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ef
황당한 옛일 떠올리기가 되겠지만 나의 영어 성적은 필기시험을 치르면 대부분 100점. (고등학교 때까지 거의 그랬다.) 물론 지금은 중학교 수준 정도의 것은 쪼끔 그렇고 초등 6학년 수준의 시험 정도는 여전히 거의 만점이다. 한데 왜 그러는지. 'FREE TAIKING'은 젬병이다. 이러저러한 나의 영어 습득 정도는 설령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영어 낱말이나 구문이 등장해도 다시 한번 의심을 하곤 하여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확인하곤 한다. 속된 말로 나는 영린이‘이다. 하기는 ’ 영린이‘는 영어 초보자를 일컫는다니 그도 알맞지 않다. 나는 뭐지?
오늘, 좀처럼 시청하지는 않는 미국 드라마를 시청한 것이 떠올랐다. 하룻밤을 지새우면서 시리즈 전체를 본 것. <성난 사람들>이었다. 그날 뉴스가 한국계 이성진 감독의 작품이 에미상 작품상을 받았으며 스티븐 연이 남우 조연상, 앨리 웡이 여우 조연상 수상이라는 것이었다. '아시아계, 비주류의 반란'이라는 등의 제목에 나도 흥분하여 몇 짧은 스포를 열어 읽고 우선 본 제목을 검색해봤다. 내가 그 의미를 잘 알고 있는 'beef‘였다.
'엥? 왜 이런 제목을?'
<성난 사람들>은 며칠 전 밤을 꼴딱 새워서 공들여 시청했다. 넷플릭스 방영작 미국 드라마. 나는 가끔 내가 시청한 외국 영상의 본 제목을 떠들어보곤 한다. 작품을 보기 전 혹은 본 후. 제목으로 영상의 주제나 스토리의 전개를 상상해보기도 재미있고 모두 시청한 후 왜 이런 제목을 선택했을지 시청한 내용과 연결해 보고 새로운 상상까지 덧붙여보기는 참 재미있다. <성난 사람들>로 번역되어 내가 본 드라마의 본 제목은 <beef>. <beef>의 뜻은 다음과 같다.
beef
1. 소고기, 구운/다진 소고기
2. 불평을 해 대다.
3. 불평
4. 보강하다.
5. 강화하다.
6. 불평을 해 대다.
내가 알고 있는 뜻은 딱 1번뿐이다. beef = 소고기. 아, 그러고 보니 솔직히 말해서 ‘구운 소고기‘ 혹은 ’다진 소고기‘라는 의미로도 솔직히 연결해서 생각하지 못했다. 아마 구절이나 문장이 필요했다면 '구운'이나 '다진'이라는 의미를 지닌 영어를 덧붙였을 것이다. 내 머릿속 'bee'는 단지 '소고기'에 머물러 있었다.
얼마나 비좁은 지식이냐. 얼마나 싱거운 단계인가. 이 얼마나 수준 낮은 어휘력이냐. 남들에게 어휘력이 어쩌고저쩌고 말할 일이 아니다. 한심스럽다. 아하하하!
드라마 <성난 사람들>의 본 제목 <beef>는 '소고기' 아닌 다른 뜻이겠다. 우리말로 표시하기를 '보강하다'와 '강화하다' 혹은 '불평을 해 대다'의 확대 해석이겠다. 하여 우리말 드라마의 이름 <성난 사람들>도 적격이기는 하겠다.
돌이켜 보니 이 얼마나 협소한 범위를 내가 살고 있는가 생각되어 크게 반성했다. 바로 쓰려던 이 드라마의 리뷰를 아직 쓰지 못했다. 어서 쓰자.
참, 이성진 감독은 'angry’ 혹은 'screem'이나 ' have a fever'을 쓰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제목을 'beef'로 명명한 감독의 뜻을 좀 자세하게 알고 싶다. 나만 빼고 모두 감독의 의도를 혹 알고 있지 않을까. 즉 'beef'에는 정말로 '성난 사람들'로 해석할 수 있는 뜻이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
드라마 <성난 사람들>은 감독의 말 그대로 우리를 우리답게 그대로 보여준 것이 확실하게 느껴져서 참 좋았다. 아마 이 드라마가 성공작이 될 수 있는 이유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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