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최종 우승 - 불후의 명곡 2023. 상반기 왕중왕전
엊그제 일요일은 종일, 집안 가득, 시공간을 음악으로 꽉 채웠다. 지 지난주와 지난주 토요일로 이어진 '불후의 명곡 2023. 상반기 왕중왕전' 우승곡을 내내 들었다(들어야 했다.). 기라성 같은 가수들이 등장하여 각각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불러주었다. 나는 민우혁과 정선아, 라포엠과 임태경 그리고 김호중을 우승 후보로 예측했었다.
사실 '라포엠'의 우승을 더 바라고 있었음을 고백한다. 임태경과 김호중의 성악도 좋아하지만 그들은 제법 누리고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이제 그 어떤 것을 더 안을 것이 없고 쌓아놓을 수 없는 처지의 나이에 있고 보니 이제는 정말이지 나눔으로 세상이 순환되었으면 싶어서다. 가수들의 인기도 그렇다. 비슷하다면 나눌 수 있었으면 싶다.
라포엠이 출연했던 '팬텀싱어' 시절 유채훈의 기획사 횡포로 인해 마음 찢긴 사연이 너무 안타까웠다. 거리 공연으로 일상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유채훈의 프로듀싱 능력은 대단했다. 나의 꼬마(죄송, 죄송, 죄송, 내가 붙인 또 하나의 이름이니, 부디 살피시라. 좋아서 붙인 이름이므로) 성악가 박기훈의 야무진 음색, 정민성의 호탕한 소리, 그리고 나의 사랑(? 이런~) 최성훈의 천상의 소리. 당시 포레스텔라를 능가하는 완벽한 화음이라 여겼다. 팬텀싱어 당시 시즌 우승 후 온 세상에 그들의 화음이 펼쳐지기를 바랐다. 나의 주관적인 생각일지 몰라 조심스럽지만 내 기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해 늘 서운하다.
손위 언니가 김호중의 팬이다. 김호중의 인생사, 유년기와 성장기의 궁핍과 고통이 언니를 크게 자극한 듯싶다. 안쓰러워하고 안타깝게 여기고 어서 잘 되어서 마음 편하게 노래를 부를 수 있기를 늘 기원하는 언니의 모습이 나는 또 얼마나 안쓰러운지. 자기 생을 투영한 덕후의 형태. 그녀는 이른 결혼이었으나 채 오십이 덜 되어 청상과부가 되었다. 그녀는 악착같이 자식 둘을 키워 지금은 아들이 주는 월급(?)을 이곳저곳에 베풀면서 산다.
그녀는 늘 안타깝게 사는 사람들에게 아직 남아있는 자기의 정을 베푸느라 바쁘다. 그녀는 자매이지만 내 한 몸 거느리기에도 힘든 나와는 딴 판의 삶은 산다. 일단 부지런하고 마당발이다. 그녀가 지닌 인간관계는 단지 아는 사람으로 얽혀 있는 관계가 아니다. 아는 이들의 아픈 곳을 찾아 나선다. 그녀는 그들에게 자기 마음을 꼭 쏟고 사는 지극 정성의 인간 조직도를 산다. 경연 당일 그녀가 김호중의 출연을 내게 알려왔다. 그녀는 나에게 일주일에 두세 번씩은 꼭 그, 김호중의 대중매체 출연 소식을 알려온다. 함께 응원해달라는 신호이다.
음악을 들을 수 있어 내 생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사는 나는 어느 쟝르의 가수라도 노래를 잘하면, 진심을 다해 노래하면, 가리지 않고 듣는다. 그런 가수에게는 따뜻한 성원을 아낌없이 보낸다. 가수 당사자는 나와 전혀 안면이 있지 않을지언정 내 마음을 모아 그이(혹은 그녀, 그들)의 좋은 날을 기원해 주는 것은 큰 복이리라. 내가 하지 않은가. 나. 내가 하니 당신은 언젠가 뜰 것이라고 먼 곳에서 확확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 임태경이며, 라포엠이며, 김호중이 모두 그랬다. 크하~. 그리고 일단은 성공했다. 나의 자부심이다. ㅋㅋㅋㅋㅋㅋ.
기왕 시작했으니 출연진들을 모두 들먹여 보자. 이번 회차는 아홉 팀이 트로피 한 개를 놓고 겨루는 경연이었다.
첫 번째 주자가 누구였던가. 김재환. 이 총각은 참 열심이다. 아마 왕중왕전 우승 타이틀도 두 번은 거머쥐었을 것이다. 열심히 했다. 새로운 퍼포먼스도 읽을 수 있었다. 그룹활동에서 벗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이여서 소년에서 청년으로 가는 단계의 왕성하면서 싱그러운 기운이 느껴지는 음악을 펼쳤다. 다만 아직 연륜이라는 이름으로 자기 성을 쌓기에는 이르다. 그에게는 세월이 더 필요하다.
두 번째 주자는?
아, 출연진들을 일단 모두 들먹여본다. 민우혁과 정선아, 임태경, 이무진, 소향, 바다, 박창근, 김재환, 김호중, 라포엠.
두 번째가 소향이었을까. 그녀의 성악은 '천재성'으로 불린다. 동의한다. 그런데 내가 봤던 그녀의 음악은 어떤 한계가 느껴진다. 그녀의 음악이 앞선 가수보다 더 낫다고 버튼을 눌러야 할 때를 챙기고 싶었던 경우가 드물었다. 내가 그녀를 보는 곳은 '불후의 명곡'이 거의 전부이다. 내가 이상한 것인지, 나는 그녀의 노래에 크나큰 매력은 느끼지 못한다. 왜? 왜 내가 느끼는 소향은 그럴까? 그녀의 무대는 교회 음악과 대중을 위한 자리의 음악이 구별되지 않는다. 이번에도 그랬다. 그녀의 소리는 무궁무진한 고음으로의 돌진까지 좋으나 어떤 벽이 느껴진다.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내 심장을 꿰뚫지 못한다. 더군다나 이번 회에서는 안무팀까지 그랬다. 교회 축제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그런 무대와 노래. 대중을 위한 밀고 당김의 조절이 필요하다. 그것도 쉬운 분위기로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내 진솔한 소감이다.
떠오르는 대로. 이번에는 이무진을 말하자. 그를 처음 알게 된 '싱어게인'에서부터 느낀 것이지만 곱게 익어가고 있는 애늙은이(?)이다. 이상한가? 거북스러운가? 아니다 나의 극찬이다. 유튜브에서 서울대 성악과생들과 이무진의 서울예대생들과의 랑데뷰 무대는 나를 빵 터지게 했다. 너무 멋졌다. 자못 꽤 많은 생을 산 생의 경험을 음악으로 다룬다고 여겨지더라는 것이다.
한게 그는 한편 대형무대에는 조금 덜 어울린다. 이번 회차에서는 그의 친구인 기타도 들지 않았다. 소리야, 정말 이무진스럽게 참 맛깔스러웠지만 어떤 안무도 없이 혼자서, 우뚝 선 모습으로 부르는 그의 노래가 조금 어색했다. 그이 몸에서 우러나온 소리의 진성을 맛볼 수 없었다. 평소 하던 대로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불렀더라면. 그의 소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들려주지 않겠다는 욕심으로 내 마음에만 담아, 어느 장대비 쏟아지는 밤에 최대의 볼륨으로 나 혼자서만 듣고 싶은 나쁜 여자가 되게 한다. 그러곤 한다. 성공하길.
바다. 바다. 그녀도 참 열심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바다도 이젠 안무 위주의 노래는 힘들구나를 확실하게 느꼈다. 그녀 자신도 힘의 한계를 느끼지 않았나 싶다. 무대 끝에 쏟아내는 눈물이 참 안타까웠다. 그러나 그녀는 늘 최선을 다한다. 힘에 부치더라도 늘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는 바다로 있기를. 다만 강약을 좀 더 구별해서 노래를 불렀으면, 매양 소리만 잘 내는, 춤만 잘 추는 음악이 아니라 군중들의 마음 깊숙이 꽂히는 음악을 해내기 위해서 노력하기를. 이제는 힘의 저울질도 필요한 시기에 도달하였으므로.
민우혁과 정선아. 뮤지컬의 힘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선곡이 많이 아쉬웠다. 나는 포레스텔라의 '마마'에 이미 길들여져있다. 그것도 엄청난 중량으로 내 안에 있다. 종합예술을 꿈꾸면서 살아내고 있는 민우혁과 정선아의 '마마'도 참 훌륭했지만 내 안에 이미 터를 다진 포레스텔라의 '마마'를 물리치기에는 조금 약했다.
박창근. 음악 경연대회 출신이라는데 나는 오디션에서의 그를 만나지 못했다. 이곳 '불후의 명곡'으로 그를 만났다. 당시 그의 노래(곡이 뭐였지?)로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의 동생과 출연한 회차에서도 노래가 참 좋았다. 그와 전혀 닮은 구석을 발견할 수 없었던 그의 동생의 노래 실력도 엄청났다. 이번 회에서도 그의 음악은 대단했다. 다만, 박창근표 음악으로 진행될 그의 음악이 사뭇 빠른 속도로 고루해지는 시점이 오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노랫말을 발음할 때면, 어떤 문자를 너무 심하게 꼬아버리는 것이 느껴진다. 어쨌든 그도 제법 많은 나이라고 들었다. 어서 성공하기를. 이번 무대도 참 좋았다.
임태경. 나는 그의 소리를 참 좋아한다. 천천히 늙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사실 어느 부분에서는 역시 임태경이다, 김호중의 무대보다 더 낫다고 생각되기도 했다. 다시 들어보니 아닌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김호중이나 라포엠 등 클래식에서 크로스오버로 방향을 바꾼 이들에게 계속하여 든든한 큰 형으로 남을 수 있기를. 아낌없이 노래 부를 수 있기를. 이번 무대는 선곡도 참 좋았다. 무엇보다 그의 무대는 참 자연스러워서 마음 편하게 듣는다.
라포엠.
늘 아쉽다. 그들의 무대를 볼 때마다 아쉬운 것에 공통점이 있다. 이 험한(?) 다중의 시대에 그들은 왜, 넷 모두 우뚝 선 채로만 노래를 부를까. 음악 자체도 그렇다. 오직 직선이다. 누구 고집일까. 아니면 타고난 안무 못함의 전형일까. 꼭 나 같은. 아니다. 나는 헤드뱅잉은 한다. 아, 록 음악 페스티벌에 가면 온몸을 음악에 맞춰서 내 멋대로 움직이기를 참 잘한다. 마구마구 한다. 언제, 라포엠이 아주 즐거운 음악으로 출연하여 마구마구 춤을 추는 무대를 좀 만들어봤으면.
이번 선곡은 또한 무대에 맞는, 적격의 음악이었다. 그러니 얼마나 기대가 컸겠는가. 일단 편곡이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중간에 간주가 너무 길었다. 소리를 쉬는 부분이 너무 길었으며 길어지다 보니 어떤 맛도 없는 맹목적인 연주인 것처럼 여겨졌다. 주인공은 그들의 목소리였는데 너무 긴 시간을 쉬면서 듣는 이들을 지치게 했다. 화음의 연결도 부드럽지 못했다. 최성훈 파트를 독특하게 띠울 수 있는 음악이기도 했다. 상징적으로라도 말이다. 최성훈을 좀 더 띄울 필요도 있다. 어쨌든 간주 부분이 너무 길었고 기다란 악기 연주의 메시지가 사람 마음을 꿰둟지 못했다. 말하자면 대중성과 상업성을 적절히 배치하여 클래식의 우아함과 매치할 수 있는 무엇이 있을 텐데 이를 표현하지 못했다.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말이다. 늘 없다. 경연의 성격을 띠는 불후의 명곡 같으면 당연히 해내야 할 것을 라포엠은 왜 시도하지 않은 것일까. 노래는 또 엄청나게 좋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김호중과 몇 표 차로 우승의 향방이 갈렸다고 하지 않은가.(신동엽씨, 미안!)
김호중. 사실 김호중도 라포엠 못지않게 뻣뻣하다. 이번 무대에서는 자기 가슴을 세 번 치는 안무가 있다고 예고하길래 큰 기대를 했다. 열고보니 그냥 가슴에 손을 대는 정도이다. 나훈아 원곡 영상을 보니 그곳에도 있다. 나훈아도 세 번 가슴을 친다. 한데 왜, 나훈아가 가슴을 치는 것과 김호중이 가슴을 치는 모양새에서의 느낌이 그리 다를까.
한 마디로 김호중은 자연스럽지가 못하다. 반면 나훈아의 가슴 치기는 자연스럽다. 노래의 일부라고 여겨진다. 김호중의 가슴치기는 나훈아가 그리 했으니, 노랫말에 맞는 안무로는 그것이 제 격이나 보다고 그대로 따라 한 듯 여겨진다. 왜 가슴을 치면서 호소해야 하는 노래인지 노랫말을 재빨리 들먹여서 음미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아쉽다. 클래식 무대를 서는 사람들의 습관적인 모양새이지만 어쨌든 조금 과하다 싶은 제스처나 정신이 합해진 안무가 가끔은 필요하다.
물론 그 와중에 김호중은 남달랐다. 김호중을 보면 참 신기하다. 사실 클래식 성악가는 대중가요를 노래하기가 쉽지 않다고 알고 있다. 이를 김호중은 해낸다. 대충 흉내내기가 아니다. '크로스 오버'로 그칠 일도 아니다. 그가 노래하면 그가 클래식 성악가라는 사실을 전혀 떠올리지 않아도 된다. 클래식의 고상함과 웅장함을 대중가요 속에 녹아내는데 전혀 부자연스럽지가 않다. 그는 성악 발성에서 발라드 발성과 트로트 발성까지 자유자재로 자기 성대를 변환시킨다. 어쩌자고 클래식 성악가가 트로트를 노래하는가 등의 야유를 좀 보내고 싶어도 이내 고개 숙이고 그의 노래에 빠지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무대를 통째로 자기 혀 위에 올려놓고 자기 노래를 들려준다. 고맙다.
길어도 너무 길어졌다. 이 긴 글을 어느 블로거가 읽겠냐마는, 나는 쓴다. 당분간은, 1, 2년은 더 긴 글, 내가 쓰고 싶은대로 쓸 예정이다. 어쨌든 김호중의 '테스'는 남자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을 듯. 우리 언니, 어서 백만 뷰를 달성해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열심히 들었다. 지난 주 일요일 하루는. 아마 백만 뷰를 달성했으리라. 오늘 남은 시간은 김경호의 '마지막 기도'를 들을 참이다. 라비던싀 '흥타령'도. 밤이 길어지면 김준수의 '살아야지'와 박정현과 서도밴드의 합인 '이별가'도 들을 태세이다.
모두 잘들 주무시라. 내일은 일주일의 중간이다. 내일 잘 넘기면 목요일과 금요일은 또 금방 간다. 홧팅! 홧팅을 히기로 하고. 어서 주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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