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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드디어 내게 네가 왔을 때 나의 참 인생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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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게 네가 왔을 때 나의 참 인생이 시작되었다.

 

 

오늘 나의 집 베란다에서 찍은 노을

 

 

 

 

어제 카톡 가족 톡방으로 보내온 내사랑의 소식들을 몇 장 보고는 마음이 급해졌다. 오늘 아침 해야 할 일을 내 머리에 심느라 바빴다. 잊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혹 생각을 놓게 되지 않을까 봐 또 한 사람에게 다짐을 받았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상기시켜 달라고. 우리가 내일 아침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을 서로에게 확인하였다. 가끔 아침이면 출근일인지 쉬는 날인지 혹은 어떤 특별한 날은 아닌지 잠에서 깨어나면서야 확인하는 날이 제법 있다. 왜일까. 

 

 

오늘 아침에는 평일 그대로 울리는 기상 알람에 눈을 떠서 출근일은 아니라는 데에 안도감을 느꼈다. 늙어가면 초저녁잠이 많아진다는데 나는 왜 아침잠에 늘 매달리는가. 내게 초저녁잠이란 경험 자체가 없다. mz형 수면 습관을 자랑할 일이 아니다. 진짜 mz세대 내사랑이 있다. 내사랑의 나이가 나의 나이를 제대로 드러낸다. 내사랑을 위해 나의 수면 습관을 바로잡을 일이다.

 

 

내사랑을 위한 의식 중 일부

 

 

 

 

아침이 바빴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또 한 사람이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위해서 구수한 미역국을 끓일 것이다. 한데 아침 눈을 떠보니 내가 더 빨리 일어나겠구나 싶었다. 그래, 오늘 아침은 내가 어서 움직여야 한다. 내사랑의 생일 아침이면 내가, 나 혼자 치르는 거사가 있어 얼른 일어나야 한다. 생각해보니 줄곧 나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치러왔고 오늘도 그렇게 치르고 싶었다. 어젯밤 써둔 캘리그래피와 함께 또 한 사람이 더해주는 소품을 더해 식을 치렀다. 내 어머니가 나를 위해 하셨던 방법을 따라, 비록 똑같은 방법은 아닌, 비슷한 방법으로 내가 내사랑을 위해 치르는 의식이다. 내사랑의 생일 축하 의식이다. 해마다 치른다. 이 시간만큼은 내가 내게 엄숙해지고 행복한 시간이 또 있을까. 

 

 

내사랑은 예정된 산일보다 일주일을 더 빨리 태어났다. 임신 초기 위험 상황을 한번 치렀다. 하혈이었다. 가까이 살던 마당발 손위 언니가 있어 버텨낼 수 있었다. 내가 사는 이곳, 이 지방 안에서도 그다지 이름 없는 한의원에서(한약방인가? 한의원과 한약방은 다르다고 알고 있다.) 맥을 짚어 한약재를 조제하고 다린 한약물에 의해 위태로운 상황을 이겨냈다. 내사랑은 그 뒤로 별 위기 없이 엄마 뱃속에서의 생활을 했다. 열 달을 며칠 앞두고 이 세상에 나왔다. 

 

 

태어나면서 엄마를 바짝 긴장시켰다. 긴박한 기간이 2박 3일이었지 않나 싶다. 우리 둘은 우리들의 아이가 전통적인 탄생 방법으로 태어나게 하고 싶었고 끝까지 그렇게 하리라 생각했다. 내 몸이 아마 너무 물렀을 것이다. 철없는 막내딸로 자라 아이가 아이를 길러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튼실한 아이가 자랄 만한 공간을 미리 다져놓지 못했던 것이다. 아이가 엄마의 몸에서 나오는 순서가 뒤바뀌어졌고 개인병원에서 급히 이송하는 방법으로  종합병원으로 옮겨졌다. 밤새 내가 내지른 소리는 병원 건물 전체를 들썩였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12월 31일 이른 오전에 수술로 아이가 태어났다. 

 

 

하염없이 울었던 것 같다. 미리 수술을 택했더라면 고생이 덜했을까. 아니다. 돌아보면 치러야 할 단계를 다 치른 내가 다행이다 싶다. 나는 하염없이 울면서 내게서 태어난 기적에 감사했다. 의식을 찾은 내게 잘 생긴 네 아버지를 닮았다는 언니의 말에 엉엉 울었다. 그날 나는 줄곧 조물주에게 감사했다. 정상 분만에서 치러야 하는 통증을 치러낸 후 더는 방법이 없다며 왕 의사님이 오신 후에야 수술이 진행되었다. 이 방법, 저 방법 모두 어미가 겪게 하고 이 세상에 나온 내사랑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나는 너무 곱게만 자라나서 세상 물정을 몰랐다. 통증을 겪지 않았다면 나는 아이 키우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없었을 것이다. 분만 이후 나는 줄곧 조물주께 빌었다. 

"조물주여. 세상 모든 고통은 내가 모두 짊어지고 가겠습니다. 내사랑은 온전한 세상에서 맛볼 수 있는 모든 신비를 맛보면서 멋진 생을 살게 해 주십시오."

 

 

12월 31일. 음력으로 치르면 별 의미가 없지만 양력으로 치면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왜 한 해 마지막 날에 태어나야 했을까. 혹 이런 생각도 할 수 있으련만 내사랑은 늘 이렇게 말한다.

"엄마, 나는 참 특별하게 태어난 것 같아. 한해의 마지막을 어서 정리하고 새해를 바로 맞으라는 것이잖아. 나는 참 특별하단 말이야."

고마운 내사랑. 그래, 이 세상에서 만날 수 있는 온갖 것들과 함께하면서 많이 배워서 훌륭한 세상을 살아내길. 특별한 태생의 내사랑이여, 내사랑이 지닌 온갖 재능을 이 세상 사람들에게 마음껏 베푸는 여유를 세상살이 최고의 즐거움으로 만끽하기를. 그리하여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살아내렴. 내사랑. 내 고마운 내사랑. 나를 살게 하는 내사랑."

 

 

여기 이곳까지 오면서 줄곧 고민했다. 내사랑을 글의 어디쯤에서 집중적으로, 어떻게 이야기할까. 중간에 와서야 마침내 내사랑과 함께했다. 익명성을 앞세운 글이지만 내사랑 또한 한 사람의 개인인데 어미라는 이유로 내 맘대로, 아이의 허락 없이 이렇게 내세워도 되는 것일까 고민스러웠다. 이곳 아침 일기를 쓰면서 늘 공개에 대해 고민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오늘은 유독 힘들었다. 용기백배하였다. 어쩌다가 한 번씩 이곳 글을 읽게 하면 인사 삼아 내사랑이 내게 주는 글이 있다. 

'필력이 대단해요. 우리 엄마'

인사 삼아 짧은 문장의 소감을 전하는 내사랑은 어미의 블로그 글을 더 찾아 읽은 것 같지 않는다. 아들을 혹하게 할 만큼 좋은 글이 아님을 잘 안다. 하여 이 글을 내사랑은 아마 읽지 않을 것이다. 다행이다.

 

 


저녁 8시를 넘기고 밤을 좀 걸었다. 이삼십여 분을 어둠 속에서 숨 쉬었다. 적막강산이었다. 오늘따라 길고양이도 전혀 볼 수 없었다. 길고양이들도 저무는 한 해를 보내는 의식을 치르는 것일까. 일터 동료들에게는 오전에 한 해 마무리와 감사 인사를 드렸다. 밤이 내게 새해 인사를 건네왔다. 부디 잘 자는 나날 만들기를 소원해주었다. 내 영혼을 곱게 쓰다듬어주었다. 그래, 잘 좀 자자. 노인형 잠의 방식을 이제는 좀 받아들일 단계에 와 있다.

 

 

블로그 친구들이여,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아름다운 2023년이 되시라! 당신들이 있어 올 임인년 나의 영혼은 온전한 나날일 수 있었으니, 감사드린다.

 

 

내게 오시는 블로그 친구들을 위하여, 블로그 친구들이 이곳에 와서 잘 왔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열심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캘리그래피를 그리고 사진을 찍어 올리리라, 새해에도. 모두 건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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