한 집이라고 했을 거다. 반성한다. 내가 추구하는 집은 맑고 깨끗한 음악 소리가 잔잔하게 엮어져 있는 집인데 이를 어쩐담. 차라리 시끄러운 메탈 록이라도 들린다고 했으면 좋겠다. 다시 돌아보니 내 집은 온통 수레 가득 온갖 잡동사니를 어딘가로 퍼내기 위해 우선 실어놓은 것 같다. 

 


오늘은 다큐멘터리 둘을 봤다. "더 라스트 데이즈"와 "아버지, 군인, 아들". 인류사는 전 역사에 걸쳐 반성해야만 한다. 특히 정치인들. 얼어죽어야 할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지나친가? 인류사를 돌이켜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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