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내 어머니의 언어

척척하다

반응형

 

 

 

척척하다. 

 

우리나라의 무당과는 영판 다르다 -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이런 날

장맛비 드세던 날이면

나는 늘 짜증스러웠다

만나는 일상 곳곳이 물이었다

쏟아지는 비와 제멋대로 부는 바람으로 빗줄기는

심장까지 스며드는 듯싶었다

 

입보퉁이 투웅투웅 내밀고서

젖은 몸을 뒤덮고 있는

땟국물 좌알좌알 흐르는

무채색 무딘 반팔 옷을 툭 내던지면서

토방에 앉으면

우리 어머니 그러셨다

일년 삼백육십오일

척척한 날도 있어 봐야 되야

그래야 개운한 맛이 얼마나 참한 것인지

알게 되야

어서 씻고

척척한 것들 모다 빨래하게 내놓아라

 

나는 이내 

어머니의 힘에 의해

세상을 읽고

날을 읽고

마침내 

사람으로 되어가고 있었다

 

오늘같이 만사 척척하면

간절히 그리운 것은

여름 장마에도

꽈상꽈상하게 만들어 놓은

하얀 광목에 묻어 있는

우리 엄마 손맛

 

무당으로 검색했더니 무당벌레들만 줄곧 나왔다.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워커를 신었다. 어제오늘 운동화를 신지 못해서 길을 걷는 시간이 줄었다. 간헐적 단식으로 아침을 거른 후 점심과 저녁을 왕창 먹으면 아랫배가 큰 산이다. 실내운동을 셋트로 마치고서야 배불뚝이 배에서 느껴지는 둔함이 덜어진다. 먹는 양이 그리 많다는 생각은 들지 않은데 배가 나왔다. 특히 아랫배는 두둥실 둥근 바가지를 닮아간다.

 

나 어릴 적 우리 할머니 화병 났다면서 치르던 무속 행사에서 아랫 마을 무당이 행하던 일이 그것이었다. 둥글게 큰 바가지를 마당 한가운데 엎어놓고 날카로운 부엌칼로 큰 바가지 둘레에 칼 꽂기. 그녀는 빨강, 파랑, 노랑, 주황 온갓 색 줄줄이 엮인 무녀의 복장을 정갈하게 차려 입고 머리에는 만장에나 사용할 법한 큰 꽃 여럿 꽂은 채 춤을 추었다.

 

우리 엄마 무당이 부를 때마다 나가서 뭔가를 바치면서 말씀하셨다.

"어서 우리 어머니 척척한 곳에서 좀 나오게 해주시오, 어서~"

엄마가 쌈짓돈 곱게 여며 쌓으면 무녀 일어나서 응했다. 그녀는 바가지 주위에 칼날로 동글뱅이를 그리고는 주저 앉아서 외쳤다. 한 손으로는 종잇장처럼 구겨진 할머니의 볼을 꼬집으면서. 

"으째 이렇게 막막 강산이요. 자석들이 뭐 하고 있어서 이리 척척하기만 할까. 그냥 쏴 바람 덩이들 무더기로 몰고와서는 당신 몸 속 척척한 물기들 좀 어서 말려내시오. 당신 몸뚱이 이렇게까지 허망하게 쓰러질 운명은 절대 아닐 것인데."

 

일주일이 채 못 되어서 우리 마을에는 만장이 나부꼈다. 할머니는 긴 길 가셨다. 매사 척척하게 젖은 이런 날이면 틀림없이 떠오르는 그 날. 

 


척척-하다 -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발음 - [ 척처카다 ]

형용사 - 젖은 것이 살에 닿아서 차가운 느낌이 있다.

예) 비를 맞아 옷이 척척하다.

방언 – 쯔겁다 ‘척척하다1’의 방언(함경).

 

비슷한말 – 차갑다

척척지근하다

척근하다 - 형용사 북한어 물기가 있어 척척하다.

 

비를 맞아 옷이 척척하다. → 척척하다 1

목덜미와 등줄기로 척척하게 땀이 배었다. → 척척하다 1

바지 끝이 척척하게 젖어서 양말마저 더러워졌다. 척척하다 1

반응형

'문학 > 내 어머니의 언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간간 짭짤-하다  (17) 2023.07.26
우두다  (27) 2023.07.25
땔싹  (16) 2023.06.22
머들머들하다  (12) 2023.06.19
새삥 그리고 신삥  (19) 2023.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