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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결국 아침 일기를 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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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침 일기를 쓰지 못했다.

 

 

꽃 중의 꽃, 오늘 퇴근길에 본 꽃!

 

어젯밤 세뇌당했던 기운이 새벽까지 살아있었다. 세뇌한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 여섯 시 알람 소리를 해제함과 동시에 몸을 일으킬 것. 여섯 시 삼십 분 전에 출근길을 나설 것.' 여섯 시 알람이 울렸다. 어서 일어나자는 강력한 권고가 우중충한 날에는 더 자고 싶다는 생각을 짓눌렀다. 벌떡 일어났다.

 

오늘 아침이어야 한다. 정상 근무 시간이 시작되기 전에 일을 끝마쳐야 한다. 휴가 후 첫 출근일부터 줄곧 생각을 붙잡고 있는 올 2기 프로젝트 현장 발표일이 금요일이다. 어제 꼭 하려니 했던 일이 가까스로 기본만 잡는 선에서 멈췄다. 현재 상태의 문서를 열심히 프린트해와서는 가방에서 꺼내지도 않았다. 이를 확인한 것이 이불을 들어 올리면서였다. 내일 아침에는 일찍 출근하여 꼭 해결해야 한다. 오전 중으로 발표 내용을 결재받아야 한다. 더는 갈 곳 없는 상황에 부딪혀서야 새벽을 재빨리 일으켜 세웠다. 집히는 대로 입고 대충 씻고 대강 바르고 출발! 

 

오늘 아침의 하늘 1

 

일곱 시 이전 출근이면서 지름길로 출근하기, 긴 원피스 자락을 붙잡고 경보 수준 걷기를 시행했더니 일곱 시 이전에 일터 도착이 가능했다. 질주였다. 잠시 멈춘 듯싶은 비를 피하기 위한 것도 큰 이유였다. 일터는 적막강산이었다. 공유 공간에 들러 따뜻한 차를 위한 물을 올렸다. 내 공간에 도착하니 에어컨이 이미 가동 중이다. 어떻게든 아침 일기의 시작은 해 두자는 마음으로 유리창을 열고 바깥 풍경을 서넛, 휴대폰 필름에 담았다. 잿빛 하늘이 밍밍했다. 하늘 전반을 민무늬로 고른 잿빛이었다. 그저 그런 날일 것이라는 예감을 얼른 버렸다. 즐겁게 살아야지.

 

어서 결재 올릴 준비까지 마무리해 둔 다음에 일기를 쓰자고 생각했다. 열심히 자료 정리를 했다. 별스러운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지 꽤 됐다. 주제부터 실천까지 모두 나 혼자 힘으로 한다. 어떤 도움도 받지 않는다. 꼭 새로운 주제를 설정한다. 물론 연구 방법, 탐구 방법, 실행 방법도 내 나름의 방법을 구상하고 계획한다. 치열한 내 안의 '나'와 '또 다른 나'와의 충돌도 불사하면서 사고하고 인지하고 마침내 지식과 지혜와 용기의 보따리가 채워지면 문서화 하여 행동에 옮긴다.

 

 

 

쉽지 않다. 그러나 참 재미있다. 1기 때 실시했던 기본 이론 획득을 바탕으로 2단계의 실질적인 주제 탐구를 이미 계획하고 있었다. 무궁무진한 주제가 떠올랐다. 주제마다 가지엮기로 이어지는 제제 또한 걷잡을 수 없었다. 최선의 것을 취하기 위해 엄청난 생각을 해야 했다.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다. 내 현장 적용 프로젝트를 함께 연출하고 경험할 수 있는 상대가 정해져 있다. 딱 올 한 해다. 더 만날 수 없다. 우리는 시한부 만남이다. 어디 수없이 자랑하고 싶을 만큼 고운 사람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한 최대한의 것을 해주고 싶다. 이를 어찌하나. 이 주제를 취하려 들면 저 주제가 아쉽고 저쪽 주제를 시행하려 하면 이쪽 주제를 붙잡을 수 없음이 안타깝다. 

 

내 생을 연결하여 엮을 수 있는 주제를 택하기로 했다. 주제가 정해지니 그에 따른 자료들이 천만 가지이다. 정해진 시간에 엄청난 양의 생각 시간을 거쳤다. 어제 자로 자료 둘이 남았다. 그중 하나를 어제 오후에야 정했다. 주제와 자료가 정해지니 일사천리일 듯하지만 내가 택한 주제에 덧붙이겠다고 취한 자료가 심도 있는 것이었다. 12세 사춘기 소년 소녀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가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를 보여주는 것처럼. 15세 이상이라면 보호자 동반으로 가능하겠지만 청소년 관람 불가 지경이라면 이 일을 치르겠다고 내놓아서도 안 될 일인 듯싶었다. 그런 식이었다. 아기에게 연필 쥐어주고 이름 쓰게 하기!

 

강행하기로 했다. 19금까지 포용할 수 있는 사전 방법을 강구하기로 했다. 다행히 도와주겠다는 이가 있었다. 오늘 오전 문서화를 마치고 결재까지 치렀다. 내 도움을 흔쾌히 수락한 사람이 자기 역할을 다하기 위해 준비한 내용이 내가 원하는 바와 맞아떨어졌다. 마치 북두칠성이 내려다보시고 열쇠 자리라도 내놓으신 듯 술술술술 일이 풀렸다.

 

오늘 오후 퇴근길의 하늘 1

 

 

오늘내일은 이 일에 매진해야 한다. 현장 발표가 전제된 프로젝트이다. 구획에 맞춰 문장올려 다듬기는 아무것도 아니다. 금요일 현장 발표를 위해 오후 내내 이리 맞추고 저리 맞춰봤다. 이 귀퉁이를 줄이면 저 귀퉁이의 힘이 너무 강해지고 원을 그리면 사각이 운다. 달리게 할라치면 근육은 춤을 추지만 가쁜 호흡은 조정이 필요하다고 외친다. 아무래도 내일 아침도 모레 아침에도 맑은 기운으로 점검하고 또 점검해야겠다. 아침 일기는 꼭 쓰기로 하고. 참, 이번 프로젝트는 나 혼자가 아니었다. 참 맑고 깨끗한 마음을 지닌 그녀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드리는 기분이 참 묘했다. 

 

 

오늘 오후, 퇴근길의 하늘 2

 

 

자, 불뚝 솟아가는 아랫배를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영화를 보면서 실내운동에 돌입하기.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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