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듣는 강의 내용이 내 하루를 좌우한다?
시류를 따라간다, 결국. 예전의 나를 생각하면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내용을 출근길 강의로 듣는다. 경제 관련 내용이다. 오늘 아침은 중국의 현 경제 상황을 들었다. 우선 진행자 둘 중 한사람의 어투가 평소 내 마음 안에 들어와 안착해 있다. 어떤 이들을 조금 삐딱하다 싶다며 태클을 건다는데 그이의 삐딱한 말투가 나는 참 맘에 든다. 그 삐딱한 말투로 내뱉는 질문이며 삽입시키는 비유법의 문구들이 알토란같이 옹골차다. 실하다. 강사 또한 중국에 거류하던 분이다. 얼마 전에 들었던 강의 내용도 상당히 전문적이면서 현실을 제대로 적용했다 싶었다.
내용은 진행자들의 최종 정리 언어가 다 말해줬다. '큰 일이다, 걱정이다.' 경제 분야에는 쑥맥이지만 듣고 보니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싶다. 중국의 부동산은 물론 여러 분야의 경제가 오리무중으로 치닫고 있다고 한다. 부동산 강의는 그러려니 하고 듣는다. 수백 채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소유 실상을 확인하던 날 나는 솔직히 그 부유층들에게 악담 한 문장을 송곳 끝에 찍어 날렸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내용을 내가 내던졌다는 것이 끔찍한 일이 분명한데 스스럼없이 말했다. 생전 내놓은 적이 없는 문장이었다. 구체적인 것은 생략한다.
출근 전 강의도 중국이었다.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 박사님의 강의는 중국의 '물'이 문제라고 말씀하셨다. 두 강의 내용을 비교해 보니 부동산은 아무 것도 아니다. 많은 인구에, 척박한 땅의 면적이 늘어나고, '경제'라는 이유로 끝없이 퍼붓는 각종 오염 물질들은 때로 '홍수'로, 최근 들어서는 '가뭄'으로 돌변하면서 중국에, 그리고 온 지구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불조심을 외치듯이 '물조심', 혹은 '물 아껴쓰기', 혹은 '건강한 물 발명대회' 등의 외침히 필요하다 싶다. 현재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상당한 량의 물이 사람들이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될 상태라는 판명을 받은 상태란다. 심각하다.
어마어마한 규모로 숨쉬는 중국. 들어보니 거대한 땅에 엄청난 수로 늘어나는 인구 수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일부 지도층과 부유층들의 탐욕이 큰 문제이다 싶다. 어느 나라나 이런 문제에 부딪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역시 중국 못지 않게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다. 어지럽다. 그러나 지극히 소시민 소속 1인인 내가 저 글로벌한 문제들의 거창함에 문 두드릴 입장이 아니다. 아쉽지만 여기서 멈추기로한다.
진짜 중요한 것은 강의 내용에 따라 달라지는 나의 하루이다. 감성 폭발의 생활이 예고되는가. 어줍잖은 이성의 발동이 가동될 것 같은 하루의 출발인가, 가만 돌아보니 출근길 강의 내용이 나의 하루 시작을 좌우한다. 돌아보니 신기하다. 어느 하루 조금 딱딱했다 싶은 하루는 출근길 강의 내용이 삭막한 것이었다. 어떤 오늘, 뭔가 충동적이다 싶으나 상당한 부드러움이 내 영혼을 감싸던 날은 출근길 강의 내용이 인문학이더라는 것이다.
인문학 강의를 듣는 날은 사물은 물론 눈에 보이는 현상을 자세히 살펴보게 된다. 내 눈을 사로잡고 내 눈이 이끄는 내 심사를 즐겁게 뒤흔드는 상황이 늘 있었다. 어느 한 사물이나 현상에 제대로 꽂히게 된다. 내 성격은 꽂히면 들이판다. 부드럽게 접근해나간다. 떠오르거나 사용하게 되는 언어들이 새삼스럽게 부드럽다. 관련지어 떠올리는 내용들도 순탄하면서도 참 사랑스럽다. 따스한 손길로 상대를 곱게 쓰다듬고 싶은 언어도 진지하게 만들어낸다.
인문학으로 내 오감이 출발하는 날은 아침 시간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내보이는 '안녕'의 인삿말도 참 곱다. 어떤 이를 만나더라도 먼저 인사를 하고 싶어진다. 내가 내놓은 언어들에게서 내가 느끼는 감성이 한없이 고상하고 우아하다. 물론 상대도 내게 포근함을 담뿍 담은 언어로 응대해 온다. 이 아침 첫 만남이 당신이라니 내 하루가 벌써 기대된다는 기운을 담은 눈빛을 던져온다. 이 얼마나 조화로운가.
아침 출근길에 듣는 강의 내용을 조정해야 되겠다. 오늘 눈을 떠서 들은 두 강의 청취 후 깨달음이다. 진지하고 영리한 알고리즘은 동안 내가 저질렀던 검색을 들춰 쑤실 것이다. 강의 듣기 등의 내 행태를 추적한 후 내 목덜미를 잡고 늘어질 것이다. 어떤 길을 알고리즘이 안내하더라도 출근길은 꿋꿋이 인문학 강의 듣기로 채널을 맞춰야 되겠다.
기왕이면 아침 출근길에는 시를 듣고 소설을 들어야 되겠다. 특히 시를 읽고 듣고 쓰는 시간을 최근 들어 거의 갖지 못했다. 가슴 한 켠이 삭아가고 뇌세포들의 영특함이 세속에 젖어 시들어가고 있다. 내 심장의 뜨거운 불이 서서히 식어가고 있다. 내 눈과 귀를 아끼고 보살펴야 되겠다.
한때 오직 시로 살았던 세월. 그 세월 속의 내게 경제는 먼 길 위를 떠돌고 있는 남의 나라 일이었다. 하여 지금 내 생이 그다지 내노라 하는 재벌같은 여유를 누리지는 못하지만 그다지 불편한 생활은 아니다. 이쯤이면 충분히 괜찮다. 경제 쪽 눈과 귀는 흐물흐물 똑똑하지를 못했지만 시로 소박했던 그 시절이 참 아름다웠다. 내가 나로 살던 시절이었다. 그때가 참 좋았다.
아침 일기를 제대로 아침에 썼다. 밤이 가볍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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