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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서늘하다 서늘하다 검은색 십자가 목걸이를 했다. 조금 늦었다. 6시 기상 알람을 해제한 후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아차 하고 눈을 뜨니 6시 30분이 다 되어간다. 어이쿠, 늦었구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걷는, 시원(始原)을 오늘은 누리지 못하겠구나. 어젯밤 몽땅 먹은 모차렐라 치즈때문인지, 실내운동도 없이 잠자리에 직행한 것이 이유인지 아침에 잰 체중이 어제 아침에 비해 500그램이 더해진 수치다. 이 놈의 치즈! 어떻게 정을 뗄까. 그것도 뭉치 째 퍼부어서 먹는 습관에 젖어 있으니 이를 어찌해야 하는가. 나를 이끌어 줄 무덤덤하면서도 현명한 어린 왕자를 내 곁에 모셔와야 하는가. 바보 인간. '제어'와 '통제'를 통과하는 생활이 얼마나 어려운지. '의지의 실천'이 지닌 무거움을 가볍게 치환시킬 수 있게 .. 더보기
맑은 하늘이 공허하다 맑은 하늘이 공허하다 잠을 설쳐야 맞다. 내 성격과 내 구차스러운 수면 패턴에 의하면 말이다. 새벽 서너 시 경이었을 것이다. 바깥 세상에서 일고 있던 현란한 바람 춤의 냄새가 내 잠든 코를 자극하였다. 후각 신경은 시신경을 깨웠고 눈을 뜨고 일어나 앉았다. 자세가 고정되었다. 세상이 뒤집어 버릴듯하였다. 광풍이 그린 회오리의 중심에 내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숨을 죽이고 내 묵힌 죄를 사해 받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 순간 정적이 일었다. 미친 바람이 기운 드러내기를 멈췄다. 아득하였다. 시작되었던 순간, 끝나던 찰나. 어느 것이 먼저였는지 판단하기조차 어려웠다. 제트기류로 이동하는 바람이었다. 일어나 거실문을 열고 베란다 문을 열었다. 길지 않은 두 팔 가득 허공에 띄워 대기의 운세를 짚어보았다.. 더보기
태풍 전야 - 진짜로! '태풍이 세를 넓혀 내일 당장 내가 사는 곳까지 덮쳐 온다면~.' 어젯밤, 직립 상태의 일상을 종료한 후 이불 속으로 몸을 들어앉히면서 떠올린 생각이다. 두 손에는 아날로그식 일기를 쓰기 위해 다이어리와 연필을 손에 꼭 쥐고 있었다. 어떡하지? 지난 주, 언론에서 그토록 태풍 '힌남노'를 외쳤는데도 점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다. 금요일 혼돈의 일정이 진짜 중요한 것을 잊게 했다. 태풍이 오면 내 일터는 대체 방법을 택해 일을 한다. 생각해 보니 대체 방법의 원활한 실행을 위한 준비를 하지 못한 채 퇴근한 것이다. 일기를 마치고 수면 명상을 켰지만 잠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명상 영상 속 반복되는 가락은 볼륨을 낮춰도 힘찬 율동으로 내 의식을 귀찮게 했다. 달콤함을 화려한 면류관에 담아 와서 내 머리 꽁.. 더보기
쏜살같이 날아가 버린 일요일이여! 그러나~ 쏜살같이 날아가 버린 일요일이여! 그러나~ 덧없다. 현재 정확히 오후 1시 18분. 드디어 컴퓨터를 열었다. 아마 9시쯤 하루의 움직임을 시작했을 것이다. 화초에 물주기. 오늘은 물을 좋아하는 녀석들만 물을 주는 날이다. 어제 쓴 일기도 있어서 화초 몇을 다듬은 후 물을 줬다. 여전히 '중용'을 체득하지 못하여 물이 넘쳐 바닥에 흐른다. 제발 목재 마룻바닥 위에서는 화분을 기르지 말라고 외치던 어느 마룻바닥 설비업자의 말이 떠오른다. 내게 꼭 필요한 말씀이었다. 진즉 좀 들었더라면. 흐릿한 눈으로 조심스레 마루를 뒤덮은 물을 닦아낸다. '바보야, 바보야. 어찌 이리 매사 욕심이냐.' 다시 또 한번 돌아보면서 전잎이며 시든 잎들을 주워 쓰레기통에 담는다. 물 주기를 끝내기까지 네 시간여 지났다. 이를 어쩐.. 더보기
기울어짐의 미학 지구의 자전축은 약 23.5도 기울어진 채 태양을 공전한다. 지구의 자전축은 약 23.5도 기울어진 채 태양을 공전한다. 사계절을 만드는 원인이다. 우리 민족에게 하늘이 주신 다양성의 세계가 이 덕분이다. 우리나라의 온대기후는 같은 위도, 여러 나라에 비해 유독 사계절이 뚜렷하다고 한다. 여름 무더위와 겨울 극한 추위는 열대지방 사람들도, 한대지방 사람들도 놀란다고 들었다. 음악, 미술, 건축, 패션 등 우리 민족의 문화 예술적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것은 이에 그 뿌리가 있다고 본다. 사시사철 옷을 갈아입고, 사는 방법을 계절마다 달리한다. 제철 음식을 먹고, 철따라 노래도 계절별 특징이 있다. 하다 못해 사랑도 여름 노래가 있고 겨울 노래가 존재한다. 사통팔달 변신하는 자연을 화폭에 담는다. 사계절을 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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