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청춘이다. 사실은 참 사람이 되기에는 아직 멀었다.
zzzz
아침, 새벽잠을 물리치는 것, 쉽지 않았다. 이불 속에 앉아 오프라인 일기를 썼다. 핵심 문장은, 오늘은 꾹 밀란 쿤테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모두 읽는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알차게’ 하루를 살자는 것이다. 남보다 한 시간여 이른 출근. 일터 방에 도착하면 바로 책 읽기를 시작해야 한다. 일단 컴퓨터는 켜 두고. 다음이 문제이다.
눈. 좋지도 않은 시력 안에 당연한 듯 들어오는 화면들. 오늘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 ‘화이트 원피스 블라블라~’이다. 내 오른손 검지가 작동한다. 클릭! 물론 동시에 뇌세포가 작동한다.
‘어서 확인해.’
‘빨리 보고 나와.’
‘너, 지금 뭘 하는 거야?‘
‘너, 아침 일기에 어떤 내용을 썼지?‘
‘오늘은 꼭 읽던 책을 마저 읽겠다고 다짐했잖아.‘
끝까지 보고 왔다. 시각적인 면에서 만족하고 나왔다. 덤으로 제시한 제품 사이트를 꼭 확인하자고 생각한다. 제품명을 어디 기록해 놓을까, 그곳 블로그 주소를 저장해 놓을까 생각하다가 멈춘다.
‘이런, 아침이야. 이렇게나 해맑은 공기를 내뿜고 있는 소중한 시간에 고작 패션이니?’
‘야, 너 아직 멀었다. 언제나 정신을 차릴래?’
‘사실, 돈 아까워서 사 입을 생각도 없잖아.’
‘너, 아무 옷이나 눈에 들어온다고 쏙쏙 구매할 경제적 여력도 되는 것이 아니잖아.’
반성의 우울 분위기를 애써 접으면서 한편 나를 위로한다.
‘아냐, 아직 젊다는 거야. 괜찮아. 너 오늘 그곳 블로그에서 얻은 것이 있잖아.’
‘젊을 적, 까마득한 그 시절, 너, 얼마나 화이트 의상을 선호했으며 멋지게 소화했는지 기억해 냈잖아.’
그래, 올여름에는 우중충 까마중을 좀 며칠 벗어나 보자. 시종일관 블랙으로 치닫는 내 패션에 징그러워하는 이들에게 나의 젊을 적 참모습을 보여주자. 그들에게 내 꿋꿋한 블랙 의상이 끼치는 영향을 하소연할 권리가 있다. 이름하여 ‘이웃의 의상 선호 색깔로 인한 뇌세포의 우울증’이라고 할까.
그곳, 블로그에서 보여준 열 개 가까운 화이트 원피스 중 딱 하나만 골라서 멋있게 소화해 보자. 팀원들 중 단 한 명이라도 내게 말하리라. 아주 가끔 내 의상에 늘 긍정적인 말을 해주는 팀원 중 젊고 이쁜 그녀가 그러겠지.
“선생님, 무슨 일이에요? 너무 이뻐요. 그렇게 입으세요. 공주님 같아요.”
그녀가 얼마 전 내게 했던 내 의상 품평에 있던 말이다. 참 철없다고 내치지 말라는 거다. 늙은 공주도 있지 않겠는가. 이 긴 인류사에 ‘공주’가 좋아, ‘공주’라는 호칭으로 불리고파 오직 ‘공주’로만 산 사람들 또한 있지 않겠는가. 물론 나는 그런 인간은 아니다. 며칠 전 내 좋아하는 보라색 원피스를 입고 출근했더니 그 이쁜, 내 젊은 팀 동료가 내게 해줬던 말이다.
이제, 오늘 블로그 일기까지 썼겠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 퇴근 후 시간을 열심히 활용하여 책, 밀란 쿤테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완독하기로. 이 책은 삼독이던가, 사독이던가. 내, 매해 읽는 독서 목록에 올릴 참이다.
참, 매년 한 번씩 꼭 읽기로 한 도서 목록에 대한 글도 언제 한 번 써 보자.
이곳, 내 블로그에 오는 이들이여. 진정 글을 읽으러 오는 이들이여, 고마우이, 고마우이, 고마워요. 쌩쌩 나는 주말을 보내시기를!
'라이프 > 하루 공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과 사 2 (63) | 2024.05.30 |
---|---|
나는 왜 2배속으로라야 강의를 들을 수 있을까 (49) | 2024.05.25 |
일터 창에 액자가 되는 풍경이 짙어지는데 (53) | 2024.05.24 |
뼈 빠지게 일하는 우리는 왜 늘 가난할까 (72) | 2024.05.20 |
봄 곳곳 (47) | 2024.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