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빠지게 일하는 우리는 왜 늘 가난할까?
뼈 빠지게 일하는 우리는 왜 늘 가난할까?
며칠 전 유튜브 <북 언더스탠딩>에서 남궁민 독서평론가의 소개로 "자본의 미스터리"를 들었다. 다시 들었다. 오늘 아침에는 EBS 방송에서 10여 년 전 방영되었던 '자본주의'에 대한 긴 강의를 들었다. 다섯 시간이 다 되어가는 강의였다. 언젠가 들은 적이 있고, 한편 빤한 내용이기도 해서 2배속으로 들었다.
EBS에서 10여 년 전 방영되었던 '자본주의'의 내용이 빤하다고? 그렇다. 슬프지만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다. 이 강의를 듣기 전에도 이미 나는 '자본주의', 그 음흉한 속셈을 알고 있었다. 학습, 직간접 경험 들을 통해서 말이다. '빤하다'가 맞다. 한데 오늘 아침 출근길과 출근 후 한 시간여 또 열심히 강의를 들었다.
왜? 궁금했다. 정말로 궁금했다.
'죽어라고 일을 해야 산다.'
'뼈 빠지게 일을 해도 살 둥 말 둥, 어찌 배겨내려고 그렇게 게으르냐?'
'으짜든지 몸을 움직여 일해야 안 굶고 산다.'
어릴 적부터 늘 들어오던 문장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위 문장들을 늘 말씀해 주셨던 어릴 적 내 주변의 어른들에게 솔직히 섭섭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가까이는 내 아버지와 내 어머니. 그들은 늘 내게, 자기 자식들에게 강조했다.
"공부해야~, 배워야~ 산다."
죽어라, 죽어라고 공부하라고, 최선을 다해 배우라고 했다.
한데 지금 나는 왜 이렇게 생이 궁할까. 내 부모님이 내게 역설하신 '공부'의 방법을 잘못 해석하여 살아온 것일까. 그래, 내 부모, 내 어머니와 아버지는 단지 방향을 제시했을 뿐, 내 생을 내가 개척해야 했으므로 온통 내 잘못이다. 누구를 탓하랴.
나는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었다. 굉장히 감명 깊게 읽었다. 내심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서 '그래, 맞아, 맞다'를 마음속으로 외치면서 읽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EBS 방송의 다큐멘터리 '자본주의'도 서너 번을 시청했다. 곱상하게 생긴 남궁민이 소개한 책 '자본의 미스터리'도 두세 번을 들은 듯싶다. 나는 용기가 없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하여 쭉 살아오던 패턴의 삶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끝없는 반복으로 살아오고 있다.
나는 강을 건너는 것이 무서웠다. 내 나름의 봇짐을 싸 들고 새로운 곳으로 길을 떠나는 것이 겁이 났다. 나는 그저 오밀조밀 현재의 웅크린 채 나 자신을 부여잡고 사는 생활을 다행으로 여기면서 살았다. 자본의 병폐, 내가 잘 안들, 내 힘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이며 내 자본으로 저 거대한 자본을 어찌 건들 수 있으리라고 지레 주저앉아 살아냈다. 하여, 늘, 여전히, 여기 있다.
'자본'이라니, 왜 '자본'을 들먹임?
일터. 느닷없는 단체 이동을 하자고 한다. 그것도 바깥 잠을 자는. 아니 하기로 했단다. 엥? 주말을 더해 며칠 '가'. '말아?''를 고민하다가 느닷없이 내가 크게 만지지 못하고 있는 '자본'이 떠올랐다. 왜? 큰돈 좀 벌어두질 못했을까. 이런 시시껄렁한 일에 휩싸여야 하는 생활을 어쩌자고 지금가지 하고 있담?
세상에, 요즘 세상에, 단 한 번의 '사전 물음'이 없이, 단 한 줄 토론이 없이, 단 한 문장 토의가 없이, 아니 그 흔한 설문조사 한번 없이 1박을 전제로 하는 2일 간의 일터 여행(좋은 말을 붙이자면, 그 알량한 컨설팅이라 하겠지)이라니. 뙁 하고 공지되었다. 무작정 출석 가능 여부를 물어왔다. 오랜 생을 살아온, 낫살 가득 찬 나는 또 오리무중, 사고 판단의 험난대로에 빠져 방황해야 했다.
"가, 말아? 우씨~, 이런"
"젊은이들 틈에 끼어 말어? 우리 팀 총 출동에 쐐기를 박아줘, 아니 말어?"
'그래, 가든지 말든지. 너 알아서 하면 돼지, 무슨 말이 많아? 그냥 가면 가는 거고 안 가면 가는 것이지, 뭘, 어쩐다고? 별스럽기도 해라.‘
고 내칠 수도 있지만, 나, 그대들이여, 이런 상황이 사람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왜 모를까.
당사자가 아니면 위의 문장처럼 대뜸 거친 말을 풀어 인감 심사 한 가닥에 '콱~' 내저어버릴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아니다, 내 생각에는, 단연코 이것은 아니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이런 일을? 이런 방식으로? 세상에나.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러나 모두 조용하다. 이 알량한 기운은 뚫고 나서는 이 없다. 나는 결국 이러저러한 생각 끝에 동참하기로 했다. 이런 내가 또 얼마나 한심스러운지, 나는 왜 '파이어 족'이 되지를 못해, 그깟(미안하지만 현 심정으로는~) 월급에 목매어 이렇게 허둥대는 순간을 맛보아야 하는지. 없는 돈을 좀 만들고 싶다. 박차고 나아가고 싶다. 어이쿠나, 글을 실은 배가 강 몇을 건너더니 저 멀리 바다로 떠내려가 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