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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음악

팬텀싱어4 - 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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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 오늘 일기는 이전 글로 따로 올렸다.

 

 

테너 4인조 - 아름다운 무대였다. 스크린숏으로 가져옴

 

 

금요일 저녁 시간에 긴장이라니. 금요일. 주말로 연결되는, 이 멋진 날 '불타는 금요일'의 저녁 시간에 어찌할 줄 모르는 조마조마함으로 안절부절. 정해진 프로그램 두셋, 그것도 당일 방송 끝부분에 제공되는 다음 회차 선 공개를 보고 시청해야겠다는 작정을 하지 않으면 켜지 않은 텔레비전. 방송 예정된 프로그램으로 불안해하는 나의 모습이 차라리 신선했다. 어제, 금요일은 팬텀싱어4의 4회가 방송되는 날이었다. 그래, 이런 기분도 괜찮아. 늘 쪼글쪼글한 생활을 펼쳐내느라 미치지 못하는 힘으로 좌불안석이니 잠깐이나마 속세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스페셜 타임이랄 수도 있지 않나? 즐기자.

 

어제, 금요일은 아침부터 즐거웠다. 이른 출근에 재빨리 채워진 아침 일기 초안을 마치니 몸도 마음도 가벼웠다. 계획하고 있는 올 후반기 프로젝트 문서를 점검하다가 유튜브를 켰다. '팬텀싱어'로 검색어를 입력했다. 텅 빈 4층을 나 혼자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삼십 여분은 되었다. 줄줄줄줄, 팬텀싱어에서 탄생한 여러 명곡이 보였다. 커다란 내 눈 속 눈동자 안 시신경이 확인한 곡의 제목들이 한없이 나를 들뜨게 했다. 

 

1회, 이동신과 곽동현의 듀엣곡 '카루소'부터 들었다. 1회 오디션의 그 날, 둘이서 나를 황홀하게(왜 '황홀하게'라는 낱말만 꼭 생각날까, 더 적절한 낱말이 없을까.) 했던 그 무대가 아련히 떠올랐다. 나는 이동신과 곽동현의 무대 전체를 스캔해서 내 뇌 어느 곳에 방을 마련하여 저장해뒀다. 생생하다. 둘의 표정, 둘의 손의 움직임, 둘의 눈빛 등. 구본수, 박기훈, 최성훈, 유채훈이 사중창으로 부르는 '레퀴엠'이며 '마마', 'Il Mondo' 등이 계속 연결된다. 내게 가장 인상깊게 남아있는 회차는 1회이다. 아마 '카루소' 때문일 것이다.  

 

자, 또, 어서, 어제 금요일 아침에서 몸을 떼어내고, 즉 각설하고.

 

본선 1라운드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주 선공개에서 심사위원들이 그랬다. 이렇게 아름다운 곡을 들을 수 있다니요. 이 무대는 세계 최고라고요. 내가 해석한 심사위원들의 모습이었다. 내가 가진 기대의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나를 계속 다독거렸다. 나의 심장을 가볍게 매만지고 달래면서 하루를 보냈다. 

'방송이잖아. 방송이며 언론들, 시청률을 위해 하는 속셈들 잘 알잖아. 너 좋아하는 김문정이며 손혜수며 모두 사람이야. 유명 인사들이야. 자본주의자들이야. 너무 기대하지 마.'

김문정과 손혜수에게 살짝 죄송했지만 선 공개 속 그들의 요란한 제스쳐는 짜인 각본에 의한 것임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물론 이 프로그램은 일반 방송들과는 좀 다르다는, 김문정과 손혜수는 많이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말이다. 

 

바리톤 2인조, 같은 결인듯 다른 결인듯

 

 

팬텀싱어4의 4회 첫 번째 무대는 바리톤 2인조 박준범과 이홍석의 〈Ah Fos Ilaro〉였다. 노래의 맥을 부드럽게 이어가는 이는 박준범이었다. 묵직함의 두께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이홍석은 바닥을, 베이스를 또 두툼하게 깔았다. 그들 말대로 결이 같은 듯, 한편 매우 다른 듯 느껴지는 애매함은 무엇을 말할까. 기대보다는 노래가 좀 부족했다. 윤종신이 그랬다. 창과 방패. 매력이 문제다. 울림이 문제다. 맞다. 박준범이 살짝 더 호소력이 있었다. 김정원도 말했다. 마음을 건드리는 목소리를 택했노라고. 김정원은 이홍석이었던 듯. 그것도 맞다. 고음에서 마음을 건드리는 이는 또 이홍석이었다. 위너는 박준범이었다. 손혜수가 말했던가. 조금 더 내추럴한 소리를 택했다고. 이홍석은 비브라토를 일부러 만든 것같이 느껴져서 조금 어색했다?

 

 

중저음이 조금 아쉬웠다. 두 테너.

 

 

두 테너 김성현과 김모세의 〈Canto Della Terra〉도 역시 결이 비슷했다. 이 대결은 저음에서 승부가 갈렸지 않나 싶다. 곡을 골라 연습하던 중에 직접 말했던 것처럼 저음의 도입부와 저 극 고음에서 내놓아야 할 분위기를 제대로 드러내면서도 부드럽게 연결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는. 안타깝게도 두 가수 모두 저음에서 만들어내야 할 안성맞춤이 부족했다. 특히 김모세의 저음은 매우 아쉬웠다. 그 음에 맞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에 실패했다 싶었다. 김성현의 저음도 김모세보다 크게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심사위원 누구도 말했다. 중저음이 문제였다고. 원곡, 자연의 위대함 속에서 영그는 사랑 이야기를 고아하게 노래하는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의 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줄곧 생각나게 했다. 이는 이 무대가 기대에 영 미치지 못했음을 말한다. 김성현 승이었다. 팽귄 테너로 예선 무대를 치른 그가, 내가 승자가 될 것이라고 인터뷰에서 씩씩하게 말했던 그가, 패자인 김모세 앞에서 미안함을 표하며 흘리는 눈물이 얼마나 슬프던지. 모세의 눈웃음이 다행이었다.

 

뮤지컬 4인조. 임규형, 윤현선이 돋보였다.

 

크리스 영, 이세헌, 윤현선, 임규형의 무대가 이어졌다. X Ambassadors의 〈Hey Child〉. 뮤지컬 4인방. 그래, 어쩌자고, 이 사람들이, 네 명이나 한 무대에 서게 되었는지. 크리스 영은 제가 지닌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 아주 못했다는 것이 아니다. 뭔가 아쉬웠다. 도드라지질 못했다. 차라리 예선 무대의 독자적인 힘이 훨씬 나았다 싶었다. 이세헌은 부드러우면서도 잠재력이 많음을 느끼게 했다. 윤현선은 록 보컬의 거친 매력에 중성적인 마력도 지닌 소리였다. 그에게서는 누구보다 대단한 열정이 느껴졌다. 비단 s전자를 떠나 뮤지컬에 입문했다는 내력 때문만이 아니었다. 타고난 소리꾼이었다.

 

아, 임규형. 나는 그를 잘 몰랐다. 그의 목소리는 천의 목소리를 지녔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모든 장르, 폭넓은 음역에 깊이를 지닌 곧고 굵은 소리까지 모두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졌다. 아울러 그가 가지고 있는 진짜 힘은 독창뿐만아니라 사중창인데도 자기 목소리를 유별나게 내세우지 않은 가운데, 부드럽게 중창단에 섞일 수 있는 조화였다. 그는 마음 씀씀이도 참 괜찮지 않을까 싶은 노래 밖의 생각까지 하게 했다. 부디 그러기를 또 간절히 바란다. 아름다운 사중창이었다. 승자는 당연히 임규형!

 

이해준이 무대를 뮤지컬답게 꾸몄다.

 

뮤지컬 3인방의 무대도 있었다. Imagine Dragons (이매진 드래곤스)Warriors. 김우성과 이해준과 김지훈.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겁도 없다고 김우성에게 내비쳤던 이해준이 승자가 되었다. 셋 다 대단했지만, 곡 곳곳 힘을 빼고 부리고를 뚜렷하게 드러내는 소리를 들려주고 보여줬던 이해준이 심사위원의 많은 표를 받았다. 김우성은 참 순수했다. 소리도 몸도 표정도,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부르겠다는 일념이 도드라졌다. 이것이 그에게서 표를 앗아갔다. 안타까울 뿐이다. 김지훈. 앞으로도 쭉쭉 큰 무대를 설 수 있으리라는 강한 소리를 갖고 있음을 확인하게 하는 모습이었고 소리였다. 노래 자체가 록이기도 했지만 편안함과 거친 욕망까지 온몸으로 소화해내겠다는 일념으로 노래를 불렀다. 이해준은 무대를 확 사로잡았다. 심사위원 윤종신의 말처럼 셋 다 소리가 좋은데 가슴 저미는 연기를 선보인 사람을 택했다는 것에 맞는 결과였다. 손혜수는 그랬다. 성악가들과 함께 노래를 불러야 하므로 그 사이에서 잘 섞이고 탄탄한 다리 역할을 할 사람을 골랐다고. 그는 김우성이었던 듯싶다. 김우성의 순수에 충분히 맞는 심사평이라고 느껴진다.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Luciano Pavarotti)〈Il Canto〉. 내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테너들의 조합이었다. 4인방. 정승원, 진원, 오스틴킴, 이동규. ' 우리, 아름다운 사랑이었다. 나 잊지 않고 고이 간직하겠다'는 파바로티의 노래로 나에게는 매우 익숙한 노래였다. 파바로티의 목소리가 내게 너무 강하게 남아 있어 이를 어찌 잠재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야 했다. 팬텀싱어4 예선에서 내가 가장 높은 점수를 준 사람들에 속한 이들이지만 불안했다. 더군다나 테너 넷이다. 우후죽순 각각의 목소리만 높이 솟은 채 삐죽삐죽거리다가 마무리되면 어떡하나 조마조마했다. 

 

돌아보니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 이동규 님이야 글로벌 무대를 뛰는 카운터테너이다. 그의 생각은 네 사람이 뭉친 무대를 다양한 각도에서 아우를 힘을 지닌 사람이다. 예선에서 보여준 오스틴 킴의 힘도 능히 사중창을 멋지게 펼쳐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예선에서 크게 와 닿지 않았으나 정승원도 무궁무진한 힘을 간직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진원. 진원은 정승원보다는 나이가 많지만 조금 더 살아낸 연륜에 비주얼이 더해져서 나에게는 정승원보다 더 강하게 나를 유혹한 상태이다. 넷의 연습 장면을 보고 걱정이 사라졌다. 세기를 풍미한 파바로티의 무대 못지않은 어떤 무대를 내세울 것이 확실시되었다.

 

이 정도는 아니었다. 설마하니, 이 유명한 원곡을 능가할 만큼 새로운 무대를 탄생시킬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이렇게나 멋진 무대를 테너 4인방이 만들어낼 수 있구나. 나는 어찌할 줄 몰라 하는 내 호흡을 다스리면서 네 가수의 무대를 시청했다. 파바로티의 무대가 그리울 상황만 아니어도 충분하다 싶었다. 그런 정도만 아니면 되겠다 싶었다. 아, 테너 둘과 층이 다른 카운터테너 둘을 오가는 넷의 소리 모음은 '조화' 그대로였다. 아니 조화를 넘어섰다. 무대를 시작하면서 보여준 오스틴 킴의 행동, 눈을 들어 뭔가 해낼 것이라는 당찬 힘으로 무대 위를 한 바퀴, 쭉 돌아보는 눈매에서부터 뭔가 있을 것이라는 좋은 징조가 느껴졌다. 기운이 달랐다.

 

젊고 싱싱한 정승원은 심사위원 손혜수의 조언을 소중하게 받아들이리라는 기대와 딱 들어맞았다. 능력을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한 야무진 정성을 그의 소리로 읽을 수 있었다. 진원. 든든했다. 열심히 자기 실력을 쌓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스틴 킴. 어떤 이도 낼 수 없는 그의 저음으로 나를 유혹했던 그의 예선 무대는 나의 가슴 속에 신비의 영역을 담은 나만의 상상을 담은 비밀 공간을 만들게 했다. 이동규. 젊은이들 틈에서 나이 듦을 인지해야 하는 그의 속마음은 많이 긴장되어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는 진정 대인이었다. 아, 그가 온몸으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눈빛, 입술 꼬리 올리고 내림까지 노래로 만들었다. 나에게 보이는 그의 무대 위 모습은 연륜의 힘을 멋지게 보여줬다. 승은 이동규였다. 남은 셋은 당연히 본선 2라운드에 진출할 것이다. 그래, 심사위원들의 말처럼 이 넷, 이 팀 그대로 계속 함께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들은 한 편의 영화를 그들의 온몸으로 내게 심어줬다. 매번 느끼는데 윤종신 심사위원의 평은 매회 참 적절하다. 

'이 팀의, 세기에, 셈과 여려짐으로 가는 과정이 너무 아름다웠다.'

 

나는 눈물을 흘렸다. 이번 회에도 어떤 이를 나의 마음속 연인으로 모셔왔다. 또 한 사람의 남자 친구를 만들었다(나에게 남자 친구가 많다는 것은 내 지인들은 모두 안다. 후후후). 어떤 이들이냐고? ㅋ. 쉿,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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