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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그랬구나.
온 밤을 빨딱 새웠지.
한데 참 이상한 것이 있어.
몇 해 전부터 네다섯 밤을
잠 한 숨 자지 않고서도
다음 날 낮이 말끔하게 진행된다는 것.
대체 이것은 뭘까.
하여 어제도
그젯밤 전혀 눈을 붙이지 못한 것에 비하면
제법 온전한 낮이었다.
그리고 어젯밤은 좀 잤다.
문제는 반신욕이다.
반신욕의 개운함을 버릴 수 없다.
그렇담 어서 시작하여 어서 끝내야 할 텐데
여덟아홉 시가 넘어서 시작하여 11시를 넘어서야 끝낸다.
오늘은 10시가 다 되어 들어갔다.
짧게 하자고 애써 노력해서 욕조에서 나온 시각이 11시 30분이었다.
세상 깔끔하게 하루의 때를 씻어내리는 이 기분은 나는 버릴 수가 없어
결국 머리카락까지 말리고 나면 12시, 새벽 1시가 되고
이미 가버린 수면의 여신, 새초롬히 삐져 있는 수면의 잠신을 모셔오고 나면 내 영혼이 또
수면의 여신이 내미는 달달한 손의 유혹을 못마땅해한다.
하여 전혀 합을 맞추지 못한 채 둘은 서로를 겉돌다가 새벽의 신에게 들키고 만다.
나의 밤은 늘 그렇게 허우적거린다.
블로그 이웃님에 의하면 오늘 밤 바람이 거칠다고.
비를 몰고오는 바람이라고!
어서 자야 할 텐데.
나는 사실 오늘부터는 아예 곯아떨어질 듯 몸이 쓰러지지 않는 한 자리에 눕지 않기로 다짐했다.
과연 그것이 될 것인가.
어이쿠나, 어서 자자, 어서 자. 어서 쓰러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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