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들과 까치들과 그리고 국악인들 및 춤꾼과 함께 출근했다.
꿀벌들과 까치들과 그리고 국악인 둘, 춤꾼과 함께 출근했다. 비대면이지만 예술인들과 함께 한 시간이 나는 참 즐겁다. 비단 나만 그러겠는가만 나는 유독 그렇다. 오늘 출근길 유튜브 강의는 jtbc '차이 나는 클래스'였다. 아하, 오늘 강의 내용의 정식 프로그램명은 이것이었지. '차이나는 K - 클래스'. 나는 이 프로그램의 은근히 숨어있는 힘이었다. 프로그램 초창기, 방송 시간이 옮겨지기 전, 열정적으로 본방을 기다려 시청하던 원조 덕후였다.
예능을 가미했다고 하나 대체로 늦은 시간 운영되었고 예능의 강도, 즉 원초적인 웃음 제공이 부족했는지 시청률이 높지 않았다. 내게는 최고의 프로그램이었지만 말이다. 내 생활 유형의 미세한 변화와 더불어 꼭꼭 시간을 지켜가며 시청하는 것이 힘들었다. 본방송 사수가 어려워졌다. 대신 유튜브로 보곤 한다. 미세한 내 생활 형태의 변화는 이곳 블로그에 진행하고 있는 아침 일기 쓰기이다.
오늘 강의는 'K 문화' 현상에 대한 강의 묶음이었다. "이것은 강연인가 공연인가! - 세계를 사로잡은 K - 예술 모음. zip"이었다. 경기민요의 대가이자 국악과 양악의 다양한 콜라보로 일찍이 여러 나라에 진출한, 그의 초창기부터 소리꾼 이희문, 판소리를 종합예술로 승화시킨 소리꾼 이자람, 애매모호한 춤, 세상을 뒤집는 김보람의 강의였다. 세 분 모두 내가 참 좋아하는 예술인이다. 모두 소개하고 싶지만 두 분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오늘은 김보람을 이야기하겠다. 김보람은 '범 내려온다'로 유명한 밴드 이날치의 안무가로 알고 있다.
어제 영화 <비키퍼>에서 나는 '교육의 역효과'를 '교육의 무서운 힘'이라며 부정적인 관점에서 강조했다. 관점이라는 것이 요지부동의 것이 아니다. 관점이야말로 그 낱말 자체가 가진 힘을 들추자면 제멋대로이다.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이 시시때때로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다. 왜? 세상은 생각하기 나름이며 현상과 상황은 유동성이라는, 쉬운 혹은 지극히 어려운 낱말을 데리고 이동하기가 가능하다. 오늘 춤꾼 김보람의 생을 듣고 교육의 원점으로 되돌아간다. 어제 내린 교육의 부정적인 관점을 뒤집어 지극히 긍정적인 관점을 말하고 싶다. 거기에 필요한, 필수 불가결하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 있다.
교육이야말로 '자유', '자율'과 병행할 때 '선'이 된다. 갑의 위치에 선 자가 있고 갑이 스스로 말려 들어가 머리 조아리는 거대한 조직이 존재하는 한 교육은 '악'이 된다. 가벼운 선악의 정도가 아니다.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 사람을 뒤집어 피그말리온 효과의 역인 골렘 효과를 쏟아붓는다. 가족을 윽박지르고 해체한다. 사회를 혼란 지경에 이르게 하여 상처를 입히고 곳곳에 질병의 고름이 질질 흐르게 한다. 국가는 권력이 뒤흔드는 대로 백성들을 몰아붙이고 결국 골골거리는 백성들이 존재하는 나라는 '멸망'의 지름길에 들어서게 한다. 온 세상을 조각조각 세분화하여 우주를 골병들게 한다. 현 우리 교육의 현장은 이에 가깝다. 생육당하는 노예 교육이다.
김보람은 곯고 병든 교육 현장과 거리가 멀었다. 조그마한 해안 도시 전남 완도 출신이란다. 남쪽 끝 바닷가 그곳에서 어느 날 당시 잘 나가는 춤꾼, 현진영의 춤을 보게 되었단다. 그는 요란한 사교육과는 거리가 먼 적막강산 그 아래에서 어린 시절을 살았다. 그는 규격에 맞춘 춤을 배울 일이 없었다. 현진영의 춤으로는 춤을 꼭 춰야 한다 강렬한 메시지를 선물 받았다. 이후, 맘껏 제멋대로 춤을 보고 듣고 추고 배웠단다. 독학에 쏟은 집념은 텔레비전 속의 춤 정도는 몰입하여 너끈히 소화했단다. 그리고 그 바깥 춤을 나름의 방법으로 구축해 나갔단다. 자유로이 출 수 있었던 방목 가능한 곳에서 자율적으로 익힌 춤사위가 가능했다. 자연 속에서 살아낸 자유스러웠던 어린 시절. 그것이 김보람의 행운이고 다행이었다.
자율과 자유 속에서 배우고 익힌 교육은 용기백배의 힘도 샘솟는다. 그는 중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스스로 춤꾼들을 찾아 나서는 방법을 익혔다. 사실 당대를 흔들던 춤과 춤꾼들이 그를 찾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싶다. 춤 관련 행사 안내판은 그 앞에 늘 우뚝 서 있었다. 그는 춤판에 입실했다. 그리고 자유의 춤에 덧붙일 또 다른 춤을 찾아 서율 유학을 시작한다.
용기는 더 큰 세계를 꿈꾸게 한다. 갈망이 되게 한다. 갈망은 더 큰 그릇을 빚게 했으리라. 소위 무서운 것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의 움직임이 커진다. 그 움직임을 함께 뛸 영혼들의 춤이 더해진다. 1인조 김보람은 2인조, 3인조 그리고 마침내 기획과 구성과 조직과 필요 경비와 임금과 인세 등이 필요한 커다란 무대 위에도 가능하게 된다.
경제가 해결되니 품고 있던 자유의 폭은 더더욱 광활해지고 한편 섣부른 고지가 되기도 한다. 삭막 강산을 충분히 메울 힘은 이미 비축해둔 상태였다. 가끔 그, 김보람을 위해서 도움이 되던 이들의 열정이 김보람 당자보다 더 커지기도 한다. 무리한 힘은 그만 폭발하기도 한다. 김보람은 시험대에 선다. 김보람은 시험대의 신을 물리칠 힘을 자기 안에서 끄집어낸다.
그는 마침내 이미 축적된 자유 그 이상의 춤을 출 수 있게 된다. 되든 안 되든, 말이 되든, 죽이 되던, 밥이 되든, 혼돈의 미궁이 되든 그 어떤 곳에도 덤빌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김보람 만의 춤은 이미 구상되었고 그 구상을 구체적으로 풀 수 있게 된다. 자기 역할을 야무지게 해낸다. 잘 알고 있다. 열심히 움직여 김보람을 믿고 도우미가 되어주다가 산화한 영혼을 위해서도 몸을 아끼지 않는다. 탐구와 실험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우뚝 세상에 선다.
그의 독특한 춤에 매료되어 가끔 유튜브로 들여다보곤 한다. 오늘 그의 강의를 들으니 그의 '언어학(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의 춤)'이라는 춤이 확실히 이해된다. 나는 그의 춤을 보면서 가끔 몸의 철학을 생각한다. 곧 김보람 삶의 철학이기도 하다. 우리 몸은 이 세상에 '나'로 던져지면서 생을 지탱한다. 움직이는 모든 것, 그 사위들에 응집된 삶의 철학들. 결국 몸의 주인이 구하는 세상이겠지만 그 이상을 가능하게 하는 육신의 노고를 우리는 쉬이 잊는다. 의미를 더해 생각하지 않는다. 몸이 '나'를 위해 움직이는 노고에 감사의 염을 표해야 하지 않을까, 진정. 하루 한 번씩이라도 각자 자기 몸 전신 곳곳을 향하여 감읍의 인사를 올려야 할 것이다. 김보람의 춤 '바디 콘서트', '언어학'을 듣고 보면서 생각하던 것이다. 그리고 오늘 그의 강의를 통해 나는 참 교육의 진정한 힘을 읽었다. 자유!
김보람의 춤을 함께 할 때면 장 프랑수아 밀레의 작품이 떠오른다. <씨 뿌리는 사람들>이다. 그의 작품을 당시 프랑스 정치판의 인간들이 미주알고주알 자기 입맛대로 평을 할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참고 : 책 <인생의 미술관 : 김건우 지음, 어바웃어북 출판>). "나는 단지 노동하는 모습을 그렸다. 인간은 몸을 움직여 고생하기 위해서 산다. 성경에도 말하지 않던가. 네 이마에 흐르는 땀의 대가로 살라고." 몸은 움직여지고 사용해야만 한다. 우주 모든 물질이며 물건이며 생명체는 사용하지 않으면 피폐해진다. 희미해지고 약해지다가 곧 퇴색하다가 스러진다. 몸의 철학은 움직임에서 싹이 트고 자라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몸의 철학에 자유라는 의미가 실존할 때 몸은 참 건강을 유지한다. 교육도 그렇다. 이를 김보람의 춤이 증명한다.
JTBC의 덕을 참 많이 본다. 특히 각종 음악 경연 오디션은 나의 현실을 아름다운 상상과 현란할 것까지 예측하게 한다. 기다려마지않는 미래로 나를 이끈다. 이 나이에 새로운 꿈을 감히 꾸게 한다. 나를 무한 경지의 고상한 곳으로 여행하게 한다. 때로 나를 어떤 종류의 무대 위 주인공이 되는 상상도 하게 하고 또 다른 생의 기획자도 되게 한다. 고약한 현실도 유유자적하게, 휘황찬란하게, 넓고 깊은 범위와 아늑한 심온(深穩)으로 펼칠 수 있게 한다.
출근길 사방으로 까치들이 춤을 추며 날았다. 무슨 일이 있나 싶었다. 주말에 소국은 상당수가 꽃잎다운 상태를 상실한 모습이었다. 생기를 잃은 채 시든 꽃잎 위로 꿀벌들은 여전히 유난스러웠다. 어제 봤던 영화 '비키퍼'의 주인공 스피로 생각에 마음이 아렸다. 죽어가던 손의 떨림이 은유하는 메타포는 무엇일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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