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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리오넬 메시의 눈물을 함께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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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넬 메시의 눈물을 함께 했다. 나도 눈물 콧물 찔끔거렸다. 

 

 

 

리오넬 메시 -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리오넬 메시의 눈물을 함께 했다. 나도 눈물 콧물 찔끔거렸다는 것이다. 월드컵 말이다.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메시의 아르헨티나가 사우디아라비아, 멕시코, 폴란드와 C조 편성이 되자 나는 기뻤다. 조별 리그 강자 멕시코라지만 메시의 아르헨티나의 실력과는 차이가 난다 싶었다. FC바르셀로나의 스트라이커인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있어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폴란드였지만 실력과 연륜으로 다져진 메시 팀을 앞지르지는 않겠다 싶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조 최고 약체였다. 객관적으로 따져볼 때 말이다. 아시아 최종 예선 B조 1위로 본선 진출의 꿈을 이뤘지만 어디 내놓을 실력이 되나 싶었다.

 

 

 

카타르 월드컵 -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첫 경기. 고백하건대 나는 혹시 모를 나의 징크스가 적용되면 어쩌나 싶어 끝까지 경기를 시청하지 않았다. 내가 꼭 이기기를 바라는 경기를 가슴 떨려 제대로 못 보는 습관에 들려 있다. 마음으로 기도하고 나서 이긴 후 재방을 보는 식이다. 경기 시작 2분 만에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서 날린 날카로운 왼발 슛의 성공을 보고 몇 분 후 텔레비전을 껐다. 잊었다. 평소 생활 그대로를 열심히 했다.

 

 

 

메시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내 눈에 메시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눈 밖으로 내뿜는 눈물이 아닐지언정 메시는 울고 있었다. 나도 울었다.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다. 백방으로 뒤집어 봐도 그런 경기가 진행되리라고는 예상하지도, 예측하지도 않았다. 조 꼴찌로 예상되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1대 2로 패하다니. 마지막 춤을 모두 함께, 즐겁게 치러 내자'는 글을 메시가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것이 떠올랐다. 너무 슬펐다.

 

 

 

나는 여러 관점에서 메시를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 유명인이 그러하듯 메시에게 나라는 존재는 형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음지에서 메시를 위해 기도하는 무명 지구인이다. 이 몸에 무슨 체육인가 할 정도로 나는 허약하고 나약하고 빈약한 몸을 지녔다. 그런데도 야구며 축구, 배구며 마라톤까지 관심 있는 것은 스포츠에서 인생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거창한 이야기는 다음에 주요 테제로 잡아 본격적인 글쓰기를 해보리라. )

 

 

 

축구, 특히 축구 관련 관심이 왜 드높아졌는가에 대해서도 다음에 쓰기로 하고 나는 어쨌든 현 세계 축구를 이끄는 두 거성 호날두와 메시 중 메시 편이다. 내가 보는 것이라야 지극히 겉치레의 것에 불과하겠지만 차분히 필드에서 자기 생을 이끄는 그의 태도가 참 좋다. 축구 밖에서 읽게 되는 그의 생활도 참 차분해 보인다. 이런저런 이유로 축구에 대한 정이 강해졌다. 본격적으로 이곳저곳 리그전 시청까지 하게 되었는데 경기마다 보여주는 메시의 축구 경기 내용은 사람을 평온의 경지에 들게 한다. 골을 넣든지 못 넣든지 그가 뛰는 경기는 진국이다. 

 

 

 

 

이제 메시도 세월을 살아 왕좌의 게임에서 하직해야 할 때가 왔다. FC바르셀로나를 떠나 파리 생제르맹 FC로 옮기던 때 기자회견장에서 이미 세계 축구계의 그곳에서 한 발 내려왔음을 눈물로 인정했는지도 모른다. 21-22에는 발롱도르 상에도 오르지 못했다. 세월 탓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쳤다. 인정할 때가 왔노라고 물러섰다. 때가 왔노라고 가벼이 넘겼다. 

 

 

 

월드컵은 또 다르다. 프로 리그와는 또 다르다고 여긴다. 굳건히 믿었다. 카타르 월드컵은 메시의 것이 될 것이라고 점지했다. 긴 시간 기다림의 철학에 카타르에서 완성될 것이라고 별렀다. 목욕재계까지는 아니지만 경건한 마음으로 이번 월드컵에서는 리오넬 메시의 월드컵이 될 것이야, 꼭 뭔가 일을 낼 것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늘 그런다. 사람들은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열심히 하라고 한다. 언젠가 빛을 볼 날이 오리라고 외친다. 무너지지 말라고,포기하지 말라고 달랜다. 수많은 사람과 수많은 책과 수많은 영화로 이야기한다. 수많은 오페라, 수많은 연극 등으로 말하고 들려주고 읽게 한다. 그런데 아니더라. 결국엔 운이더라. 순간 와서 꽂히는 깃발을 잡아야만 하더라. 어느덧 오지 않더라. 마침내 오는 것은 또 별개더라. 화가 난다.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호수 -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리오넬 메시. 나는 아르헨티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 유명한 아르헨티나의 국모, 그녀 에비타, 에바 페론. 그녀의 남편인 대통령 페론.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이름이 온통 남아메리카다워서 중학교 사회시간에 딱 한 번 듣자마자 절대로 잊지 않은 도시의 이름. 현 경제 쪽으로 틀어 들어가면 수없이 넘어지고 일어서고 그만그만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나라. 세계사에 편승하여 유럽 어느 도시인가 싶게 유럽같은 나라가 되어 있다는 아르헨티나. 별 위험 없이 버텨낼 수 있는 나라, 남아메리카의 제법 널찍한 나라.

 

 

 

끊임없는 눈물이 누수되고 있는 곳. '돈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라는 노래와 연결되는 것인가. 어쩌자고 조 최고 약체라 여겼던 나라에게 그만 패하고 말았을까. 오늘 읽은 메시 관련 기사는 나를 더욱 슬프게 한다. 그의 고정적인 탈의 근원지가 또 부상으로 올라오고 있는 것 같단다. 재활 훈련 식의 별도 훈련을 받고 있다며 메시를 강하게 때리는 신문 기사들이 흉하다. 가슴 아프다. 슬프다. 사우디아라비아에게서 패한 소식을 들은 이후 나는 줄곧 C조 네 나라, 사우디아라비아 3점, 멕시코 1점, 폴란드 1점, 아르헨티나 0점 판을 머릿속에 앉혀놓고 있다. '기적의 메시'가 될 수 있는 나만의 전략을 짜고 있다. 부디 멋지게 회복하여 16강을 가고 4강을 가자. 그리고 꼭 그렇게 되자, 그렇게! 나는 여전히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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