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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내 어머니의 언어

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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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하다.

- 아주 곤( 困)하다.

 

출근길 늘 나와 만나는 고목!

 

 

기운이 없다. 온 몸이 나른하다. 오늘, 오늘처럼 금요일이라는 것이 행복했던 날이 언제, 또 있었던가.       

저 윗선에서 퍼부어대는 업무가 내 육신을 뒤덮으면서 연일 몸이 너무 곤하다. 그저 어디 가 한숨 잤으면 하는 생각뿐이다.

 

내일 아침에는 아무런 걸림이 없이 늦도록 잠을 자고 싶다. 설령 다시 눈뜨지 않아도 괜찮을 나날이 뒤이어진대도 괜찮으니 그저 자고 싶다. 방정 맞을! 이런 생각까지 해야 할 만큼 내게 마음 편한 금요일 밤. 어쨌든 자고 싶다. 몹시 고단하여 잠든 상태로 깊이 빠지고 싶다. 내일 해가 뜬 지 한참이 지났을지라도 내가 잠 드는 모습을 보게 되는 이들이, 말하자면 지인들이 다음과 같은 문장을 소곤댔으면 종겠다. 

"저 여자는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어. 하루 종일 그녀는 아주 많은 일을 하더라. 그녀는 잠에 들자 마자 곧 코를 골며 곤한 잠에 빠졌어."

 

밤 10시다. 내 생에 이렇게 이른(?) 시각에 잠의 여신이 내 생을 노크한 적이 있었던가.

 

우리 엄마가 생각났다. 우리 엄마. 평생을 늘 곤하셨을 우리 엄마. 잠이 와서 취할 수 있다면. 마치 술에 취한 듯 쓰러져 자고 싶었던 오후.

"어째 이렇게 곤한 지 모르겠다. 언제나 편할까. 곤할 때는 잠이 최고여야. 자자. 푹 자자."

고 하시던 우리 엄마.

 

이제는 밤이다. 어서 자련다. 모두 다 내려놓고 잠에 들기다. 자자. 일단 자자. 그래, 불타는 금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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