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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내 어머니의 언어

동글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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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뱅이

 

동글동글 동그라미.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동글동글 동글뱅이

동글뱅이를 잘 긋어라(그서라)

으짜든지 동글동글하게 살아라

왜 그렇게도 가시 날 세우고 사냐

긋어라. 동글뱅이를 좀 긋으면서 살아라

 

내 어머니가 그러셨다. 으째 그렇게 냉하냐고 

그러다가 남자 복도 안 따라올라

동글동글 좀 잘 웃고

말도 좀

성글성글 해싸코

 

그래야 남편 복도 있고

자석(자식) 키우기도 솔(수월)한다든디

어째 그렇게 입주댕이 퉁퉁 불어서 사느냐

웃고 살아라

좀 히히거리면서 속없이 살아라

 


동글뱅이는 곧 동그라미를 말한다. 두리뭉실하게 살라는 것이렸다. 이것저것 꼿꼿하게 고개 들고 따져가면서 살지 말라는 것이렸다. 우리 엄마 내게 늘 강요하시던 것이 떠올라 타고난 내 성격은 고칠 수 없을지언정 나는 동글뱅이를 지녔거나 그런 모양새를 하고 있거나 동글뱅이를 추구하는 듯한 상황이나 물체, 그리고 사람을 만날 때면, 어찌 나도 한 번 틈새를 마련하여 '동글뱅이'로 끼어들고 싶다.

 

동글뱅이 동글동글 동그라미.

 

동그라미 안에 포함되어 드러눕고 싶다. 편안할 듯싶다. 우두머리도, 저 아래 꼴찌도 없고, 그러므로 위와 아래의 어중간한 중간에 서서 양쪽으로 억지 두뇌 운동을 수평저울 위에 올려놓고 해야 할 일이 없으려니, 그래, 마음 편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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