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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내 어머니의 언어

새삥 그리고 신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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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삥 그리고 신삥!

 

새것을 갖게 되었을 때의~, 무언의 감탄! -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신생아 출산율 1점대를 훨씬 못 미친 시대, 현대라면 우리 엄마는 국가에서 주는 국민 훈장 동백장 쯤은 받을 일이다. 동백장의 의미는 모르지만 그냥 주워들은 말에 의하면. 엄청난(?) 수의 아들과 딸을 낳아 키우신 우리 엄마는 늘 자식들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내가 지금부터 들먹이려는 낱말. 아들딸들에게서 늘 듣고 싶은 말이었을 거다. 이 낱말이 아들과 딸들이 하게하기 위하여 우리 엄마는 늘 일을 하셨다. 얼마나 그 말을 듣고 싶으셨을까. 

 

"와, 엄마 신삥, 신삥이다, 신삥~"

새삥. 신삥. 우리는 '신삥'으로 말했다. 우리 엄마는 흐늘흐늘 허리춤마저 늘어나서 헐렁한 몸빼를 입고서 늘 허리끈을 묶어 가슴 궤까지 끌어올리면서 사셨다. 우리 엄마는 늘, 어서 논에서 밭에서 곡식이며 채소 수확을 잘해서, 돈 많이 벌어서 3일 장, 5일 장, 면내, 읍내 장에 가서 자식들을 위한 신삥을 사 들고 오고 싶었을 거다. 새것. 새로 산 것. 설령 새것이 아닐지라도 내가 새로 갖게 된 것. 내가 새것이라고 생각하면 신삥인 것. 

 

지난해 발표되어 뭇사람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한때 이 입, 저 입에 오르내렸던 노래 '새삥'. 아이돌 그룹 '블락비'의 한 사람인 '지코'의 노래이다. 하던 일에 머무르던 차 잠이 와서 채널 이곳저곳을 뒤적이던 때였다. 어느 방송 음악(춤?) 오디션이었던 '스맨파'에서 불러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여 이 노래가 인기를 끌게 되었고 마침내 내게도 들려왔다. 정감 가는 낱말의 노래였다. 힙합 가수 중 제법 알고 있다고 여기는, 그 지코의 음악 색깔에 평소 흥미를 갖고 있던 때여서 당시 열심히 들었다. 

 

오늘 이곳 블로그 '임시저장' 코너를 정리하려다가 눈에 띄어 글을 완성하여 올리고자 한다.

 

새삥. 대부분 사람에게는 낯선 낱말이었을 것이다. 플랫폼 곳곳에서 이 단어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당시 깨닫고 있었다. 바로 글을 올린다는 것이 늦어졌다. 제대로 된 글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쓰고 싶은 글의 주제는 왜 이리도 많은지. 임시저장 코너에 일백여 개의 글이 있고 하드 디스크에는 더 많은 글이 앞으로 쓸 글로 저장되어 있다. 언제 다 쓴담? 각설하고. 

 

 

 

신삥을 만났을 때의 환희를 어찌 표하리오.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새삥'으로 돌아온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새삥'의 뜻은 바로 '새 상품'을 의미한다.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상품을 흔히 '새삥'이라고 많이 표현한다. 새삥의 어원은 신품을 뜻하는 일본어인 'しんぴん(신삥)'에서 왔단다. 일제강점기를 살아내신 우리 엄마가 못 배운 글을 변호하기 위해 하셨던 자기 자랑 중에 들었던 듯싶다. 엄마는 서당 훈장이셨던 아버지(내게 외할아버지) 지식인이 있어 우리말 공부도 제법 했고 일본 말도 잘했다며 자랑삼아 말씀하시곤 했다. 그런 류의 말씀 중에 이 내용도 있었던 듯. 

 

어려운 시절을 살았던 나, 우리 세대에는 새삥이야 말로 늘 함께하고 싶었던 낱말이었다. 요즘 세대에는, 특히 대중을 향한 자기표현이 강한 가요 등에서 중의적 의미를 지닌 펀치 라인이 존재하는 노랫말이 많다. 이 노래도 그런 유의 하나라고 들었다. 흔히 세태를 풍자하면서 곱씹어대는 노랫말이 흔한 힙합에서는 동음이의어를 사용한 중의적 표현을 목적으로 이런 방식의 노랫말을 많이 사용한다.

 

'새삥'도 분명 중의적인 의미를 가진 낱말 표현의 한 방법이리라. 지코가 자기표현의 한 방법으로 사용한 낱말이자 노래 제목이리라. 펀치 라인을 사용한 노랫말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으리라. 펀치 라인은 현재 '동음이의어'라는 문법 용어 속에 그 사용의 예가 굳혀졌다. '퍽~', 뜻밖에 내리치는, 뇌리를 강타하는, 혹은 전신을 뒤흔드는, 강력한 펀치를 맞은 듯한 느낌을 주는 가사나 글을 일컫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 치의 쇠붙이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뜻을 지닌 사자성어, '촌철-살인 寸鐵殺人'을 들먹이면 그 이해의 범위가 넓어지겠다. 단순하거나 간단한 낱말 하나로도 사람을 감동하게 하거나 썩어 문드러진 세상을 해학과 유머로 콕 찍어 평할 수 있다. 잘난 체 방방 떠 있는 사람의 약점을, 한 낱말이나 한 구절, 한 문장 등으로 찔러 거만한 자세에서 벗어나게 할 수도 있다. 물론 사람을, 세상을 감동의 서사로 물들게 하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노래 ‘새삥’의 노랫말을 찬찬히 읽어보라. 현 세상의 수많은 장면이 슬로비디오로 쭉 지나갈 것이다. 

 

'신삥'은 새삥에서 한 단계 더 굴절된, 내가 사는 곳, 내가 사는 곳에서 사신 우리 엄마와 아버지의 언어였다. 나는 그다지 신삥을 바라지는 않았다. 열에 가까운 새끼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채 내 부모의 돈주머니만 바라보던 현실을 나는 너무 잘 알았다. 글재주가 이만하길 다행이지 아마 대하소설을 썼으리라.

 

지코의 노래 '새삥'이다. 차근차근 읽어 내려가면서 '펀치 라인' 즉 '동음이의어'의 중의적 표현을 살린 부분, 숨어있는 내용, 곳곳에 숨은 현세의 그림들과 말들과 행위들을 찾아보라. 재미있다. 한편 씁쓸하고 한편 다행이고 그리하여 '지코'가 참 고맙다. 나는 이런 표현을 지닌 측면을 생각하여 '힙합'을 참 좋아한다. 하기는, 노랫말 어느 구석에 중의적 표현이 없는 노래 갈래가 있으랴마는. 유독 직구로 때리는 노랫말은 힙합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새삥

  - (Prod. ZICO) (Feat. 호미들)

 

기분이 째져

Ayy, who's the best dresser

반경 100m 누가 젤 튀어

잘 되면 셀럽

못 되면 평생 리셀러

내 개성은 시대를 안 타 huh

안 타 'cause

나는 새삥

모든 게 다 새삥

보세 옷을 걸쳐도 브랜드 묻는 DM이 와

I'm too sexy 헌 집 주고 새집

프리미엄이 붙어 두 배, 세 배, 네 배 yeah

나는 새삥 11년째 freshman

유명세를 걷어 현찰 대신 스펙을 stackin'

Ooh! You're not savage

남의 멋만 쌔비지

난 취향을 감춰 그래

내 세컨 카는 수수께끼

Show and prove의 심벌

넘볼 수 없는 임금

The king is back 뽷!

다시 '코'시국

암만 영끌해도 근본은 절대 못 사

눈팅으로 배운 너의 street fashion

뚜까 패고파

기분이 째져

Ayy, who's the best dresser

반경 100m 누가 젤 튀어

잘 되면 셀럽

못 되면 평생 리셀러

내 개성은 시대를 안 타 huh

안 타 'cause

- 중략(모두 인용할 수 없어서 서운!)

 

 

 

이 글과 함께 나는 '나의 개성'에 관한 글을 한편 더 엮었더랬다. 이 글도 임시저장 코너에 있었다. 오늘은 이 글 '새삥 그리고 신삥'과 함께 두 편의 글을 올린다. 글이라야 뭐, 그냥저냥 내 좁은 생각을 펼친 구차한 내용이지만, 어쨌든 글이다. 내일 이어서 올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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