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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임인년 끝 D- day 이틀 전. 올 일터 생활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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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년 끝 D- day 이틀 전, 올 일터 생활을 마감한다

 

 

 

 

2022로 검색해서 픽사베이에서 가져왔다. 아래 부분을 살짝 잘라냈다. 왜? 글쎄다.

 

 

한 해를 보낸다. 내 일터에서의 한 해를 마감한다.

 

 

일찍 퇴근하는 데에 혹 밀린 일이 있을까 싶어 좀 더 누워있고 싶은 것을 참고 일어났다. 부리나케 움직여 일터에 입장했다. 본관 경비 할아버지가 계신다. 며칠 전 우리 팀 행사 음식을 드렸는데 저녁 식사에 무리가 되지 않을 만큼 알맞은 양으로 참 맛있게 드셨단다. 잘하셨다고 함께 즐거워했더니 환하게 웃으셨다.

 

 

정면 4층으로 가는 길 앞에서 할아버지는 우회전을 하시려다가 말고 덧붙이는 말씀이 있었다. 오늘은 올 마지막 근무일이니 모두 제시간에 퇴근하겠지요. 제시간에 퇴근하지 않는 이가 누구인가. 나다. 어제 피곤 속에 빠지게 했던 일이 있어 짧은 잠이지만 옹골지게 잤기에 생긴 힘이 부스러졌다. 여전히 온전한 정리가 끝나지 않아 꺼림칙하지만 일단 쉬어야 할 한숨의 무게는 조금 낮출 수 있었는데 이마저 와장창 깨졌다. 아, 나는 어떤 이에게 짐이 되었구나 싶어 씁쓸했다. 퇴근 시각 후 남아있는 이들 속에 거의 매일 끼어있던 이가 바로 나인데 얼마나 힘드셨으면 저렇게 이야기를 하실까. 할아버지는 나를 겨냥하여 하시는 말씀일 것이다. 정시에 퇴근하시오. 오늘은 조퇴라도 내고 일찍 퇴근을 해야 할까.

 

 

대청소를 좀 하자. 어서 정리하자. 시간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하자. 여기저기 꽉 차 있다. 버리라, 버리라, 버려라. 미니멀리즘 기반 아래 생활해야 하는 것의 필요성과 중요성과 실천 방법을 수없이 듣는데도 왜 쉽지 않을까. 아마 욕심 때문이리라. 우선 마음 다스리기부터 필요하리라. 아니다 싶은 물건을 철저하게 내다 버리는 것부터 실천하자. 각각의 물건에 미련이라는 것을 씌워두지 말자. 모든 물건을 바닥 중앙에 다 내놓고서 올 한 해 만진 적도 없는 물건들에게 과감하게 안녕을 고하자. 수두룩하다. 사용했던 물건보다 눈빛 한번 주지 않았던 것들이 훨씬 더 많다. 물건들도 힘들 것이다. 구석지에 박힌 채 먼지만 쌓여가는 몸뚱이에 빛 한번 받아보지 못한 자기네 신세를 한탄하리라.

 

 

사물함 곳곳이 꽉 차 있다. 저번에 열심히 정리한다고 했는데 A4용지가 또 한 박스 쌓였다. 캘리그래피를 연습한다고 열심히 모아놓은 종이들이 합해져서 두께는 재빨리 너비를 확장했다. 후반기 들어 캘리그래피 연습을 거의 하지 못한 것도 모인 종이들의 두께 확장 원인이다. 휴가 끝나면 캘리그래피 연습 말고도 재활용 종이를 멋지게 사용할 수 있는 작업을 연구해 볼 일이다. 단 한 번의 작업으로 A4용지 한 박스 분량을 소화해낼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기념일을 한번 만들어 거창한 만들기 작업을 한번 해 볼까도 싶다.

 

 

그때그때 하자. 수없이 나 자신을 달래면서 다그쳐왔다. 지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놓지 않으면 언젠가 그 일들이  어깨를 짓누르는 짐이 될 것이다. 이미 와 있는 일을 뒤로 넘기지 말라. 언젠가 꼭 하겠노라고 여분의 힘을 쌓아놓지 말라. 더 깊이 있는 준비 끝에 해내겠노라고 장담하지 말라. 당장 마련되지 않은 시간을 새삼 다시 마련하려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서 하라. 지금 곧 하라. 마침내 일을 마친 후의 뿌듯함을 즐기는 데에 맛을 들이라. 

 

 

임인년 호랑이여, 안녕!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으려나~

 

 

감사하라. 감사하라. 감사하라. 내 곁을 지나쳤던 수많은 사람이 있어 내가 살아가고 있음을 명심하라. 올 한 해도 내 특이하고 생경한 성격을 모두 받아준 이들에게 고마워하라. 내 부실한 업무 처리에도 그러려니 하면서 쉽게 넘어가 준 이들에게 기꺼운 고마움을 표하라. 천성이 부드럽지 못해 말 한마디 곱상하게 내놓지 못했는데도 역겨워하지 않은 선배, 동료, 후배들에게 감지덕지할 일이다. 

 

 

한 곳에 꽂히면 좀처럼 변화를 꿈꾸지 못하는 나는 벌써 새해 일터 계획을 모두 세워뒀다. 내년 한 해 일터에서는 미니멀하게 살기로 한다. 일 처리는 물론 정리 등 사사로운 것까지 제때 해내기로 한다. 미루지 않기로 한다. 그리고 고마워하면서, 조그마한 일에도 감격해하면서, 감동하면서, 감사하면서 살아내기로 한다. 아듀, 임인년, 검은 호랑이여!

 

 

참, 새해에는 본관 경비할아버지의 근무 환경을 힘들지 않게 해 드려야지. 늘, 금방 하고 갈 것이라고 말씀드리면 괜찮다고 하시던 할아버지. 거의 매일 정식 퇴근 시각을 지키지 않은 채 뭔가 하고 있는 내가 참 미우셨겠다. 물론 이게 될까 싶긴 하다.


 

일본산 소화제 직구를 마침내 성공했다. 물론 일터 옆 공간에 사는 새신랑 덕을 봤다. 참 착한 사람인데 내년에는 육아 휴직에 들어갈 것이라고 하니 아쉽다.  젊고 성실한, 그리고 잘생긴 사람이어서 참 좋았다. 인덕으로 사는 나이므로, 어떤 이, 새사람이 또 와서 나의 진정한 도우미가 되어 주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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