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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환호성을 내지를 수 있는 날들이 더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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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첫새벽 1시 30분에 시작한 수면이 5시 30분쯤 되어 끝났다.

 

 

 

아직 흐린 아침 1

 

 

밤은 비교적 편했다. 조각잠도 아니었던 듯싶다. 4시간을 꼬빡 잔 셈이다. 역류성 식도염으로 거의 '수직'에 가까운 각도를 세워 베고 있는 베개의 움직임을 조절하기 위해 눈을 떠야 했던 시각도 기억나질 않는다. 제법 효과적인 잠이었던 셈이다. 가벼운 몸과 깨끗해진 뇌세포들이 아름다이 화음을 만들면서 이중창을 하고 있다.

'팬텀싱어 1회' 오디션에서 나를 황홀하게 했던 이동신과 곽동현의 '카루소'를 들어야 되겠다.(음악을 켰다. 곽동현이 포문을 연다.)

 

점차 제 몸을 드러내는 태양

 

 

한때 병원용 침대를 좀 구입할까 아님 값비싼 라클라우드 침대를 구입할까 고민했던 적이 있다. 제법 긴 시간 생각이 많았을 게다. 마침 '미니멀리즘'에 눈을  뜨기 시작하던 때. 책 한 권 내 집에 더하는 것조차 힘들 만큼 내가 축척시켜 온 짐이 너무 무거워 주저앉고 싶던 나날들. 거기에다가 턱없이 '높은 가격'과 '사용 후기 등의 댓글에서 발견한 부정적인 의견'으로 인해 멈췄다. 사실 방바닥 한참 위에 붕 떠 있는 상태에 부유하는 것처럼 눕기 자세가 진행된다고 느껴지는 침대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누구 한번 누우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은, '역류성 식도염' 환우들을 위한 기능성 베개를 좀 만들어줬으면~ 하다가도 내게 외친다. '어지간히 좀 해라. 니 입맛에 맞출 수 있는 베개는 너, 이 세상과 하직한 후에야 나올 거야.' 도대체 수많은 베개들은 왜 나와 맞는 것이 하나도 없는지. 

어젯밤 '역류성 식도염' 관련 글을 읽고 쓰던 것이 새 날이 되어서도 진행된다. 아픔은 결국 아픔이더라. 내 안에서 내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것들. 별다른 진척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아픔'의 독창성! 쓸 데 없는 생각이다. 이 아침에 맞지 않는. 이 비경제적인 하루의 시작! 멈추고!

자, 좋은 생각으로 넘어오자. 

거의 매일 듣는 유튜브 '삼프로'의 자회사(?) 격인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에서 내보내 준 '불가리아 편'을 이어폰으로 듣고 있다. 늘 되뇌는데 노쇠해가는 내 뇌세포를 자극적으로 건드시는 최준영 박사님이 얼마나 고마운지.

여름 혹은 겨울 긴 휴가 때 한 철을 택해 오직 최준영 박사님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한 강의만 집중해서 들을 참이다. 강의를 들으면서 문제를 내두고 강의를 온전히 다 들은 후 시험을 봐서 85점, 아니 80점이 넘으면 내게 '세상에 살 만한 가치를 지닌 인간(너무 했나?)'이라는 이름으로 상을 수여할 참이다. 일종의 자격증을 주는 것이다.

 

 

제법 맑음의 순도를 더해가는 하늘

 

 

그날은 내 좋아하는 생활 방법의 하나인 '일몰이 아름다운 내 집 베란다에서 화초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을 한 잔씩 마셔야지. 내 식량 격으로 섭취하는 견과류도 그날은 두 봉지를 깨물어 먹으면서. 컨디션이 조금 괜찮으면 아주아주 오랜만에 '쏴하아아아아~' 금속성 소리를 효과음으로 내 말초신경에 제공하는, 몸속 출발점 입을 출발하여 식도와 위장을 통과하는 소리를 명확하게 들려주는 소주 한 잔을 마실 수도 있겠다. 벌써 신이 난다. 

아침이 밤새 하늘을 지배하던 안개에서 재빨리 벗어난다. 어젯밤 자정을 넘어 잠자리에 들 무렵 내다봤던 바깥 풍경은 온통 뿌했다. 한 치 앞도 구분이 되지 않았다. 흐릿하게 앞 동 아파트의 어느 불면증 환자가 혹은 수험생이 밤을 연명하는 누르스름한 전등 빛으로 생존의 신호를 표하고 있었다. 나는 어쩌면 안갯속에 내 몸이 스며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환상적인 생각이 들어 쑤욱 이불속으로 편히 몸을 뉘었다. 밤새 내 좋아하는 안개 식구들이 내 잠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는지도 모르겠다.

 

 

온전히 맑음. 안개 퇴장!

 

초등 6학년  과학 공부시간에 했던 실험이 떠올랐다. '이산화탄소 발생 실험'이다. 집기병 속에서 촛불을 켰다 껐다도 하고 순수한 기체를 모으자고 수조 안에서 약품을 사용하여 발생시켰던 이산화탄소. 그 병 속에 활활 타는 촛불을 넣으면 순간 꺼지는 것을 보고 반 전체가 환호성을 울렸던 생명력 출중했던 시간. 한편 조그마한 비커에 석회수를 담아 이산화탄소를 흘리면 공기보다 무거운 이산화탄소는 아래로 아래로 이동하여 석회수를 뿌옇게 흐려놓던 것. 어젯밤 뿌옇게 흐려진 안개 더미들의 군무들의 호위를 받아 몸을 눕히면서 그 과학시간의 환호성을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을 내뿜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졌다.

아날로그 방식의 손글씨 일기를 쓰면서, 내 희망 리스트 열을 적으면서 앞으로는 꼭 내가 환호성을 질렀던 날을 많이 만들고 그날들을 모아보자고 다짐했다. 글로!

시간이 다 되어간다. 미처 이 글을 올리지 못한 채 내 일터의 업무가 시작되겠다. 아침 일기를 썼으므로 한결 두툼하고 기쁨 가득한 삶의 의미가 내려앉을 것 같은 오늘. 하루를 또 멋지게 버무려 보자. 아름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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