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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의 어떤 시, 안녕 내 사랑
- 그녀가 선별한 쉬흔(50) 편의 시가 실렸다. 각 시를 소개하면서 남긴 그녀의 문장을 몇 싣는다.
그녀의 선별 시집에서 그녀가 읊은 말이자 문장이다. 뼈에 사무친다.
- 쉽게 살라고 그녀는 말했지(시집 1부 표제어).
- 무엇이고 무엇이 아닌가(시집 2부 표제어).
- 내가 죽으면 묻어줄 사람이 있을까(시 "안녕 내사랑 Bella Ciao...(파르티잔 버전))에 붙여)
- 말할 수 있는 슬픔은 슬픔이 아니다.
- 바위에 바닷물이 서럽게 부서지는 소리 들으며 세상사 잊으련다.
그리고, 읽고 상기할 때마다 가슴 찢어진다.
허난설헌이 살았을 적 후회했던 셋
- 조선에서 태어난 것
- 여자로 태어난 것
- 김성립과 혼인한 것
나는 사람으로 태어난 것을 후회합니다. - 나혜석
오랜만에 시집 한 권을 읽었다. 심지어 뒷부분은 시를 필사하기까지 했다. 그녀, 최영미 시인이 시에 덧붙인 문장들도 베껴 썼다. 어떤 문장은 마음을 아프게 했다. 또 어떤 문장은 사람은 안타깝게 했다. 그리고 또 어떤 문장은 자꾸 밑줄을 긋고 싶게 했다.
그녀의 시집과 산문과 여행기와 소설까지 모두 읽었다. 이 시집은 일종의 선별 시집이다. 그녀가 뽑은 시 쉬흔 편! 반쯤 읽다가 멈췄는데 오늘은 작심하고 시를 베껴봤다. 오랜만에 맞는 필사의 즐거움.
필사. 일종의 노동이다. 내 맨 몸으로 뛰어드는 노동. 이제 낡고 허한 몸과 마음이 되고 보니 시 몇 편 베끼고 손가락이 덜덜거렸다. 연필을 들고 시를 쓰던(혹은 베껴 쓰던~) 습관도 이미 나와 먼 일이어서 낯설었다. 마치 내가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어색했다. 내 오른손 손가락들은 마치 처음 맞는 움직임이라고 된 것처럼 민망해했다. 안절부절, 자꾸 글씨가 불분명한 리듬으로 춤을 췄다.
앞 부분은 읽기만 했다가 뒤 부분은 시를 필사했다. 마지막 시까지 베껴내고 맞은 기쁨의 무게가 컸다. 잘했다. 오늘 나는 참 잘했다. 내 몫으로 한 권 사서 수시 꺼내어 읽을 예정이다.
그녀의 낡을(?) 화장대 안에 펄을 담은 남보랏빛 립스틱을 담아주고 싶다. 부디 건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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