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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가벼운 내장을 안고 걷는 출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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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해는 내 하늘 위에 흐린 낯빛으로 등장하려나 보다. 

 

 

 

오늘 아침 출근길의 하늘

 

우중충한 하늘을 머리에 이고 아침을 걸었다. 너무 빠른 출근이다 싶어 내 일터 바깥 공간을 한 바퀴 빙 돌아 걷는다. 맑은 기분이 흐린 하늘을 용서한다. '해야, 며칠 푹 쉬렴. 논밭에 '물'이 필요하다 싶으면 물 공급을 할 수 있도록 온전히 자리를 비켜주는 것도 괜찮을 텐데.

어젯밤은 자정 이전에 이불속으로 잠입하였다. 

내가 내 돈을 주고 산 집에 내가 내 돈을 주고 산 침구들 속에 몸을 집어넣는 것인데 나는 늘 남의 집, 남의 침구 속에 내 무거운 몸을 잠시 묻어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매일 밤 그렇다. 

 

누군가 주인인 자가 이미 자기 자리 표시를 해 두고 있어 내가 그 안에 조심스레 내 몸을 잠겨 들게 하는 식으로 내 수면의 방식이 시작된다. 아무도 알아볼 수 없게 조심조심 숨어 들어가는 모양새. 나의 잠입 틀이다. 하여 나는 늘 불안해하고 늘 안절부절못한 채 육신을 물론 영혼까지 구겨지는 밤을 살아낸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자 자리를 빌리는 것 같은 나의 수면 일체이다. 

 

내 잠은 자기 자리 표시를 해 둔 주인의 지시대로 가까스로 몸만 누인 채 떠도는 영혼을 부여안고 있는 것 같다. 어젯밤, 오랜만에 자정 이전에 잠을 시작하려 했다. 그러나 그만 보고 싶은 영화 생각에 곧바로 이어지질 못했다. 며칠 전 책 속에서인지 유튜브 강의에서인지 누군가 보길 권하던 영화 제목이 떠올라서이다.

줄리아 로버트 주연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였다. 지난해부터 19금 이상 심리물과 추리물 영화에 취해 있는지라 한없이 부드럽고 틀 안을 얌전히 운행하라는 듯한 영화 제목만으로는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다만 누군가의 소개 당시 내게 건네준 내용이 괜찮았나 보다. '히스 레저'를 그리고 있는 종이 한쪽에 적어둔 것을 보니. 나는 그만 영화를 켜고 말았다. (잭 도시는 잠자리에 들 때는 휴대폰을 항상 멀리 둔다는데~)

다행히 영화는 크게 나를 이끌지 못했고(너무 뻔했다?) 곧 리모컨을 끄고 잠들기를 시도했다. 폰을 켜서 유튜브에 '수면 명상'을 입력하면 도움 영상들이 뜬다. 거의 매일 서너 시간을 자고 있지만 제법 도움이 된다고 여겨지는 영상을 켠다. '신경정신과에서 사용하는 치료용 수면 음악'이다. 

새벽 다섯 시에 눈을 떴다. 어제보다는 눈동자의 움직임이 부드럽다. 더불어 기분도 제법 가뿐하다. 여섯 시 알람을 듣고 십여 분 요즘 유튜브에서 징그럽게 이어지고 있는 '부동산 블라블라~'류의 영상을 조금 보다가 '이 좋은 아침에 이런 영상이라니~'라는 생각이 들어 멈췄다. 밤새 내 육신의 잠입을 기꺼이 승인해 준 침구 안에서 무척 가벼워진 내 몸을 꺼냈다. 

일곱 시 십 분 전에 집을 나섰다. 배 속에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은 듯한 가벼운 내장을 안고 걷는 출근길이 참 좋았다. 오늘도 어서 가서 '아침 일기'를 써야지 생각하니 얼마나 마음 든든해지던지. '나'를 제대로 살 수 있게 된 듯싶어지는 묘한 충만! 그 '묘한 맛'의 아침이 참 좋다. 

바스라지는 잠이면 어떠냐. 자작자작 자글자글 해지는 조각 잠이면 어떠냐. 

밤은 이미 사라졌고 배가 쑥 들어간 가벼운 이 아침이 참 싱그럽다. 유월 여름 안에 잠시 숨어 들어온 봄의 초입 같은 기온이기에 '싱그럽다'도 어울리는 오늘 아침!

 

모두에게 오직 '기쁨'의 날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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