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마주하며 對影(대영)
- 고려 진각국사 혜심 -
池邊獨自坐(지변독자좌)
연못가에 나 홀로 스스로 앉았는데
池低偶逢僧(지저우봉승)
연못밑에 우연히 스님 한 분 만났다네
默默笑相視(묵묵소상시)
말없이 웃으면서 그 모습을 주시하며
知君語不應(지군어불응)
난 널 알아 말을 해도 아무 응답하지 않네.
새벽 걷기 두 시간 삼십 분.
돌아와 냉수 샤워를 마치니 내 영혼 내 어머니 육신에 잉태되던 날 이후 쌓여왔을 모든 번뇌가 깡그리 지워지는 느낌.
새벽 운동 시작 후 3일 되었나?
운동 후 온몸 냉수마찰 후 느끼는 신비의 느낌을 잊을 수 없어 계속하려는데~
수면 패턴을 바꿔야겠다.
적어도 밤 11시에는 조용히 자자.
오늘도 종일 허벅지를 꼬집으면서 독서를 했다.
두 권을 번갈아 가면서 읽었다.
니체의 "비극의 탄생"과
장강명 산문집 "미세 좌절의 시대"
오후, 기면증이 아닌가 싶게 자울자울 걷잡을 수 없는 졸음을 물리치려다가 문득 전신을 세워 볼 수 있는 거울 앞에 서서 내 얼굴을 보는데 떠오르는 시. 위 시, 재밌는 시다.
고려 진각국사 혜심의 시 "그림자를 마주하며 對影(대영)"
부드러이 나를 돌아보게 하는 시다. 우아하게 가벼운 시이기도 하다. 처음 읽었을 때 '이렇게 맑은 시가 있구나' 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어제 읽었던 책 “라틴어 수업”의 한 구절이 떠올라 거울 속 동그란 내 두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한 일이 있었다.
‘나를 보고 내게 웃어주기!’
문장도 하나 속삭여줬다.
“매일 시작이야. 오늘 아침 걷기, 참 잘했어. 매일 하기. 늘 즐겁게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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