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덕꿀로 살지 말아라.
늘 맹한 눈빛의 모양새로 사는 모습인 막내딸이 우리 엄마는 걱정이셨다.
특히 일상의 일에, 밥 해서 먹고 반찬 만들어서 먹는 것에 통 관심을 보이지 않으니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고 남자 잘 만나 시집 잘 가는 것이 딸 잘 키우는 것이라 여겼을 우리 엄마.
사람들에게 성근지게 말 한마디 먼저 건네지 못하는 생활이며 금방 가르쳐준 집안일에도 풀썩 뛰어들어 해내려 하지 않는 것에 가끔 화가 나기도 하시곤 했다.
"으째 그렇게 건덕꿀로 사냐. 뭘 좀 해봐사제 통 관심을 안 보이고~, 그렇게 살아서 어디 시집이라도 가겄냐?"
'근께 엄마, 나는 시집 안 갈 것인디~'
물론 생각뿐이었다.
굳이 말대꾸를 하지 않아도 우리 엄마는 나를 충분히 알고 계시리라고~
이런 상황을 떠올리면서 소위 결혼 적령기를 나 몰라라 남의 일 쳐다보듯 산다고 생각되는 딸.
도시로 딸을 만나러 오실 때마다 나를 다그치시곤 했다.
"아이, 남자 없냐?"
되풀이되는 물음에 어느 날 나 외쳤다네.
"엄마, 친구가 한 명 있는데 보여줄까?"
우리 엄마와 우리 아버지 바로 외치셨다.
"아이, 상견례하자. 날 잡어라이~"
그 상견례의 주인공들은 오늘날에도 한 집에 살고 있으니~
'부모들이여, 세상 건덕꿀로 산다고 생각되는 자식 있어도 걱정일랑 하지 마시라.
요즘 나 혼자 있는 날이면 아침을 먹는 데에 두 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오전 시간이 얼렁뚱땅 날아가버린다.
짜증스럽다.
대충 요리를 하는데도 그렇다.
내 팔자에는 요리라는 것과 궁합이 영 맞지 않다는 생각을 했더니 내 어린 시절 우리 엄마가 하시던 말씀이 떠올랐다.
요즈음 대중매체에서 대단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요리 관련 프로그램도 나는 거의 관심이 없다.
별 재미가 없다.
* 사진은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건덕꿀로'는 남도 방언이다.
'대충', '대강대강', '건성건성' 등의 뜻을 지녔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검색이 힘들 듯싶은데~남도 배경의 소설에서는 줄곧 찾을 수 있다.
'문학 > 내 어머니의 언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땡깡 부리지 말아라 (2) | 2025.03.27 |
---|---|
꼬실꼬실하다 (37) | 2024.11.22 |
지앙부리지 말아라 (12) | 2024.11.12 |
몽통하다 (39) | 2024.10.05 |
유재 살먼 한양 사는 니 작은집보다 가까워야 (20) | 2024.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