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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내 어머니의 언어

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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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상 말도 안 듣는다. 잔상!

 

 

끼니때만 되면 우리 엄마의 한숨이 온 집안을 꽉 채웠다. 엄마 앞에는 숟가락을 느리적느리적 움직이고 있는 내가 앉아 있었다.

“다른 것 없어야. 먹고살자면 꼬박꼬박 끼니때가 되면 주는 밥을 잘 먹으면 돼지야. 으짜거시냐. 이런 반찬도 없는 집이 얼마나 많은지 아냐? 어서 먹어라. 왜 그러냐, 왜 그렇게 끼니때마다 깰짝깰짝이냐. 옛말이 있어야. 삼시 세끼 밥을 잘 먹어야 복이 온다고야. 으째 그리도 안 먹냐, 왜 그렇게 안 먹어. 엉. 잔상 말도 안 들어야, 잔상, 잔상도!”

 

잔상. 표준어국어대사전을 보면 '잔상'으로 두 가지 뜻을 지닌 두 가지 한자어가 보인다. 

'잔상1 殘傷'과 '잔상2 殘像'이다. 잔상 1의 뜻은 잔인하게 상처를 입히는 일. 또는 그 상처로  뜻이 언급된다. 예를 들어보자.

"그의 어머니가 6.25 때문에 입은 잔상은 어떤 방법으로도 지울 수 없다."

'잔상 2의 뜻은 의학적으로 어떤 외부 자극 후에도 계속되는 상을 말한다.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해도 될까. 좋다. 또한 도무지 잊히지 않는 지난날의 모습을 말하기도 한다. 

"그 영화의 잔상은 영원히 내 뇌리에 남아 있을 거야."

 

그럼 우리 엄마가 쓰시던 '잔상'은, 그 의미며 어원은 어디에 있을까.

"잔상 말도 안 듣는다."

 


잠이 쏟아진다. 아직 열한 시도 되지 않았는데 무슨 일인가. 이유가 있다. 그 이야기, 즉 오늘 나를 완전히 뭉개버린 사건에 대한 일은 내일 쓰자. 모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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