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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조퇴 후 맞은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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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퇴 후 맞은 기쁨이 매우 크다. 조퇴도 하고 볼 일.

 

조퇴를 하고 노령에 영국 유학생 신분인 유튜버의 생활과 다짐과 출발 시의 이야기를 듣고는 내 마음도 혹했다. 떠날까?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며칠 전부터 금융기관에서 연말정산에서 세금을 덜 내려면 어서 돈을 주라고 난리이자 법석이다. 내가 한 뭉텅이 돈을 입금하면 세금을 줄여준다고 톡이 왔다. 그래, 어서 해야 할 일일지어다. 한데 덩어리의 형태로 돈을 입금하려니 어디 황당한 상황에 부딪혀 돈을 빼앗기는 기분이 든다. 지난해에도 지지난해에도, 매해 그랬다. 올해도 할까 말까 망설이는데 금융기관은 나를 가만두지 않는다. 나이 들어 연금으로 쓸 수 있다는데 뭐, 못 낼 것 뭐 있냐.

 

하기는 일부 사람들은 그런다.

'참, 그 돈이면 주식 사서 몇 배로 단번에 불릴 수 있는데, 그깟 세금 절약하겠다고 연금을? 쓸데없는 일이오. 그만두고 공부 좀 해서 주식을 사든지 하세요.'

 

그래, 사실 고민을 좀 했다. 이거, 매해 이러는 것이 옳은가? 며칠 고민하면서도 또 이런 방식으로 연말마다 돈을 부어왔다. 어디 달아나는 돈도 아닌데 한꺼번에 퐁당 금융기관에 돈을 넣어야 한다고 해서 빼앗기는 기분이라니, 지나친 비약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말이다.

 

올해도 이런 고민을 했다. 입금일이 연말까지이니 더 생각해 보려는 입장도 있었지만 결국 어제 지난해처럼 그렇게 또 넣기로 했다. 다행히 일 년 내내 열심히 아껴 써서 적금을 넣어둔 돈이 있어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그래, 연금으로 받는다니 머뭇거리지 말자. 넣고 오면서 드는 생각에 만족한다. 늙어 돈 못 벌 때 사용할 수 있으니 그것으로 됐다. 마음 참 가벼웁다.

 

문제는 이 일을 위해, 금융기관을 들러야 하니 조퇴를 해야 했다. 좀처럼 하지 않는 조퇴를 하려니 조금 엉거주춤한 기분이었다. 열심히 걸어 두 군데 금융기관을 통한 일을 해냈다. 하나는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직접 금융기관을 찾아 하는 일이고 또 하나는 엡을 통해서 전자 거래로 하는 방식이다. 둘 다 걸림돌 없이 하고 나니 더 신나는 일이 생겼다. 조퇴했으니 일을 마치고 나자 여전히 햇빛 짱짱한 낯이었다. 여유 있어 참 좋았다.

 

집으로 돌아와서 미뤄뒀던 엉덩이 난방용 기구의 방석덮개를 주문했다. 낮이면 일터 정신없이 바쁜 일 때문에 며칠 전화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고, 아직 입금을 안 했네.) 시원하고 섭섭했다. 퇴근 후 밝은 낮의 기운이 아직 대기에 머무르는 상태이고 보니 묘하게 온몸에 힘이 솟아나는 기분이었다. 뭘 할까. 많은 시간이 내게 부여된 듯하고 갑자기 혈기 왕성해졌다.

 

'그래, 엊그제 본 다큐멘터리를 떠올려보자. 미니멀리스트의 생활을 시작하자.'

 

요 며칠 생각해뒀던 출입구 현관 쪽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신발장을 열었다. 신지 않은 햇수가 십 년, 아니 이십 년은 넘은 구두도 여전히 신발장에 있었다. 몽땅 꺼냈다. 열 몇 켤레가 넘었다. 현재 혹은 앞으로 꼭 신게 될 것만 모아 정리하고 보니 얼마나 마음 시원한지. 진즉 좀 할 것을 왜 이제 하나 싶어졌다. 버려진 쪽, 정돈된 쪽의 사진까지 찍고 보니 내 몸 어느 곳에 잔뜩 쌓여있던 때를 밀어낸 기분이었다. 마음 후련하였다. 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다. 미니멀리스트의 삶.

 

너무 신이 난 나머지 잠깐 유튜브에 들러 통통 튀는 내용을 잠깐 보고 나오자 한 것이 꽤 많은 시간을 잡아먹고 말았다. 그래도 기분이 괜찮았다. '연국의 내일'이던가. 나이 마흔 다 되어 영국으로 유학한 남자의 유튜브를 만났다. 어떤 알고리즘이 작동한 것일까. 겨울 휴가를 앞두고 아무 곳으로도 떠날 수 없는 나의 현실을 답답해하는 내 사정을 알고 내게 열어준 것일까. 영국 유학생의 유튜브라니.

 

하나 보는 내가 힘이 났다. 나이 서른아홉에 시작한 유학이라니. 부러웠다. 그의 영국 유학 시작부터 현재까지, 몇을 정신없이 봤다. 나도 나가고 싶어졌다. 그냥 나가는 것 말고, 즉 여행으로 잠깐 가는 것 말고. 공부 같은 것을 하러, 본격적으로, 의미를 담아 외국행을 하는 것. 누구 들으면 박장대소 할 일이지만 정말 오늘 유튜브를 보는 내내 나도 나가고 싶어졌다. 유튜브 주인장의 말처럼 나중에 더 나이 들어 생각할 때 옛날 그 젊은 날(나이 일흔 혹은 여든의 날에 말이다. 예를 들면 말이다. 유튜브의 말이었다.)에 왜 나가지 않았을까 후회하게 되면 어떡하나 싶어졌다. 이렇게나 지리멸렬한 일에 평생 매달린 채 살다가 어느 날 나이 들어 일을 그만둘 때 말이다. 마흔 다 되어 기어코 나갔다는 유튜버 주인장의 용기에 나도 그만 마음이 크게 동했다.

 

'이거, 정리하고 좀 나가 봐?'

 

그런데 영어가 안 된다. 문제는 유튜버 주인장이 한국을 떠날 때보다 내 나이는 더 많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러저러한 이유로 조퇴를 했다가 두 가지의 일을 신속하게 처리한 것부터 신이 났고 미니멀리스트의 첫발을 뗀 것에 뿌듯했다. 신발 정리를 했다. 덕분에 현관 출입구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맑아졌다. 신발장을 열어보면 이십 년은 묵은 체증이 어느 순간 쏘옥 내려간 기분이다. 이번 주에는 옷도 좀 서너 묶음은 버리고 말리라.

 


오늘 퇴근 길에 들은 유튜브 강의는 홍해 관련 이야기였다. 예맨(? 헛갈린다) 후투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방법으로 교역을 하는 이스라엘 측 국가들의 물류 수성선을 공격하고 있단다. 이에 미국 측은 또 이란의 앞잡이 노릇을 한다고 여겨 이란을 우선 여러 각도록 지원 차단하겠단다.

 

이런 또 시작이다. 우리도 후투 반군에게 공격을 당하는 입장에 해당되겠지. 참, 사람사는 세상은 지극히 복잡하고 유치하고 치사스럽고 제멋대로들이다. 가끔 사람 사는 것이 온통 허망하다는 생각에 치가 떨린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참, 오늘 유튜브 강의 중 런던과 프랑스를 글과 그림과 음악을 가져와서 강의를 하는 내용이 있었는데 참 좋았다. 대부분 내가 알고 있는 내용들인데도 듣는 내내 새로운 기분이었다. 즐거웠다. 새로 공부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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