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일까, 세번째일까.
볼 때마다(수없이 많은 영화를 봐 온 나는 이제 돌아서면 방금 본 영화의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다. 하여 내 본 영화들의 장면 조각들을 물고 눈물을 흘리는데~ 오죽하랴. 이 훌륭한 영화의 고아함을 내 어찌 받들 자격이 있느냐며, 하여 나는 새 영화의 제대로 된 흡입을 위하여 바로 앞 영화를 던지는데 라고 변명을 하면서~),
대체,
뭘, 내게 ~
느끼라는 것이냐, 감독 레오 카락스여!
외치고 외치면서 영화를 보다가는,
몇 번 째 보고 있는 것이냐를 생각하면서,
그것도 어젯밤과 오늘, 이틀에 걸쳐 영화를 보는데
아, 레오 카락스는 담담하게 이어가다가 마침내 내게 또 눈물을 쏟아내게 했다. 그래, 본 영화였다.
살고 싶다.
다시 살고 싶다.
그런데 다시 살 수 없을 것 같다.
라고 레오 카락스는 남주에게 영화의 종착역에서 외치게 한다.
아니오. 레오 카락스여, 우리 다시 살아요.
나, 다시 살고파요.
그리 많은 시간이 남은 것은 아니지만 꼭 내 생, 다시 살아본 후 죽고 싶어요.
영화주간지 <무비위크> 장성란 기자의 이 영화에 대한 평을 읽으면 레오 카락스의 참 외침과 사람들을 위로하는 그의 따뜻함과 그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다.
주연 '드니 라방'의 명연기에 내내 감탄을 하다.
주인공 오스카가 하룻 동안 벌인 아홉 상황 중 마지막을 옮겨본다.
생을 리모델링하고자 한 분들이여, 꼭 이 영화를 보고 용기를 가지라. 그래, 다시 살자.
은행원을 급습사는 오스카
그리고
주문된 마지막 상황.
깊숙한 길로 내달리는데 죽음의 소리가 배경음으로 깔린다. 사고와 위기 상황. 욕을 퍼붓는 운전자 셀린, 사마리텐 백화점 앞. 상대 차 운전자도 나와 셀린과 싸우고. 기다리던 오스카는. 밖을 내다보다가 상대 차 속 미인을 만난다. 여자는 통화 중. 그러다가 오스카를 본다. 둘은 차 밖으로 나와 만난다. 마침내 만나는 당신. 39분의 시간. 오래 전 일을 함께 하던 여자. 여자는 눈을 분장했고 오스카는 노인 얼굴을 하고 있는데...... . 여자는 오늘 밤 죽어야 할 역할이란다. 한 건물을 두드리고 지배인인 듯한 남자가 나온다. 여자는 곧 고급 호텔을 지으려는 빈 공간으로 안내한다. 아마 공연장이었을 듯.
오스카는 남자는 여자의 브래지어를 사러 갔던 일을 회상하고 철거된 공간을 둘은 걷는다. 늘 잘해줬던 당신. 20분 후에 여자의 여인이 올 것이고 둘은 20분 동안 20년을 돌아봐야 한다. 다신 만날 날이 없을 거야. 의상을 거두었던 곳이며 여러 연극을 위해 존재했던 공간들을 돌아본다. 계단을 오르면서 남자는 여자를 안고 오른다.
우리 누구였을까, 대체 누구였을까, 누구로 살았던 것일까, 그때 그 느낌은 생각나는데. 과거의 우리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우리 어떤 모습일까. 다른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그때 그 느낌이 느껴져 묘한 그 감정, 아이가 하나 있었네, 아주 어린 아이가, 우리에게 아이가 있었어. 아이의 이름도 불렀고 그런데 그 아이는 우린 떠냐야만 했지. 아주 멀리 헤어져야 했어. 연인들은 흉한 모습으로 변했고 서로 멀어지기를 바랐지. 새로운 시작. 죽은 자는 떠나고 산 자는 살아가지. 여자는 뒤 남자의 눈길을 받고 걸으면서 노래를 부른다. 우리 어떤 모습일까 과거로, 다른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새로운 시작. 죽은 자는 떠나고 산 자는 살아가지.
남자는 마루바닥에 나뒹구는 얼굴인형을 발로 차고 여자의 노래는 멈추고 둘은 이어 옥상 정원으로 간다. 식물들은 이미 말라버린 듯. 불빛을 내려다 보며 남자는 담배를 빨아물고 여자는 불빛 시내를 내려다 본다. 남자는 말한다. 우리 둘에 관한 거 당신이 모르는 것이 있다고. 시간이 우릴 막는 군. 그만 가 봐야 겠어. 그가 곧 올거야. 안 마주치는 것이 좋겠어. 여자는 오스카를 떠나보낸다. 외손으로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여자는 호텔 로고 뒤에 서서 겉옷과 가발을 벗는다. 제 머리를 단속한다. 구두를 벗는다. 호텔 로고 뒤 철망 위로 올라 로고 뒤를 걷는다. 몸을 던지려다 말고 '헨리'를 외친다. 이리 와.
진. 여자를 부르며 남자가 올라온다. 오스카는 새로 등장한 남자를 피해 건물 밖으로 나온다. 여자가 거리를 걷던 여자를 납작 누른 채 죽어 있고 남자는 차에 오르며 구토를 하고 경악한다. 차는 남자를 싣고 내달린다. 웅장한 클래식으로 어둠 가득한 밤의 무게를 버틴다. 술에, 담배에, 어쩌려고 그래요. 어서 뭐라도 드세요. 차 안에서 운전자 셀린이 남자에게 외친다.
이제 끝이 다가오네. 내 인생 마지막 순간을 앞에 두고 있어. 친구여. 자정이 다 됐어요. 자정? 셀린, 자정 되기 전에 꼭 웃어야 해. 같이 노력해 보죠. 다음 생에서나 웃게 되면 어떡해. 거기 앞쪽에는 괜찮아? 하루가 정말 길었죠. 여긴 괜찮아요. 뒤쪽은 괜찮아요? 여긴 난장판 같아. 춤이라고 춰, 다음에요. 저 옛날에 무용수였어요. 무용수? 몰랐어. 댄서? 정말 멋있었겠다. 순간 비둘기가 차 유리창을 치며 지나간다 운전자 셀린이 고함을 지른다. 둘은 비둘기가 옆 택시를 가로질렀다고 웃는다. 시간이 늦었어요. 오스카씨. 다음 스케줄을 준비하셔야지요. 상의 누드로 차 뒷칸에 앉아 담배를 빨아대며 '당신 집'이라는 '당신 아내'라는 '당신 딸들'이라는 안내장을 보고 있는 오스카.
마침내 도착한 집들은 똑같다. 오스카씨. 오스카씨. 오스카씨?
잠에서 깨어난 오스카. 시간 다 되었어요. 오스카는 거울을 열어 머리를 빗고 빛을 검은 천으로 가린다. 오스카가 내린다. 오늘 일당이고요. 오늘 묵을 방이고요. 내일 봐요. 잘 자, 셀린. 여러 모로 고마워. 키스를 날린다. 차와 함께 셀린이 떠나고 기침을 하면서도 오스카는 담배를 또 빨아댄다. 온통 지친 몸으로 대문 앞에 선다.
다시 살고 싶어. 그건 내 삶을 다시 살고 싶다는 뜻. 붉고 노란 창이 있는 곳. 같은 집들, 똑같은 삶을 아직 갈길이 멀지 몰라도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건너서 먼 길을 왔음을 느끼네. 어린 시절은 너무나 멀게 느껴지내네. 추을 때나 눈물 날 때나 우린 생각하네. 하늘이 우리에게 허락한다면 다시 살고 싶어.
그건 내 삶을 다시 살고 싶다는 뜻. 아직은 편히 쉴 시간이 아니니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해. 차가운 물에 뛰어든다 해도 변할 건 없어. 어린 시절은 너무나 멀게 느껴져. 추울 때나 눈물 날 때나. 나 왔어. 빈 집에 들어선 오스카는 '자기야'를 외치고 원숭이, 아니 개같은 루스가 맞아 준다. 우리 아기 루스 잘 있었어? 자기야. 오드 보러 가자. 할 애기가 있어. 헝클어진 머리 빗다 만 머리 할 애기가 있어. 빗다가 흉측해진 머리 우리가 원하는 건. 살고 싶어 다시 살고파 다시 살고파. 루스와 오드와 오스카가 붉은 밖을 내다본다. 셀린은 되돌아가고 있다. 사랑하는 내 가족들 긴히 할 얘기가 있어. 앞으로는 다르게 살아갈 거야. 우린 일어서서 다시 살아가고 싶어. 활기를 되찾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수 없어. 아니, 그런 불가능해, 아니 그럴 수 없어.
홀리모터스가 초록 로고로 세워진 건물이다. 셀린이 주차장으로 들어선다. 이미 같은 차들이 여럿 들어서 있다. 셀린이 올린 머리를 푼다. 가면을 쓴다. 전화를 한다. 전 이제 집에 가요. 주차장은 긴 줄로 하얀 리무진들이 사선으로 정차해 있고 가면을 쓴 셀린이 주차장을 나선다. 셀린이 퇴장하고. 차들이 소리를 낸다.
하품을 붉은 빛으로 시위를 하면서 함께 한다. 피곤해 죽겠어. 도시 전체를 누비고 다녔다니까, 하얀 리무진들이 말한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이끼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구르는 돌은 경험을 많이 쌓는 다는 거야. 자고 싶은 차들도 있어 조용히 해. 잠이야 잘 수 있어. 우리도 곧 폐차장으로 갈 거야. 우리도 곧 쓰레기가 될 거야. 쓰레기? 조용히들 해, 어르신 말씀이 맞아. 그래, 인간들도 큰 기계를 원치 않아. 그래, 엔진도 원치 않고 가동 자체도 원치 않아. 이젠 운행도 못해. 정말이야? 진짜라니까. 아멘, 아멘.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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