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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박 거두기
살림살이에 두 손 두 발 들었다.
와우, 보통 일이 아니구나.
호박 두 개가 집에 왔다.
뽈짝 다 익은
늙은 호박 하나
익어가는 도중에 그만 뿌리로부터 잘려 나온 또 한 개
에구머니나. 사진이 없구나.
녀석들. 그만 분해되고 말았으며
조각조각 제 본래 모습을 해체하여
오늘 내 폰 필름에 담겼다.
호박 좀 가져가?
늙어가니 먹는 것 이야기만 하면
마구잡이로 오 예스
일단 가져왔으니 어서 해결하라는 말에
작심삼일
밑도 끝도 없이 이 사자성어를 떠올렸다가
저녁 식사 후 플랫폼 검색으로
늙은 호박 보관 방법을 검색
일단 전체 잘 씻는다
둘 전자 레인지에 통째로 넣어 기본 찜을 한다
꺼내어 꼭지 없는 부분 중심에서
골패인 부분을 기준으로토막을 낸다
씨앗은 한쪽으로 꺼내 놓았다가 잘 말려 볶아 먹을 수 있게 처리하고
껍질을 벗기기
그냥 무식한 방법으로
즉 식칼로 쏴악쏴악 벗겨낸다
깍둑썰기나 얇게 썰기를 해서
그릇에 분산 배치 후 냉동실에 넣는다
하, 하루 이틀 안에 먹을 거면 냉장실로!
아, 적어도 석 달은 먹을 수 있겠다
찜, 전, 탕, 죽 등등등등
껍질 벗겨내다가
피 한 방울 흘리고
오른손 손가락이 마비될 것처럼 아파
손가락돌리기 운동
얇게 썰어서 곱게 구워
샐러드나 식빵에 끼워넣기는 일찌감치 포기하고
깍둑썰기를 해뒀다가 탕이나 전, 죽으로 해 먹으려니 했는데
이것 보통 일이 아니더라.
무려 네 시간 넘도록 막노동을 했다.
살림 사는 것, 그것 굉장한 일이구나.
우리 엄마는 평생 어찌 숨 쉬고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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