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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음악

<팬텀싱어4 - 3회>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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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렇게 행복할 수가. 어제 대청소의 짐도, 그 전날, 금요일 밤의 <팬텀싱어 4 - 3회> 덕분에 그다지 힘들어하지 않고 해낼 수 있었다. 고맙네, jtbc여! 

 

 

록, 팝, 판소리의 어울림을 멋지게 담아낸 김광진, 조진호, 김수인. 스트린숏으로 가져옴

 

 

그만 놓치고 말았다. 지난주 끝에 4조 림팍의 음악을 듣고는 끝났다. 이번 주 나머지 4조의 음악을 마저 듣지 못했다. 무엇이 나를 그리 바쁘게 했을까. 아, 다 다음날 진행될 큰 행사 생각으로 바빴다. 손님을 치르기 위한 음식 메뉴 정하기와 청소 등에 대한 마음의 준비로 이것저것 계획을 짜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니면 늘 '모처럼' 맞이하는 것 같은 '불타는 금요일'에 대한 기대가 나를 들뜨게 했나 보다. 무엇인가를 하다가 그만 시작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팬텀싱어 4 - 3회>를 말이다.

 

 

바리톤 3인조 이승민, 노현우, 이한범. 멋진 조화였다. 스크린숏으로 가져옴

 

못 들은 4조의 노래들은 본방송 이후 바로 채널을 옮겨서 진행되는 재방을 생각하니 마음이 놓였다. 이어지는 본선 1라운드를 마음 편하게 듣고 볼 수 있었다. (실제로 바로 이어지는 재방을 끝까지 봤다.)

 

뜻밖이었다. 지난 회에서 예고하여 알고는 있었지만 쉽지않은 계획이라 여겨졌다. 무작위로 뽑힌 사람들이 각 성부 내에서 자기 성부의 한 사람 혹은 여러 사람으로 팀을 꾸려 한 곡을 함께 부르는 방식이다. 이름하여 '포지션 배틀'이었다. 각자의 노래로 같은 성부의 최고점을 판별하는 것은 쉽게 할 수 있으며 늘 봐 왔으나 한 노래를 같은 성부의 여러 사람이 함께 부르는 배틀은 참 어렵지 않을까, 혹은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첫 번째 대결은 바리톤끼리의 대결이었다. 클래식 랩을 선보였던 이승민, 번듯한 비주얼에 묵직한 파워를 내보인 노현우,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의 맛을 담은 목소리가 듣는 이를 참 편하게 했던 이한범의 바리톤 트리오는 〈E'mezzanotte〉를 들려주었다. 같은 성부인데도 참 각양각색의 소리가 있음을 절감하게 한 아름다운 조화였다. 본선 2라운드 바로 진출은 노현우였다. 저음과 고음을 자유자재로, 적절한 변화의 물결을 살렸다는 평가에 나도 동의했다. 이한범, 이승민 모두 놓칠 수 없는 사람들임에 한탄을 함께 하면서.

 

두 번째 포지션 배틀 팀은 테너 2인조였다. 림팍과 서영택. 아, 누구를 고른다는 말인가. 〈D'istinto e di cuore〉 처음 듣는 노래였다. 나는 항상 음악과 함께 해요. 나는 본능과 열망으로 살아간다는 내용이라는데. 이 노래 안에서는 좀 더 굵은 소리로 인생의 저 높은 곳과, 평범한 일상, 그리고 저 아래를 고루 설명할 수 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인 림팍이 확실하게 더 나아 보였다. 림팍이 2라운드로 직행하는 티켓을 따냈다. 서영택도 올라가리라. 그의 첫 노래였던 에디뜨삐아프의 곡 〈Non, je ne regrette rien〉를 어찌 쉽게 잊을 수 있겠는가. 서영택에게도 복고를 드라이하게 나타내는 좋은 힘을 담은 목소리가 있다. 그의 본선 2라운드 진출은 당연하다고 여긴다.

 

세 번째 대결은 엉뚱 반전의 결합. 록 가수와 팝 발라드 가수, 그리고 소리꾼 모음이었다. 세무사 록 가수 김광진, 팝 발라더인 그룹 펜타곤 보컬 조진호, 소리꾼 김수인. 과연 가능할까. 팬텀싱어 이전 시즌의 고영열을 생각하면 뭣인들 못 하겠는가라는 희망도 없지 않았지만 나는 보이그룹 아이돌 출신 조진호가 의문스러웠다. 사실 추가 합격이라는 것도 용납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비주얼로 승부를 보려 드는 아이돌을 징그럽게 싫어한다. 우선 노래가 되어야 한다. 악기 연주도 아울러 할 수 있어야 하고 곡을 쓸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철저하게 본다. 말하자면 노력으로 이루어진 능력을 지닌 사람이라면 아이돌도 참 좋다. 무작정 비주얼에서 승부를 보려는 인간들은 정말 싫다. 사실 지난주 조진호의 노래는 정성도 있고 보컬 실력도 괜찮아 보였지만 겉치레를 좇는 이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지나치게 보여주기 식의 노래를 부르려다가 그만 선곡 실패, 원곡에 거슬리는 노래를 부르지 않았는가 하는 혹평 비슷한 평을 받았다는 데에 긍정의 고개를 끄덕였던 참이다.

 

한데 록과 팝과 소리꾼의 조합에서 곡을 고르고 이를 드레싱하고 각각 노래를 주문하는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아, 이이는, 조진호는 평소 음악에 대한 고민을 제대로 하고 있던 아이돌이구나 하는 생각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대단했다. 특히 그가 말한, 셋 중 어느 누가 올라가는 데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세사람 중 다 다음 라운드에 진출해야 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자는 내용에서 나는 훅 가고 말았다. 대단한 청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곡 선정도 셋 각자의 개성을 도드라지게 꺼낼 수 있는 명곡이었다. 그는 한 몫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 중창을 만들어 조진호에게 키를 맡기면 아주 멋진 중창단을 꾸려나가리라. 그의 본선 2라운드 진출은 필요충분조건이 이미 완성되었다. 꼭 진출하리라.

 

소리꾼 김수인은 대단했다. 내가 워낙 좋아하는 '쑥대머리'로 나를 홀린 지난 시간의 소리도 소리였지만. '작창'이라는 것이 참 어렵다. 그는 프로듀싱을 하는 조진호가 주문한 대로 내놓았다. 곡에 맞게. 영어 노래 위에 얹어진 우리말 작창이었지만 그의 목소리에 흐르는 한의 정서가 원곡 팝의 내용에 제대로 얹힌, 맛있게 얹힌 계란 프라이 같았다. 즉 작창 부분만 쏙 걷어내어 원곡에 딸린 또 다른 음악을 만들어도 좋을 만큼 딱 들어맞는 내용이었다. 그래, 자꾸 자막에서는 고영열을 생각나지 않게 한다지만 고영열에 대한 생각은 마음 깊숙이 앉혀두고(고영열이 프로듀싱한 흥타령, 몽금포타령, 그리고 각국의 노래들을 나는 엄청나게 좋아한다. 흥타령은 특히 매번 들을 때마다 눈물이다.) 그 위에 김수인의 판소리꾼 층도 새로 만들어 올릴 수 있을 만큼 대단한 능력자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 역시 고영열처럼 다양한 음악 세계 속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절절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3인방 중 막둥이이면서 두 형들을 제치고 본선 2라운드 진출을 확정 지었다. 축하한다. 충분히, 그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세무사 록 가수 김광진. 그의 음량, 음 폭은 대단하다. 그 옛날, 지금은 머리가 길다는 것으로 이슈화되는 것에 머물러 있는 참 안타까운(순전히 내 주관적인 생각이다. 질타하지들 말라.), 가수 김경호가 '마지막 기도'를 부르던 그 소리를 내게 떠오르게 하는 가수 김광진. 목 관리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지난주에 이미 했다. 다행이다. 그의 이번 무대는 참 아쉬웠다. 그가 자기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양이 너무 적었다. 그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어야 했는데 그만 'she is gone'의 고음 복사판에 그친 편곡에 그쳐서 많이 안타까웠다. 조금만 더 변화를 보여주었더라면. 고음, 고음, 고음의 연속이 아니었어야 했다.

 

림팍, 심형택의 2인조 테너. 스크린숏으로 가져옴

 

 

김광진의 심사위원 투표수 0에 나는 난감해 했다. '찢었다'고 말들을 하던 심사위원들이여. 어쩔 수 없었으리라 여기지만 지난주에 세무사 말고 록 가수 김광진의 마니아로 입사한 나는 많이 마음 아팠다. 꼭 말하고 싶다.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은 광대한 범위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꼭, 꼭, 꼭 김광진은 본선 2라운드 무대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제 오전이었던가. 대청소 중 록과 팝 발라드와 소리꾼이 합하여 만든 노래 ‘Dangerously’를 여러 번 들었다. Charlie Puth의 ‘Dangerously’와는 또 다른 음악을 들었다. 아마 스무 번 이상을 '1회 반복 듣기'로  들었을 것이다. 한데 왜 유튜브에는 어서 안 올리는지.

아프겠지,

하지만 내가 자초한 일이야.

현실을 부정했으니까.

우리의 사랑에 취해 정신을 못 차렸어.

술로 사랑 따위 잊어버리려고 하지만~,......,...... .

'찰리 푸스'. 그의 음악은 우리나라의 음악인들이 리메이크를 할 수 있는 참 좋은 곡들이다. 그의 콘서트에 좀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윤종신의 심사 언어가 아주 재미있다. 언젠가 그의 언어에 대한 글도  써보고 싶다. 스크린숏으로 가져옴

 

당분간 나는 행복이 예정된 사람이다. 기쁘다. 물론 <팬텀싱어 4>가 끝난 후의 공허함도 미리 걱정하고 있다. 참, 그런데 이를 어쩐담. 내 귀에는 어느 한 사람, 본선 2라운드 진출에 맞지 않다고 여겨지지 않은 이가 없으니, 이를 어찌해야 하나. 또 얼마나 가슴 아파야 하나. 그냥 본선에 오른 모든 이들이 끝까지 대결하게 했으면 좋겠다. 다음 주에는 이동규와 오스틴킴의 대결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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