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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청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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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다.

 

 

내 가는 길 앞에 걸려있는 어두움이여, 어서 걷히라.

 

 

청소를 했다. 

물론 정전기포를 끼운 밀걸레 청소기로 쓰윽 미는 정도이다.

 

써글써글써글...... .

'썩을'에 연음법칙이 적용된 발음 적기가 아니다. 

뭘까. 

우리 집 실내 바닥을 걸으면 나는 듯싶은 소리를 흉내 낸 의성어이다. 

먼지, 티끌, 혹은 모래가 밟히는 소리. 

 

청소를 거의 하지 않는다. 

시간이 없다.

왜? 글쎄 차분하게 청소를 할 시간이 없다.

청소기가 없냐고.

언젠가 '제3의 먼지'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청소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정전기를 이용한 부직포를 밀대 청소기에 끼워 넣어 청소를 하는 정도이다.

물론 내사랑이 집에 오는 날이거나 어쩌다가 오는 손님이 있으면 부리나케 쓸고 밀고를 한다. 그것도 대충.

 

차분하게 청소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날이라면 금요일 오후와 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공휴일이 되겠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 

소위 '불타는 금요일'은 불타야 되지 않겠나. 

월, 화, 수, 목, 금의 오후 다섯 시까지 낮 동안 대부분의 나의 시간이 남을 위한 시간이다. 

금요일 저녁부터, 밤, 토요일 밤낮, 일요일 밤낮은 나를 위해 열심히 보내야 한다. 

딱히 청소기를 쥐고 여유 있게 움직일 시간이 없다. 

없는 시간을 어떡하나. 

 

 

그 끝 보이리라. 곧!

 

 

일요일 오후가 되면 밀려오는 '허망함'을 견디기가 힘들다. 

금요일 오후 퇴근하면서 맛 본 '기대감'과 '설렘'이 사그라진 채 얻게 되는 텅 빈 내 가슴의 공간을 막무가내 부여잡고 있는 것이 참 어렵다. 

금요일 밤부터 하고자 했던 것들을 다 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해내고 못하고를 떠나 일요일 저녁으로 가는 시간의 길 위에 서면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오늘 그 공허함의 강도가 유독 심했다.

하여 집 안 전체 바닥을 청소기로 밀었다. 

미니 샤워를 한 기분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마음도 조금은 푸르러졌다. 

 

이제 '체념'만 하면 된다.

'그러려니'라는 낱말을 내세워 내 생의 일면을 인정하면 된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로 정리하면 된다. 

한데 오늘은 유달리 '정리'가 쉬이 되질 않아 

깜질깜질 이런저런 것을 했다. 

 

'뜨거운 씽어즈'라는 프로그램을 한번 본 적이 있는데 폰에서 어느 출연 배우의 아들이 우는 장면이 눈에 잡혔다. 

하여 보기 시작한 영상이 한 시간 여 계속 보게 되었다. 시니어들의 노래들이 들린다. 권인하, 최정훈이 있는 것을 보니 여러 배우들 속에 두 가수들이 함께 하여 노래를 부르나 보다. 덜 프로페셔널한 소리들이며 가락들이며 리듬들이 다정하게 느껴진다. 노래들이 참 좋다. 

 

오늘은 두 끼만 먹으려고 아점에 조금 전 다섯 시 경 저녁을 먹었다. 

 

새 날 아침에 깨어났을 때 아직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누운 상태에서 쑥 들어간 배를 만지면 느껴지는 가벼움이 참 좋다. 내일 아침은 이를 즐길 참이다. 일주일을 너끈히 이겨내기 위한 정돈된 몸과 마음을 유지하여 출발할 참이다. 

 

자, 어서 욕실로 들어가 반신욕을 하고 머리를 감고 긴 머리 부지런히 말려서 자고 내일로 나아가자. 참, 인물 소묘를 시작은 해야 되겠다. 되겠지. 언젠가는 쓱쓱 싹싹 그려지리라. 

 

단 한순간도 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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