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은 GREAT였다.
- 어젯밤 어느 방송의 추석특집 단독쇼를 시청하였다.
고백하건대 나는 김호중의 오디션 과정을 시청하지 않았다. 그토록 난리법석(?)이었던 그 경연 프로그램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무슨 이유였을까. 중요한 것이 있지만 접어두기로 하고 일단 나의 음악에 대한 관심은 클래식과 록이기 때문이다. 기타 이유는 땅에 묻는다.
어쨌든 나는 김호중이라는 '성악가'에 대한 현실에 붙잡혀서 딱 한번 그 오디션의 본방을 봤다. 지금 내 서식지에 내려와 있는 손위 언니의 종용에 의하기도 했다. 그녀는 김호중 덕후이다. 지난해던가 어느 겨울 그녀가 내려왔는데 두툼한 가방에서 김호중 cd를 꺼냈다.
"나, 김호중 cd 샀어야. 다섯 개나 샀어. 선물도 하려고."
깜짝 놀랐다. 혼자 몸으로 아들딸 키우느라 뼈 빠지게 고생하면서 생을 살아낸 그녀가 자식 둘을 모두 전문직(?)으로 키워냈다고 하지만 cd를 사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
어젯밤 김호중을 보고 들었다. 프로그램은 이름하여 'GREAT 김호중'이었다. 김호중의 음악은 이미 알고 있다. 그의 음악을 나도 참 좋아한다. 그의 클래식을 곡을 특히 좋아한다.
김호중의 소리는 참 맑다. 남자의 목소리인데도 그의 소리를 듣자면 은구슬금구슬이 떠오른다. 은구슬금구슬이라. 사실 나는 은구슬금구슬을 만져본 적도 없다. 동화책 속에서나 읽었을까. 우리 할머니 들려주시던 옛날이야기 속에서 들은 것일까.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들려주시던 이야기 속에서 만진 것일까. 어쨌든 김호중의 소리는 참 맑다. 묵직한 무게를 더한 은구슬금구슬이 생각난다. 깨끗하다.
김호중의 소리는 굳이 투명함을 바라지도 않을 만큼 건강하다. 애써 구하는 바이브레이션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그의 소리가 지닌 건강함은 은구슬 백구슬이 굴러가는 소리의 가벼운 맑음을 이미 포함하고 있다. 그 위에 겹겹이, 모든 장르의 음악을 고루 다룰 수 있는 재능과 노력이 쌓여 있다. 짐작하건대 무명 시절, 대학 입학 혹은 유학 이후에도 풀리지 않은 그의 생. 끝없는 방황의 시절에 노래라면 어떤 것이든지 부르면서 살아냈다는 그의 지난날이 만들어 낸 힘이 아닐까(이 사실도 언니의 설명으로 알았다). 어쨌든 김호중의 소리 그 자체는 조물주가 내린 선물이다. 김호중은 어머니께 감사해야 한다.
김호중은 소리를 다룰 줄 안다. 예술의 힘은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순간이 있어야 한다. 소설로 치면 반전이겠다. 시를 들추자면 읽는 이의 마음을 끝없이 들끓게 하는 함축이겠다. 소리는 반전과 함축을 함께 지녀야 한다. 김호중은 자기 소리에 이를 담아낼 줄 안다. 자기 소리를 요리할 줄 안다. 요리에는 그렇다고 요란스러운 양념이며 이런저런 조무래기들이 필요없다. 담백하되 최고의 맛을 내는 요리. 그런 요리가 진짜이다. 그는 자기 노래의 정점에서 혼신의 힘을 기울여 보고듣는 이의 애를 녹인다. 그리고 소리, 노랫말의 분위기를 가라앉아야 할 때 소리에서 과감하면서도 부드럽게 힘을 뺄 줄 안다. 다사다난한 노랫말을 소리에 담아낸다.
김호중은 참 겸손해보인다. 언니 덕분에 그의 음악을 듣고 나서 공식 팬카페에도 들어갔더니 그의 추석 인사 영상이 있다. 한가위 메시지를 전하며 방송될 ‘GREAT 김호중’을 예고한 것이었다. 그를 어쩌다가 텔레비전으로 보게 될 때면 느끼는 것인데 그의 말이나 태도, 특히 땡글땡글 굴리는 두 눈에서 쏟아지는 눈빛이 참 순해 보인다.
“행복하고 풍성한 한가위 명절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추석 명절이 지나고 나면, 새로운 도전을 또 하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미국 공연을 준비 중이라고 거드는 언니에게 내가 답했다.
"내가 당신의 가수 김호중에게 바라는 것이 있는데 말이요. 제발 말이지요. 클래식 좀 많이 들려주라고 하시오. 엥?"
그러므로 아쉬움도 말해야겠다. 어젯밤 프로그램은 ‘GREAT 김호중’이라는 간판으로 방송되었다. 콘서트의 관객들은(열혈 팬) ‘트바로티’를 내걸고 있더라. 트바로티만이 선사할 수 있는 명곡 무대들이라는 예고도 뉴스에 담겨 있더라. 김호중의 앨범 수록곡은 시대를 대표하는 명곡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예고되어 있더라.
프로그램 홍보를 위해 김호중의 여러 내용을 덕지덕지 붙여댄 언니의 프로그램 예고로 나의 기대가 한층 컸다. 한데 내가 소원했던 클래식 곡이 많지 않았다. 나는 특히 김호중의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다. 물론 나를 전율하게 했던 불후의 명곡에서의 '테스형(나훈아 곡)'이랄지 김광석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나는 김호중의이 부르는 대중가요 중 이 노래가 가장 좋다. 고음을 노래하지 않은데도 말이다)',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천상재회'(이것은 원가수가 누구지?)‘까지는 나도 좋다. 그러나 은근히 기다렸다. 3부까지 이어진다니 어느 한 부는 클래식 곡으로 가득 차 있으려니 기대했다. 크로스오버 곡도 물론 포함해서 말이다.
몇 곡 되지 않았다. 많이 아쉬웠다. 방송 중 나는 작업 중이던 컴퓨터 화면과 텔레비전 화면을 여러 번 왔다 갔다 해야 했다. 트로트를 부를 때는 내 개인 작업으로 돌아가고 클래식을 부를 때는 텔레비전 화면 앞으로! 번거로웠다. 오직 클래식 곡으로만 채워진 김호중 쇼를 시청하고 싶다. 꼭! 어젯밤 무대는 ‘Tiritomba’(티리돔바), ‘Adoro’(아도로) 등 클래식이 대여섯 곡에 불과한 듯.
참 무대 스케일도 인상적이었다. 지붕이 갈라지는 듯한 CG부터 하늘에서 내려오는 리프트까지 꽤 큰 스케일이었다. 자자곡 ‘빛이 나는 사람’을 마친 후 김호중은
“어둠 속에 있었던 저에게 한줄기 보라색 빛이 왔고, 수많은 별들이 되어 비춰주셨다”
라고 팬들에게 인사를 드렸다. 이어진 무대는 신비감이 더해진 꽤 근사한 보랏빛이었다.
“여러분의 인생을 더 빛나게 해줄 가수 김호중이 될 것”
이라는 그의 약속을 빛나게 했다. 증강현실을 접목한 무대는 참 웅장했고 특히 클래식 곡에 어우러진 무대는 다채롭고 웅장했다. 멀티미디어의 힘을 실감하는 무대였다.
영화 '대부' ost를 부른 후
“상남자의 향기가 느껴지는 터프한 무대를 즐기셨냐”
라며 하고 나서 그가 했던 그의 발놀림에서 나는 큭큭거렸다. 그가 정말 조폭의 일원이었을까 싶을 만큼 그의 발놀림은 어정쩡했고 순수했다. 그는 조폭으로는 절대 어울리지 않을 사람이다. 이어 그가 마지막으로 말한 문장은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길 바란다"
그의 마지막 곡은 1996년 안드레아 보첼리와 사라 브라이트만 듀엣으로 불렀던 1996년 안드레아 보첼리와 듀엣으로 불렀던 'Time to Say Good bye'였다.
Great. 낱말이 지닌 뜻은 무게 혹은 지닌 힘이 보통 이상으로 클 때를 말한다. 크기와 특질이 엄청나다는 뜻도 있으며 어떤 인물이 해낸 삶의 크기가 긍정적으로 위대한 인물군에 포함될 만할 때 이렇게 일컫기도 한다. 그는 클래식 음악 사상 위대한 음악가 중의 한 명이 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부디 클래식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클래식이 우리 생활에서 너무 멀다면 크로스오버를 포함한 클래식으로라도 말이다. 아니다. 그가 소화하는 온갖 종류의 음악을 생각하면 음악 곳곳을 마음대로 넘나드는 음악계의 전천후 GREAT로 성장할 수도 있겠다. 그래, 'Great 김호중'이 되기를!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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