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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2배속으로라야 강의를 들을 수 있을까.
나는 왜 2배속으로라야 강의를 들을 수 있을까.
떠안고 있는 뜻을 문장은 애써 설명하려 들지 않았다
말할 수 있게 될까
분노는 뱉어내야 옅어질 텐데
슬픔을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고
글을 쓸 수 있는 손가락의 마디는
이내 다물어진 채 꼼짝하지 않는 두 입술 모세혈관의 정지 신호를 복사했다
내려앉은 감정의 구분이 쉽지 않다
핸드폰을 껐다
온전히 나로만 살고 싶어졌다
너도 타인이다
알량한 거다
정을 찾지 말아라
이미 각자 생이며
남의 생이다
네게 줄 한 조각 생의 파편도 마련해두지 않았다
바라보지 말아라
벌써 오래전에 떠났다
자기 굴레를 튼튼하게 마련한 지 오래다
남겨뒀던 희미한 자기 몸매의
그림자마저 거둬간 것이 이 시대 전이다
우리는 남이다
부연 안개
희미한 기대도 지니지 말아라
아예 확인하지 말아라
며칠 흐리게 수직으로 서 있던
부연 안개마저 거둬 가려 할 것이다
숙명이다
속도를 올려라
네 앞을 달리는 자의 숨고를 시간에 맥박을 맞추려거든
너는 늘 2배속 강의에 익숙해야 한다
부지런히 뛰어 네가 이미 건설해 둔 검은 냄새의 숲을 일깨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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