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아홉 권을 끙끙대면서 안고 퇴근했던 금요일
지난 금요일, 일터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 아홉 권을 끙끙거리고 들고 왔다. 들고 온 것이 아니라 안고, 지고 왔다. 어제 그리고 오늘까지 온몸이 뻐근한 것이 이것 때문이다.
이십 분여 걷는 길에 책 아홉 권을 안고 걷는다는 것이 영 불안한 것이었지만 후줄근해진 나의 생활 습관을 단단히 조이자는 생각에 일부러 안고 걸었다. 비닐 주머니에 소품 몇이 든 것도 손가락에 걸려 걸었다. 유튜브 강의까지 들으면서. 낑낑대면서. 퇴근길 코스 중거리를 걸었다.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이러다가 그만 아플까 봐 두렵기도 했으나 일부러 걸어서 가지고 왔다.
마침내 집에 도착했다는 것을 우리 아파트 대문 앞에서 알고 나서는 속 다짐까지 굳게 했다.
"그래, 이 아홉 권을 어서 읽자. 텔렐비전을 구매할 때까지는 영화고 뭐고 다 놔두고 어서 책을 읽자."
한데 오늘까지 단 한 줄도 읽지 못했다. 그렇다고 축 늘어진 채 생활한 것도 아니다. 토요일과 일요일, 단 한 번도 누운 적이 없다. 여유 있게 앉아 있지도 않았다. 여기저기 줍고 쓸고 정돈을 좀 하느라 몸이 바빴다. 이런~, 여인네들이 하는 집안일, 정말이지 보통 일이 아니로구나.
내일(새 해 1월 1일)부터는 읽자, 부지런히 읽자. 생활 패턴을 먼저 읽고 다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리고 집안 일을 하하기로.
새 해, 최선을 다하기. 내사랑 잘 살기. 일터, 올해보다는 덜 복잡하기. 부지런히 돈 벌기. 어쨌든 건강하기. 웃고 살기. 모두모두 행복하기.
어제와 오늘 그래도 영화 두 편은 봤다. <포가튼 러브>와 <랜덤 하트>이다. 각각의 영화 속에서 만난 사랑이 참 부럽다. 영화 리뷰는 차차 쓰기로 하고.
오늘 여러 집안일을 하며 들은 유튜브 강의 등을 돌아보자.
- 로마이야기, 전원경 교수님의 강의. 매력적이다.
- 진화학자가 본 저출산의 비밀.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이자 의사 박한선 교수님.
- 어제 불렀다는 김수철의 노래들. 소리가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늙어간다. 그러나 그는 위대한 우리의 음악인이다.
- 우연히 탈모 관련 다큐를 봤다. 그들의 아픈 마음에 울컥했다. 우리 사회도 좀 바꿔질 수 없을까.
- 이선균의 노래, 같은 곡을 여러 번 들었다.
- 김호중의 노래를 몇 들었다. 나는 그의 클래식을 참 좋아하는데 대중가요도 괜찮다. 그는 여러 갈래의 노래를 모두 소화한다.
- 베란다 화분들을 살펴서 새 화분 둘을 만들었다. 삽목과 변형 분갈이의 방식으로. 화초를 키우는 것은 전원주택에서 하자고 강력히 주장한다.
- 옷 두 뭉치를 버렸다. 시원하다. 나의 미니멀리스트적 삶은 진행되고 있다. 내일(오늘)은 거실 장식장 정리를 좀 하자.
'라이프 > 하루 공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연 신은 있을까 (63) | 2024.01.03 |
---|---|
청룡처럼 펄펄 펄펄 (58) | 2024.01.01 |
조퇴 후 맞은 기쁨 (60) | 2023.12.30 |
대체 스팸이 뭐냐 (56) | 2023.12.28 |
살지 (58) | 2023.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